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 당하지 않으려 더 땀흘렸다

[논객 닷컴 = 칼럼니스트 김우성] 

나는 12년 구력의 테니스 동호인이다. 돌이켜보면 테니스 관련 추억이 많다. 여러 장소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공을 치고, 일정 기간 레슨도 받고, 여러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으니 테생테사라고 봐도 무방하다.

그동안 테니스를 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실력자들도 다수 상대했다. 그런데 그들 중 몇몇은 나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나를 가르치려드는 모습을 종종 목격했다. 백번 양보해서 본인 실력에 자신 있어 그런 거라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나를 별 것 아닌 것처럼 무시하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참교육을 시켜준다느니, 한 수 지도해준다느니 훈수를 놓는 그들을 앞에 두고 표정 관리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나는 할 말이 없었다. 그들이 나보다 테니스를 더 잘 치는 게 사실이었으니. 기분이 나빴지만 조용히 넘어갔다. 월등한 경기력으로 그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드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었기에 묵묵히 실력을 키우는 데 집중했다.

사진=픽사베[이

꾸준히 연습을 하고, 레슨을 받고, 여러 대회에 참가하면서 수준을 끌어올렸다. 수없이 많은 공이 네트에 걸렸고, 라인 바깥으로 나갔다. 쓰라린 패배를 밥 먹듯이 기록했다. 마음에 안드는 플레이, 깊은 탄식, 터벅터벅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은 일상이었다.

하지만 땀은 배신하지 않는 법일까? 무기력한 패배가 아슬아슬한 패배로 바뀌었고, 아슬아슬한 패배가 아슬아슬한 승리로 이어졌으며, 아슬아슬한 승리가 압도적인 승리로 변신했다. 이제 웬만한 동호인들 사이에서 주눅들 일이 없다. 잘 친다고 말하기에는 여전히 부족하지만, 최소한 못 치지는 않는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다. 예전처럼 상대로부터 적나라하게 무시당할 일은 없으니 이 정도 수준이면 만족스럽다.

나아지고 싶었다. 나를 한 수 아래로 여기던 그들의 비웃음 섞인 눈빛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이를 악물었다.

무시당하기 싫은 마음, 다시 말해,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남으로부터 무시당하기 싫은 생각이 든다는 말은, 남을 쉽게 무시하는 경향이 사회 전반에 만연하다는 방증이라고 볼 수 있다.

어쩌다 남을 무시하는 분위기가 사회에 자리잡은 걸까. 개인적으로, 학창 시절 반 몇 등, 전교 몇 등이냐로 사람을 줄 세우는 데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우리는 어려서부터 사람과 사람 사이에 우열 가리기가 익숙하다. 문제는, 우열을 가리는 게 일상이 되면서 자신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사람을 보고 안심하거나 메롱을 외치는 행위가 아무렇지 않다고 여기는 데 있다. 실력이 미흡한 사람에게 격려를 보내는 데 왜들 그리 인색한지. 격려보다 무시가 앞서는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김우성

낮에는 거울 보고, 밤에는 일기 쓰면서 제 자신을 돌아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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