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직격탄 맞은 ' 조그만' 식당 직원의 간절한 바램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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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 = 칼럼니스트  신명관]

작년 6월, 맨 처음에 출근할 때에는 어차피 사장님이 아내분과 같이 일을 했기 때문에 주 3일 출근이었다. 8시간씩 일했고,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 근무도 해서 100만원 정도를 가져갔었다. 사장은 나와 꽤 오래 알고 지냈던 사이라서, 가게가 좀 더 안정화 되면 내게 맡긴 뒤 다른 가게 하나를 더 열까 생각하고 있었다. 나는 그 제안이 퍽이나 좋아보였기에 별 생각없이 받았다. 그리고 7월,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순간부터 가게는 조금 어려워졌다.

채 하루가 지나지 않아 불매운동이 터졌고, 내 가게는 일본식 심야식당이었기에 매출에 대한 직격탄을 맞았다. 가쓰오부시와 사케 종류를 제외하고서는 일본식이라고 말할 것들이 거의 없었지만, 소주에 인도네시아산 조개를 쓴 탕만 시키던 사람들마저 들어오지 않기 시작했다.

나와 사장님은 액땜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어차피 불매운동이 그리 길게 가진 않을거라고 생각했고, 자영업자가 일본식 식당을 한다 한들 친일파가 아니라는 것을 손님들이 모르진 않을 것이기에, 가게만 묵묵히 지켜낼 수 있다면 다시 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까진 코로나라는 게 올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니까.

나는 이제 가게를 듬성듬성 나가기 시작했다. 이번주에도 이틀 정도를 빠졌다. 내 사장은 성질이 급하고 괴팍하면서도 잔정이 많아서 나를 챙겨주지 못하는 걸 미안해하는 게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단 한번도 금전적인 트러블이 벌어진 적 없는 내 사장 형이었기에, 나는 시국이 시국이니 좀 덜 받아도 상관없다고 말했다만 형은 그게 아니었나 보다.

6년을 알고 지냈다만 굳이 필요하지 않은 말들을 이렇게 많이 하는 것도 처음 보고, 그 외에는 또 아무런 말이 없이 뒷주방에 들어가있는것도 처음 본다. 그저 내가 코로나 때문에 이런 기분이 드는 건지, 아니면 정말 사장 형이 그런 건지는 모를 일이다.

아마 이번 달은 월급의 전반도 채 가져가지 못할 것 같다. 심야식당의 직원은 출근시간이 6시다. 아무리 길어봤자 하루 3시간이 근무의 최대치다. 포장이나 배달이 혹여 들어올까봐 간판 불을 꺼놓고 가게에 한시간 더 앉아있지만, 4시간을 채운들 배달은 쉬이 들어오지 않는다. 8월, 2.5단계가 격상되었을 때 부랴부랴 신청한 배달 시스템이었으니 활발하게 들어오는 걸 바라는 건 나의 너무 큰 바람일 것이다.

식비로만 달 50을 넘게 쓰던 쪽이었는데 이번달은 5만원 선에서 그칠 것 같다. 사먹는 것도 아니고 채소를 왕창 사서 기름에 볶은 후 라면을 끓여먹는다. 장사가 괜찮아지면 그만두기로 마음먹었었는데, 매출이 돌아오는가 싶으면 어김없이 내려앉는 순간이 오는 것 같다. 나는 괜찮을 것이다. 이게 내 가게도 아니고, 월마다 내가 임대료를 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아직 부모님은 나를 더 챙겨주려 하시다보니 내가 염치불구하고 도와달라고 하면 도와주실 테니까.

다만 당장의 임대료마저 버거워진 내 사장 형이나, 주방에서 일하다 직장을 잃어버려서 일용직을 찾는 내 동창이나, 국비지원으로 다니던 학원마저 제대로 가지 못하게 된 친구나, 프리랜서로 활동하다 일의 절반 이상이 날아가버린 친구를 생각하면

안쓰던 칼럼을 쓰고, 다른 아르바이트를 찾고, 책이랑 침대 프레임을 팔까 고민하고, 이러다 올해 목표는 달성할 수 있을까 걱정하는 나를 스스로 발견하면

그냥 슬프고 우울하고, 조금 무기력해진다.

하루 천 명의 감염자가 나온 들,  내 누나가 살고 있는 영국에 비하면 애교인 숫자일 것이다. 그곳은 인구가 많지도 않은데 하루 1만 5천명씩 나오고 있으니까.

그러나 우리 누나도 영국에 하루에 만명 넘게 나오는 것은 놀랍지 않은데, 한국이 하루에 천 명 넘게 나오는 건 걱정된다고 했다.

나뿐이 아니라 각자의 사정으로 걱정을 안고 있는 것이 보여서, 코로나에 대한 글을 쓰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최근 들어 실감을 한다. 나도 좀 세게 흔들리고 있음을. 내 상황이 여의치 못함에 예민해지고 있는 나 자신을.

예전처럼 돌아갈 수는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돌아가주길 바랄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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