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피니언타임스 = 청년 칼럼니스트  한성규]

조두순이 다시 나왔다. 이 한사람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고 뭐고 대한민국 전체가 난리가 났다. TV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그가 입고 나온 패딩 회사에 비상이 걸렸다. 홍보라면 도 바를 것 같던 회사가 방송매체에 나온 자사로고를 지워달라고 애걸복걸했다. 집으로 가는 길에도 난리가 났다. 들른 곳마다 욕설 세례와 분노가 터져 나왔다. 애꿎은 법무부 관용 승합차량은 앞 유리가 깨지고 뒷좌석 문짝도 찌그러졌다. 달걀도 맞았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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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두순을 취재하기 위해서 미리 기다린 유튜버들과 인근 주민 100여명이 새벽 6시부터 진을 쳤다. 그가 오전 855분쯤 도착하자 기습공격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 조두순의 집 현관에서 기다리던 남성과 국민 대표로 본 때를 보여주려던 다른 30대 남성의 공격도 무산되었다. 조두순은 도망치듯이 집안으로 들어갔는데 경찰이 100여명이나 투입되어 집 앞과 길목을 지켰다.

안산시는 조두순 보호를 위해 24시간 순찰 활동을 맡길 무도 실무관급 청원 경찰 6명을 새로 뽑았다. 무도 경찰을 포함한 12명의 경찰이 24시간 그를 보호한다. 이런 사람을 왜 보호하지? 하고 사람들은 의문을 가질 텐데 뭐, 5.18 이다 삼청교육대다 무고한 사람을  죽이고 병신 만들고, 나라 돈까지 떼먹고 28만원밖에 없다는 전직 대통령도 아직까지 90세의 건강한 모습으로 경호를 받는 나라니.

전과18범  조두순은 2008121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서 등교하던 8살 어린이를 성폭행 하고 영구적인 장애를 입혔다. 징역 12년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1212일 만기 출소했다. 올해 68세인 그는 대한민국의 4050이다.

나도 4050에 당했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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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몇 주전 4050할아버지와 맞닥뜨렸다. 최근 식당도 불안하고 카페도 불안한 시국이라 편의점에서 산 도시락을 야외에 배치해 놓은 테이블에 앉아서 까먹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지도 않은, 딱 봐도 4050으로 보이는 할아버지 한 분이 턱하고 옆자리에 앉았다. 좀 쉬셨다 가려나보다 하고 계속해서 밥을 먹는데, 이 할아버지, 내 바로 옆에 앉아서 담뱃불을 붙이는 게 아닌가.

할아버지 이건 너무 하시는 거 아닌가요?”

그랬더니 무슨 말을 하냐는 표정으로 꼬라보셨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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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 사람이 밥을 먹고 있는데 옆에서 담배 피우시면 어떻게 해요?”

그 할아버지는 나를 한번 째려보더니 의자를 들고 내가 안 보이는 곳으로 몸을 돌리셨다. 그리고 꿋꿋하게 담배를 그것도 아주 천천히 한 대 다 피우고 일어서셨다. 물론 밥을 먹는 와중에 계속해서 담배 연기를 내 쪽으로 날리셨다. 담배연기 반 밥 반을 먹던 나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일어서서 나에게 고개를 돌리는 할아버지를 한 번 쳐다봤다.

이런 버르장머리 없는 새끼가 어디서 꼬라봐!”

갑작스런 쌍욕에 나는 깜짝 놀라서 젓가락까지 떨어뜨렸다. 내가 밥 먹는 사람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건 잘못된 짓이라고 문제를 제기하자 할아버지는 고성을 지르며 무적의 논리를 들이대셨다.

내가 나이 70줄 먹어가지고 담배도 못 피냐! 내가 젊은 사람도 아니고. 내가 여기서 담배도 못 펴!”

할 말이 없었다. 나이가 70줄 먹었으면 못 해도 되는 일이 없다는 이 천하무적의 논리에 나는 기가 막히고 더 이상 대꾸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무적(無敵)4050 세대

대한민국 4050은 실로 파란만장한 인생을 살았다. 어렸을 적 전쟁이 터져 분유는커녕 죽도 잘 못 먹었다. 지금 세대에게는 아프리카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알고 있는 독재에 군사정권까지 겪었다. 베트남 전쟁에서 사람을 쏴 죽인 경험도 있다. 전쟁 후에 아무것도 없던 나라에서 지금의 부유하고 안전한 나라를 만들어주신 공헌도 있다. 정말 힘들고, 치열하고, 열심히 사셨다. 다 인정한다.

그래도 시대가 변했다. 전시도 아니고, 군사 독재는 옛날이야기가 되었으며 이제 독을 쓰지 않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시대는 끝이 났다. 그런데 아직까지 죽음을 각오한 악착같은 태도가 남아있다.

나이가 들면 그렇게 되는지, 아니면 그런 사람들이 나이를 먹었는지

친구와 그런 사람이 나이가 먹었는지, 아니면 나이가 먹어서 그렇게 됐는지 하는 논쟁을 벌였다. 만약 나쁜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 그렇게 되었다면 대한민국에 미래가 있고, 나이를 먹어서 그렇게 되는 거라면 이건 국가적 차원의 문제다.

우리 모두 나이를 먹는다. 너는 늙어봤냐, 나는 젊어봤다는 말도 일리가 있다. 적어도 어른이라는 나이대접을 받으려면 기본적으로 지킬 것은 지켜야하지 않을까? 나도 아버지 생각이 나서 70 다되어 가시는 할아버지가 맛있게 담배 피우는 걸 흐뭇하게 봐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나에게 직접적인 피해를 주는데 어떻게 흐뭇하게 봐주나. 내 자식, 내 손녀가 귀하면 남의 자식, 손녀도 귀하다. 내가 죽지 않으려고 남을 죽이는 것이 허용되던 전쟁과 무조건적 경로우대는 새로운 사회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어른 대접을 받으려면 먼저 어른이 되어야 한다. 나이가 '무적의 무기'가 되던 시대는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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