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 신재훈] 남부지방에도 단풍이 물들기 시작했다.

2020년 나의 단풍기행은 단풍의 절정을 따라 북에서 남으로 내려오고 있다.

올 봄 연재했던 “벚꽃을 오래 즐기는 세가지 방법”에서 소개한 것처럼 나는 봄이면 벚꽃을 더 오래 즐기기 위해 절정을 따라 남에서 북으로 벚꽃기행을 한다.

가을이면 이와는 반대로 북에서 남으로 단풍의 절정을 따라 단풍기행을 한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단풍놀이를 다녀오면 단풍에 대한 기억보다는 사람들의 뒤통수에 대한 기억이 더 강했다.

그런 이유 플러스 코로나19로 올해는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리는 단풍명소 보다는 상대적으로 사람이 덜 붐비는 곳을 덜 붐비는 시간에 다녀왔다.

오늘 소개할 곳은 경상도 대표 단풍명소인 주왕산이다.

사진=필자 제공
사진=필자 제공

경상북도 청송군에 위치한 주왕산은 부산에서 약 200km정도 떨어져 있으며 평소에도 차로 3시간 정도 걸린다.

사실 같은 경상도라 해도 부산 근교라 표현하기에는 제법 먼 거리다.

그러나 주왕산 단풍을 보는 호강에 비하면 그 정도는 고생도 아니다.

주왕산은 해발 722미터의 그리 높지 않은 아담한 산에 속한다.

그럼에도 명산으로 불리는 이유는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의 변화와 특성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변화무쌍한 풍광 때문이다.

주왕산은 설악산, 월출산과 함께 기암절벽의 절경으로 유명한 우리나라 3대 암산 중 하나다.

아름다운 계곡과 폭포와 동굴도 멋지지만 산 전체를 아우르듯 기묘하게 솟아있는 기암절벽이 우리를 압도하며 시선을 빼앗는다. 특히 가을이 되면 다양한 기암절벽들을 병풍 삼아 울긋불긋 화려하게 물든 단풍이 화려함의 극치를 이룬다.

사진=필자제공
사진=필자제공

주왕산에 대한 나의 첫 인상은 이랬다. 설악산의 단풍명소인 주전골계곡에 울산바위 등 외설악의 기암절벽을 옮겨와서 반으로 줄여 놓은 느낌이랄까?  혹은 대한민국의 이름난 기암절벽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Best collection 이랄까?

험준한 1,500미터급 산들과 달리 크게 무리하지 않고 가벼운 트레킹 정도로 기암절벽과 계곡을 물들이는 다채로운 단풍의 향연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은 주왕산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코스는 대전사에서 용추폭포까지 다녀오는 것이다.

이 코스는 말 그대로 남녀노소가 다 함께 즐길 수 있는 산책길 수준이다. 휠체어와 유모차를 끌고도 갈 수 있을 만큼 경사가 거의 없는 넓고 완만하게 보행로가 깔려있다.  이점은 대부분의 단풍 명산들이 경사로를 따라 위로 한참을 올라가야 하는 것에 비해 산허리를 고도차이가 거의 없는 길을 따라 도는 이 코스의 특징이기도 하다.

사진=필자제공
사진=필자제공

또 다른 특징은 대부분의 단풍명산들이 제법 높은 곳까지 올라간 후 최고의 절경을 볼 수 있는 것과 달리, 첫 시작점인 대전사 앞마당에서부터 최고의 하이라이트를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는 흔히 멋진 그림을 보았을 때 실제로 보는 것 같다고 하고, 멋진 풍경을 보았을 때 한 폭의 그림 같다는 이율배반적인 표현을 쓴다.  앞마당에서 대전사를 바라보면 기암절벽이 병풍처럼 펼쳐져 마치 한 폭의 그림 같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 기암절벽의 이름이 그냥 “기암”이다. 보통명사가 고유명사가 된 것이다.

골프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4대 메이저 골프대회 중 가장 권위 있는 영국의 “The Open” 처럼 말이다. British Open 이란 말 대신 세상에서 가장 권위 있는 유일한 오픈대회라는 의미로 정관사 “the”를 붙여서 쓴다.

주왕산의 기암도 왠지 가장 아름답고 유일하다는 의미에서 “The 기암”이라 불러야 할 것 같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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