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어머니에 자신의 간(肝)을 떼어 준 이사람

[오피니언타임스 =  칼럼니스트 박재철]

지금으로부터 꾀 오래된 이야기다. 2007년 10월 15일 죽어가는 한 생명이 간이식을 받고 새롭게 탄생하는 날이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젊은 아낙의 힘으로 어린 두 아들을 대학까지 보내고 직장을 잡아 이제야 한숨 돌릴 차에 56세란 나이에 간암말기 시한부 선고를 받은 어느 홀 어머니의 이야기다. 오직 한 가닥 희망은 누군가의 간(肝) 이식(移植)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이었다.

환자는 이게 운명이라는 듯 삶을 순순히 받아 들였지만 두 아들은 청천 날벼락 같은 비보(悲報)에 평생 농사(農事)지으며 자식위해 애쓰신 불쌍한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형과 아우는 자신의 건강한 간을 제공하여 어머니를 살리겠다고 조직 검사에 들어갔다.

아! 그러나 조직 검사결과 두 아들 혈액형이 어머니와 불일치하여 이식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았다. 한마디로 절망이었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환자는 살 길이 없을까? 절망가운데 이 소식을 접한 환자의 큰 아들 친구가 “친구야 어머니 혈액형이 뭔데?” “A형”이라고 말하자. “내가 A형이야 친구야 걱정 하지마 검사결과 문제가 없다면 내가 기증할게” 친구의 어머니를 살리겠다고 흔쾌히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는 기적 같은 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당시 건장한 33세의 이화영 청년은 친구의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조직 검사에 들어가게 되었고 모든 것이 검사결과 100프로 기증하기에 적합하였다.

그 당시만 해도 부모를 위해서 자식이 기증하고, 형제 친인척이기에 자신의 간을 제공하는 경우가 종종 뉴스에 오르내리곤 했지만, 친 인척 관계가 아닌 단순한 친구 어머니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소중한 간장을 조건 없이 기증한 일은 그리 흔하지 않은 일이었다. 특히 기증하는 형제의 가족들이 극구 반대했으나 기증자의 아름다운 결단은 형제도 아무도 그의 확고한 의지를 꺾지 못하고 결국 허락하고 말았다.

서울 아산병원에서 그는 천사 같은 미소를 지으며 “간은 자란다고 합니다. 자란다는 것은 어려운 사람을 위해 하나님이 죽어가는 사람에게 새 생명을 재공하라는 것 아닐까요? 라는 말 한마디에 큰 강동을 받았다. 그리고 수술은 2007년 10월 15일 서울아산병원에서 성공리에 끝이 났고. 기증자와 기증받은 분은 친 모자간 이상의 정으로 서로 왕래하며 생활하고 있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했다.

이 후 기증자에게는 뜻하지 않은 경사(慶事)스런 사건이 일어났다.

병원 내에서 청년의 아름다운 미담(美談)은 입원 환자들 사이에 알려지게 되었고 당시 중병(重病)으로 죽음을 앞둔 어느 환자는 자신의 병을 간호하는 외동 딸 시집보내는 걸 보고 눈을 감아야 하는데 마땅한 사윗감이 없던 중에 이 청년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듣고 이런 사람에게 내 딸을 맡기면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는 마음으로 기증받은 친구엄마가 중매를 서게 되었고, 이화영 청년은 한 생명을 살릴 뿐만 아니라 중병의 어머니를 간호하던 아리따운 처녀와 아무런 조건없이 사랑 하나로 짝을 맺고 한 가정을 이루고 지금 이들은 경기도 이천에서 슬하에 예쁜 자녀를 두고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이런 일을 두고서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한다.

자신에게 난 상처는 어떤 상처인가?

지금이야 우리나라에도 문신(文身)하는 것이 예술(藝術)처럼 유행하고 있지만, 수년 전, 어느 문신을 한 젊은 가장(家長)의 이야기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 윗옷을 벗은 아빠의 모습을 본 유치원생인 아들이 “아빠! 등 가슴에는 무서운 그림이 왜 그려져 있어 무서워” 그러면서 아빠를 가까이 하지 않으려는 아들을 보고 그 말 한마디에 문신을 지우기 위하여 두 번이나 제거 수술 하고도 완전히 지워지지 않는 흉 자국을 가진 가장은 옛날을 한없이 후회하며 아들 앞에서 옷을 벗지 못하는 아픔을 토로하는 걸 보았다. 우리 모두는 내 외면에 상처의 흔적이 있는데 어떤 상처를 가지고 있는가? 차마 입 밖에 내밷기 힘든 숨기고픈 상처를...! 혹은 자랑스런 상처를... 온갖 상처투성인데 약을 써도 수술을 해도 낫지 않는 상처로 얼룩져 있지는 않는가?.

최근에 모 연예인이 악성 피부질환을 앓다가 어머니와 함께 자살한 안타까운 사건이 있다. 무엇보다 악성 댓글에 의하여... 딸과 어머니의 마음이 오죽했을까...?

요즘 관직(官職)에 입문할 때에 청문회를 통하여 그 사람의 사돈 팔촌까지 과거의 아픈 상처를 끄집어내 맘 아프게 하는 일들을 우리는 지켜보면서, 왜! 우리는 사랑하고 칭찬하고 격려하고 박수치며 배려하는데 익숙하지 못하고 아물지 않은 상처를 후벼대는데 성취감을 느낄까?

이화영! 지금은 불혹의 중년이지만 가슴에 새겨진 긴 상처의 자국은 천하보다 귀한 한 생명을 살린 아름답고 영광스럽고 자랑스런 상처라는 것을....!

요즘 십수년을 동거동락(同居同樂) 하다가 노후(老後)에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졸혼(卒婚)이니 황혼이혼(黃昏離婚)이니 해서 우리 주위를 안타깝게 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진정 사랑의 약이 필요하다.

단순한 우리말은 사랑이란 한 단어로 표현되지만 기독인에게 사랑은 네 가지가 있다.

첫째: 에로스, 이는 육체적인 사랑 즉. 남녀 간의 이성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둘째: 스테르고, 가족 구성원의 사랑 즉. 부모와 자식 간의 사랑이요. 형제와 친족 간의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필레오, 이는 깊은 친구간의 우정적인 깊은 사랑을 의미한다.

넷째: 아가페가 있다. 이 사랑은 생명까지도 조건 없이 줄 수 있는 사랑이다. 그러니 이 청년은 필레오를 뛰어넘어 아가페를 더한 진국 사랑이다.

어쩌면 우리는 조미료를 잔뜩 첨가해서 미각(味覺)을 자극해야 그 음식을 좋아하지. 조미료를 가미하지 않는 음식(뉴스)에는 별 관심이 없다. 서로 사랑하고 살아도 우리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이 너무 짧다.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새삼 그리워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 고달픈 삶을 아름다운 세상으로 바꾸어 준 아름다운 사람 이화영 처럼 그렇게 살 수는 없을까?.

박재철목사 주원교회(salrom984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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