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 (71회)


[오피니언타임스=김대복]

제갈량은 중국 촉한의 재상이다. 자(字)가 공명으로 흔히 제갈공명으로 불린다. 그는 촉한의 황제인 유비와는 군신(君臣) 관계를 초월하는 동반자였다. 유비는 제갈량을 얻은 것을 어수지교(水魚之交)로 표현했다. 물고기가 물을 만났다는 의미다. 제갈량은 유비를  조조의 위나라, 손권의 오나라와 나누어 중원의 패권을 다투었다. 특히 손권과 연합해 남하하는 조조의 대군을 물리친 적벽대전의 승리는 잘 알려져 있다.

 사진=픽사베이( salt lake salt minerals)
사진=픽사베이( salt lake salt minerals)

제갈공명이 전쟁 중에도 끊임없이 관심을 보인 게 소금이다. 하얀 황금으로 통하는 소금은 옛 사람들에게 신성함의 상징이었고, 치료약이었고, 음식의 간을 조절하고 부패를 막는 귀중한 자원이었다. 제갈공명의 촉한의 무대인 사천성에서는 기원전 3천 년 무렵부터 소금을 생산했다. 그러나 대중이 이용하기에는 턱 없이 부족했다.

사진=픽사베이

​제갈공명은 전쟁 중에 소금 찾기에 나라의 명운을 걸다시피 한다. 이는 나라 재정의 주요한 원천인 소금이 전쟁의 성패까지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위생이 열악했던 옛 사람은 입냄새가 많은 편이었다. 특히 전쟁 중에는 더욱 심했다. 당시 병사들은 전투와 훈련을 반복하는 삶이었다. 오랜 행군과 전투로 많은 땀을 흘리면 탈수가 올 수 있다. 현기증이나 무기력증이 발생하면 전투력이 급감한다. 이때 염분을 공급하면 신체리듬을 되찾을 수 있다.

​촉한은 중국의 내륙에 위치했다. 바다에서 나는 소금이 없다. 바위에서 소금을 채취했으나 극히 미미했다. 이에 오나라에서 막대한 양의 소금을 수입해야 했다. 소금은 군수물자나 다름없다. 이는 오나라에서 군수물자 수출을 금지하면 촉한의 군사력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제갈공명은 국가안보 차원에서 소금 전담 부서를 설치하고 염광 개발에 심혈을 기울인다. 소금 우물을 얻기 위해 나라 곳곳에 구멍을 뚫었다. 그 결과 집집마다 염정이 있을 정도가 되었다. 소금 자급으로 촉한의 군사력은 크게 팽창했다.

그런데 제갈공명의 소금 확보전의 목적은 입냄새 치료약 찾기라고 풀이할 수도 있다. 소금의 자급으로 군사들과 백성의 구강 위생도 좋아졌기 때문이다. 소금은 입안 건강을 좋게 한다. 염분이 결핍되면 소화액 분비가 준다. 소화액 감소는 위의 열이 쌓이는 원인이 된다. 위장 질환 또는 불완전한 소화로 인한 화(火)가 상승해 호흡기에서 냄새가 날 수가 있다.

소화액 분비가 적어지면 식욕감퇴, 침의 감소가 연쇄적으로 일어난다. 구강 환경이 나빠져 구취 유발 요인이 된다. 이 경우 소금으로 치약을 대신해 일정부분 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다. 당시 기준으로 보면 소금은 입냄새 치료제라고 할 수 있다.

또 제갈공명은 입냄새로 인한 개인적인 수모도 있었다. 적국인 위나라의 조조로부터 입냄새가 난다는 조롱을 받았던 것이다. 제갈공명의 문집인 ‘제갈량집’에 의하면 제갈량은 조조로부터 한 통의 편지와 5근의 약재를 선물 받았다. 약재는 계설향(鷄舌香)이었다. 강한 향과 살균 작용이 특징인 계설향은 입냄새 완화제로 쓰였다. 조조에게서 입냄새 조롱을 당한 제갈공명은 전쟁 승리 못지않게 입냄새 치료가 숙원일 수 있다. 그가 소금 우물 개발에 총력을 기울인 또 다른 배경으로 풀이할 수 있다.

​만약 제갈공명이 오늘날 살았다면 입냄새로 고민했을까. 그럴 가능성은 극히 낮다. 요즘에는 입냄새는 쉽게 치료되기 때문이다. 구취는 원인을 제대로 진단하고 체질과 증상에 맞는 처방을 하면 1~3개월 정도면 치료가 된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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