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복 박사의 구취 의학<75>

[오피니언타임스=김대복] “나로서는 무엇인지 모르는 것 그 하찮은 것이 모든 땅덩어리를, 황후들을, 모든 군대를, 온 세계를 흔들어 움직이는 것이다. 클레오파트라의 코, 그것이 조금만 낮았더라면, 지구의 모든 표면이 변했을 것이다.” <팡세>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B.파스칼(1623~1662년)의 작품 팡세에 나오는 구절이다. 파스칼은 고대 이집트의 여왕 클레오파트라 7세를 고혹적인 여인으로 인식했다. 관능미 넘치는 미모로 남성을 유혹해 절망시킨 요녀로 여겼다. 실제로 세계제국 로마의 영웅인 시저와 안토니우스가 그녀의 치마폭에서 허우적거렸다.

로마제국의 일인자 시저는 이집트 정벌 후 그녀의 사랑의 밀어에 녹아났고, 다시 정벌군을 꾸려 아프리카를 밟은 안토니우스는 그녀의 사랑의 포로에 불과했다. 클레오파트라는 세계역사를 바꿀만한 두 영웅을 침몰시킨 사랑의 화신이었다. 이런 그녀에 대해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지구의 대지 모습이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고 한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파스칼은 왜 그녀의 이미지를 코로 상징화 했을까. 이는 미모와 향기로 생각할 수 있다. 사람을 볼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게 얼굴이다. 그중에서도 시선은 순간적으로 눈과 코를 스캔한다. 특히 얼굴의 중심에 위치한 코는 전체적인 이미지 형성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아름다움과 부드러움, 호감 등의 인상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파스칼은 클레오파트라의 코에 방점을 찍음으로써 그녀의 아름다움을 강조한 셈이다. 아름다운 여인 앞에서 남성이 저절로 무너졌음을 시사한다.

이와 함께 후각기관으로서의 코를 염두에 두었을 수 있다. 얼굴 중앙에 돌출된 코의 모양은 인종마다, 개인마다 차이가 크다. 황인, 백인, 흑인의 외모 차이는 코의 특징과도 연관성이 크다. 그러나 코가 높든, 낮든 기능은 별 차이가 없다. 호흡이 오가는 통로로 다양한 냄새를 흡입과 배출 역할을 한다.

그런데 건강하지 못한 코는 냄새를 잘 맡지 못한다. 또 코의 질환으로 냄새가 날 수 있다. 흔히 입냄새라고 하는 구취의 상당부분은 비염 축농증 등 각종 코 질환과 연관이 있다. 클레오파트라는 코 질환이 없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만약 코 질환이 있었다면 콧소리가 섞이고, 코 막힘이나 코에서 냄새가 날 개연성이 있다. 시저나 안토니우스의 정신이 혼미해지려면 최소한 그녀에게서 역겨운 냄새가 나지 않아야 한다. 

​클레오파트라는 수개국어를 구사한 언어천재였다. 상대를 유혹하거나 설득하려면 많은 말을 해야 한다. 이때 입냄새나 코냄새로 악취가 풍긴다면 고혹적인 분위기 조성은 실패하게 된다. 사람은 얼굴에 취하기도 하지만 향기에도 취하는 동물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클레오파트라는 연인을 향기로 유혹했다. 남자를 만날 때 목욕 후 온몸에 향유를 발랐다. 손을 씻을 때는 향수에 적시기도 했다. 연회음식에는 향료를 가득히 넣었다. 왕관에도 향이 나게 했다. 이런 그녀는 입안도 향을 가득하게 했을 게 분명하다. 사람에게 나는 생리적 입냄새를 없애는 것은 물론 향기가 넘치도록 하기 위함이다. 코가 건강해도, 입안에 염증이 없어도 생리적 냄새는 피할 수 없다. 이를 아는 그녀는 입속도 사탕으로 달콤하게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입냄새나 코의 냄새를 향기로 중화시키는 것은 한계가 있다. 질환에 의한 입냄새나 코의 냄새는 지속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코의 질환이나 위장 질환 등으로 발생되는 구취는 치료를 해야만 사라진다. 입냄새 코냄새는 예전에는 난치병에 속했다. 그러나 의학이 발달한 요즘에는 빠르면 한 달이면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김대복

한의학 박사로 혜은당클린한의원장이다. 주요 논문과 저서에는 '구취환자 469례에 대한 후향적 연구', ‘입냄새 한 달이면 치료된다’, ‘오후 3시의 입냄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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