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전한' 국민(國民)으로 살아가기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권오용]

우리나라가 코로나 시대에서 살기 좋은 나라 4위에 올랐다. 미국의 블룸버그 통신의 자료다. 이 통신사는 경제규모가 2천 억 달러 이상인 세계53개국을 대상으로 코로나 19 상황 및 삶의 질에 관한 10개 지표를 가지고 조사를 했다. 그 결과 한국은 100점 만점에 82.3점을 받아 뉴질랜드(85.4점), 일본(85.0점), 대만(82.9점)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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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살기 좋은 나라 4위

자체 개발한 진단 키트를 사용하고 세계적으로 호평 받은 ‘드라이브 스루’검진소를 운영했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받았다. 반면 코로나 19가 가장 먼저 확산됐던 중국은 8위, 세계 최대 감염국인 미국은 18위에 그쳤다. 우리의 경제 규모가 세계 10위권임을 감안하면 괜찮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의학, 위생이 발달하고 건강한 생활습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결과로도 볼 수 있다.

이런 사회적 여건을 반영한 또 다른 지표가 있다. 한국 40대 남성의 사망률이다. 우리나라 40대 남성의 사망률은 1990년에 천 명당 8.1명 수준이었다. 미국, 일본 등 선진국의 두 배였다. 고도 성장기였던 당시에는 과로가 일상이었다. 음주와 흡연으로 피곤하고 힘들었다. 다행히 그 수치는 지속적으로 또 빠르게 개선이 됐다.

미국인  40대 남성 사망률;   '절망의 죽음'으로  불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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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한국 40대 남성의 사망률은 천 명 당 2명 수준이 됐다. 30년 만에 4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반면에 미국의 40대 백인 남성의 사망률은 그대로 멈춰 섰다. 2006년에는 급기야 한국 남성의 사망률과 역전됐고 2019년에는 한국의 2배 수준인 천 명당 4명을 기록 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프린스턴 대학 앵거스 디턴교수는 이 현상을 ‘절망의 죽음’이라 이름했다. 세계화와 기술혁신으로 미국에서는 일자리의 안정성과 안정적인 일자리가 줄었다. 그 결과 불거진 불평등의 확대과정에서 40대 남성이 가장 큰 피해를 봤다고 디턴 교수는 분석했다. 결국 절망의 죽음은 경제적 좌절에서 유발됐다는 것이 결론이다.

경제규모에 비해 뛰어난 사회적 성과, 거기에 우리에 비해 1인당 GDP가 두배나 되는 미국에 비해서도 경제적 좌절의 정도가 현저히 약하다면 한국의 국민들은 행복을 누리고 있어야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지 못하다. 우리나라의 국민행복지수는 OECD국가 중 하위권, 2019년 국내의 한 분석에 따르면 31개 국가 중 24위에 자리매김했다.

연구를 진행한 이희철 교수는 삶의 만족도가 우리가 이룩한 성과나 가지고 있는 역량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간격 때문에 우리 국민들은 살아가기가 불안하고 피곤하고 결과적으로 힘들다. 소득의 불평등에 더해 나라에 대한 실망, 지도자의 언행, 정치논리에 의해 야기되는 세대간, 성별, 지역 간 격차가 국민으로 살아기기를 힘들게 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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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은  국가가  스스로  보호해 주길 바래

국민들은 나라가 국민을 보호해 주기를 바란다. 이것은 나라를 만든 이유고 약속이다. 나라는 안전에 대한 최후의 보루다. 그런데 아동 성범죄자인 조두순이 출소한다고 하니 오히려 피해자 가족들이 이사를 간다고 한다. 가해자는 수백만 원의 정부지원금을 받아 취업 프로그램을 신청했는데 피해자는 정부의 도움이 없어 시민들의 성금으로 보금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이사를 결정한 피해자의 아버지는 국가가 나를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가 깨졌다고 했다. 북한에 의해 피살 된 해수부 공무원의 전(前), 부인은 ‘국가가 국민을 보호해야 할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 책임을 피하려 오히려 월북자라는 죄명을 뒤집어 씌웠다고 주장했다. 피해자의 형과 아들은 국가를 잃은 기분이라고 했다.  

Daum  포탈 (KBS 뉴스)
Daum 포탈 (KBS 뉴스)

지난 11월 23일은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박이 일어난 지 꼭 10년 째였다. 전사한 문광욱 일병의 아버지는 ‘전, 현 정권 모두 나 몰라라 한다.’고 서러워했다. 천안함의 유족들은 아직도 정부의 단호한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천안함이나 연평도나 모두 나라를 지키려다 국민이 희생된 일이다. 그런데 대통령은 어떠한 메시지도 없었다. 국가의 기억 속에서 사라진 국민들만 서럽고 불안하다.

늦게 백신확보에  나섰다는 비난에,   '한순간 꼴찌 웃음거리' 방역국가 될 뻔해

정부는 그 동안 코로나의 극복과정에서 K방역의 성과를 국내외에 자랑해 왔다. 그런데  얼마전까지 , 우리나라는 단 한병(도즈)의 백신도 확보하지 못했다는 소식이 전해져 K방역이 무색케 됐다는 비난이 일자. 해외 백신도입에 1조 2천억원, 내년도 예산에  9천억원을 배정하기에 나섰다. 지난 가을 이동통신요금을 보조해 준다며 쓴 돈이 4천억, 이 돈으로 백신 값 40달러를 나누면 1천만 명 분을 확보할 수 있는 금액이다.

미국이 6억 회분을 확보했고 일본은 최근 넉 달새 전 국민 예방접종에 필요한 2억 5천만 병 보다 더 많은 3억 3천만 병을 확보했다고 한다. 이들 국가는 우리보다 크고 잘 산다고 쳐서 그냥 넘어갈 수도 있겠다. 그런데 멕시코가 화이자 백신 3,440만 회분을 확보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세계 제일의 K 방역의 찬사를 들어  온  우리로서는 아쉽게 느껴진다.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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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 1등 국가에서 한 순간에 꼴찌로 전락하는 사례로 웃음거리가 될 수도 있었는데 다행이다. 온전한 국민으로 살아가기는 불안하고 피곤하다. 고단한 국민들은 광화문을 찾았다가 살인자 취급을 당했다. 전세입주자들은 아파트에 대한 환상을 버리라고 충고 받았다. 권력형 성범죄를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집단학습의 기회라고 했다.

정의를 담당하는 장관(Minister of Justice, 법무부의 영문명)이 부하와 싸우는 열정의 조금만이라도 국민들의 불안과 고단함을 덜어주는데 썼으면 하는 것이 정의는 아닌가 생각하지만 이것도 기승전, 검찰개혁으로 마무리 된다.

'좋은  지도자'  갖기 바램은  나훈아씨 만은 아닐 것 

사진=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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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자를 손가락질 하면서도 국민들은 불안해한다. 제발 우리를 좀 편안하게 해달라며 부탁하는 심정이다. 그래서 세금을 내고 전장에서 목숨을 바치며 이사 가는 피해자에게 성금을 보낸다. 지도자들이 아무리 ‘네 탓이요’해도 우리 국민들은 ‘내 몫하기’를 훌륭히 해냈다.

가황(歌皇) 나훈아 씨의 얘기도 똑같다. 그가 부른 노래는 유행가였지만 그의 얘기는 만고의 진리였다. 그래서 블룸버그 통신에 의해 코로나 시대 살기 좋은 나라 4위로 꼽혔고 디턴 교수가 지적한 절망의 죽음도 이겨냈다.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 폴 콜리어 교수는 좋은 리더는 공동체에 대한 의무감을 구성원들에게 성공적으로 심는 사람이라고 통찰했다. 그리고 가장 나쁜 리더로 편 가르는 사람을 꼽았다. 한국에서 국민으로 살아가기는 한없이 피곤하고 불안하다. 그래서 좋은 리더를 한번 쯤 가져보고 싶다는 것은 비단 가수 나훈아 씨만의 바람은 아닐 것이다.

권오용

前 SK 사장

(재)한국가이드스타 상임이사

한국CCO클럽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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