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김선구]

21대 첫 정기 국회가 9월 1일 개원식을 갖고 100일간의 일정에 돌입했다. 이번 정기 국회는 국정감사와 예산결산을 다루기 때문에 연중 국회일정중 국민의 관심이 가장 높다.

그런 민감한 일정중 정부 곳간을 총괄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11월 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답변하는 도중 대통령께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혀 모두를 놀라게 했다.

겉으로 내세운 이유는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대주주요건을 둘러싼 여당과의 이견에서 그의 안이 관철되지 못해서라지만 근본적으로 파고들면 정부 곳간지기로서 정부재난지원금 지원부터 시작된 재정건전성 악화를 둘러싼 당정 간의 온도차이로 볼수 있다.

여당에서는 코로나 재난 지원을 위한 네 차례의 추경편성으로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나빠지더라도 금년 말 예상되는 49.5%는 OECD 35개국 평균 예상치 131.2% 보다 훨씬 좋아 적자재정을 더 펼칠 여유가 많다며 기획재정부를 밀어붙이고 있는 형국이다.

경제주체인 가계,기업,정부중 기업부실로 촉발된 외환위기로 국난을 겪은 지 이십여 년이 지났다.  외환위기가 일어나기 이삼년 전부터 감지되었던 변화가 외환위기와 관련되었다는 심증을 사후에 갖게 되었다. 당시 재벌들의 무리한 확장세는 축적된 내부 자본에 비해 지나치게 빨랐다. 부족한 자본을 차입에 의존하다보니 계열내 주력사의 연대보증이 가파르게 증가했다.

사진=네이버 캡쳐 (KBS 뉴스)

전에는 여신승인과 관리에서 개별 차주를 중심으로 다루었다. 상위 재벌 중에도 소위 우량기업 위주로만 거래를 하던 외은들이 재무구조가 나쁜 계열사에 대한 지급보증이 빠르게 증가하는데 주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재벌전체 연결재무제표를 요구하다 그런 자료가 없자 우량핵심기업이 보증해준 계열사를 모두 분석하라는 식으로 요구하더니 재벌 전체를 동일한 위험체로 인식하고 동일 차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한 변화로 계열내 모든 차주에 대한 여신액이 은행 내부적으로 합산되었다. 그 결과 높은 전결권이 요구되고 본점 경영진 사이에 한국재벌 여신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하고 뒤이어 대폭적인 감축이 시작되었다.

구미의 선진국에 비해 정부재정건전성 지표는 상당히 좋은 게 사실이다. 그러나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1996년 11.9%에서 2001년 22.4% 로 늘어나고 금년 말에는 49.5%로 증가가 예상되며 정부추계로 2024년에는 58.6% 가 예상된다.

구미선진국과 재정건전성을 현재의 비율로 단순히 비교하는 거는 아래 이유로 위험하다.

첫째로 추세가 중요하다. 재정건전성을 잘 관리해온 독일은 2010년 87.4%에서 2019년 68.2% 로 낮추었고 노르웨이도 2010년 49.2%에서 2019년 46.9%로 낮추었다.

둘째로 복지제도를 1960년대부터 시작해 재정에 이미 상당히 반영된 유럽의 현재의 비율과 복지재정지출이 이제 급속하게 늘기 시작한 우리의 현재와의 단순 비교는 문제가 있다. 또한 1980년도에 이미 고령화가 시작된 유럽에서는 현재지표가 이를 상당히 반영했으나 이제 어느 나라보다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 지표는 미래진행형이다.

셋째로 국가채무에는 보증채무, 공적연금 잠재채무,공기업부채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저 출산 고령화로 중장기적으로 4대 연금 부족분을 정부재정으로 메꾸어야할 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게 명약관화하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선진국 보다 공기업을 통한 정부정책 지원이 활발한 우리나라에서 공기업부채는 궁극적으로 정부가 책임져야하는 부채다. 정부 돈을 대신해 산업은행이 부실기업을 위해 지원하거나 신용보증기금을 통한 10조원 한도로 시작된 2차 소상공인대출 보증에서 앞으로 일어날 부실은 정부가 메꾸어줄 몫이다. 그런데도 공기업부채를 국가채무에서 제외하는 근거로 시장성을 갖추고 정부로부터 독립적인 경영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라 하니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격이다.

넷째로 보증 채무는 원채무자가 원리금상환의무를 다하지 못하는 경우에 한하여 국가채무로 전환되는 미확정채무라하여 국가채무에서 제외되나 외환위기시 보증채무로 인해 무너진 우량기업들이 상당했다.

기업회계에서는 IFRS를 통해 만기가 미래인 자산과 부채를 현재가치로 평가해서 반영해야 하는 것과 대비된다. 공항철도등 민자 사업에서 충분한 운임수입으로 재정이 투입되지 않을 걸로 알고 취급했던 수익보증에서 재정투입이 일어나고 있듯이 정부 보증도 매해 평가해 반영하는 게 마땅하다.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던 기획재정부가 여당의 눈치를 보느라 주춤하고 있다. 잘못된 지표해석으로 우리의 현실을 과신해 재정건전성이 크게 악화되기 전에 경상재정수지의 균형을 유지시키려는 장치를 제도화 하는데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아야 한다.

     김선구

   전 캐나다 로열은행 서울부대표

   전 주한외국은행단 한국인대표 8인 위원회의장

   전 BNP파리바카디프생명보험 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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