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혜탁의 말머리] 키치적 감성을 받아들인 리테일의 모습

 

[오피니언타임스=석혜탁]   ‘슷’. 을지로지하쇼핑센터에서 볼 수 있는 B급 감성의 레트로 편집숍이다. 이름부터 특이한 이곳은 공간중개 플랫폼 스위트스팟이 기획한 이색 매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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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악함이 매력이다 혜탁 촬영

 

스위트스팟의 작품을 여러 곳에서 접한 적이 있다. 이 매장이 유독 재미있는 것은 대기업 계열의 유통 공간이 아니라, 지하철을 타러 오가는 고객들이 지나치는 지하상가에 문을 열었다는 점이다.

 

또 ‘을지로’라는 공간에 들어섰다는 점도 이채롭다. ‘힙지로’라 불리며 밀레니얼 세대에게도 각광받는 공간으로 부상한 을지로! 을지로에는 옛 감성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 곳이 많은데, 이런 레트로의 맥락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재미있다는 이유로 무작정 예전 식품을 가져다 놓아서는 효과가 없다.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응되어야 한다. ‘밭두렁’이 유독 반갑다. 복고풍 매장이니, 이런 옛 식품의 진열이 부자연스럽지 않다. 슷은 이처럼 자연스럽게 미각을 자극하며 고객들의 추억을 소환한다.

 

키치적 감성을 받아들인 리테일의 모습이랄까. 세련됨이 아닌 ‘조악함’이 매력이다. 어릴 적 동네 문방구나 슈퍼 앞에 쪼그려 앉아서 보던 아이템들이 즐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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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 화려하고 적당히 촌스러운 조명이 인상적이다. 석혜탁 촬영

 

매장의 바깥이 정돈되지 않은 인상을 준다. 그런데 원래 우리가 예전에 즐겨 가던 동네 상점을 생각해보자. 정갈한 맛이라고는 1도 없었던, 그래서 더욱 마음 편히 들락날락했던 곳! 슷은 그 지점을 포착했다.

 

적당히 화려하고 적당히 촌스러운 조명이 인상적이다. 글씨체도 트렌드를 역행한다. ‘슷’이라는 표기가 주는 신선함도 나쁘지 않다. 그 점이 재미있다.

 

스위트스팟은 리테일의 시각에서나, 부동산 비즈니스의 렌즈로나 공히 흥미로운 연구 대상이다. 영국의 ‘어피어 히어(Appear Here)’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2015년에 설립된 스위트스팟은 ‘죽은 공간’에 숨을 불어넣고, 작은 공간에서도 수익을 올리며 주목을 받고 있다.

 

CBRE와 IBK투자증권에서 업력을 쌓은 김정수 대표와 국내 주요 기업에서 합류한 멤버들이 다양한 프로젝트를 벌이고 있다. 앞으로도 어떤 창의적인 방식으로 유휴공간을 살려 낼지, 놀고 있는 면적에 유의미한 기능을 부여할지 지켜봐야겠다.

 

 

- 대학 졸업 후 방송사 기자로 합격. 지금은 기업에서 직장인의 삶을 영위. 
- <쇼핑은 어떻게 최고의 엔터테인먼트가 되었나> 저자. 
- 칼럼을 쓰고, 강연을 한다. 가끔씩 라디오에도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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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혜탁sbizconomy@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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