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신재훈]

2020년 정치권을 강타한 키워드 중 하나는 “내로남불”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교수들이 뽑은 올해의 사자성어에서도 같은 결과가 나왔다.  1위는 나는 옳고 남은 그르다는 뜻의 “아시타비(我是他非)”다.  이는 원래 사자성어가 아니라 “내로남불”을 뜻하는 신조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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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위는 낯이 두꺼워 뻔뻔하고, 부끄러움을 모른다는 뜻의 “후안무치(厚顔無恥)”다.  이 또한 내로남불과 깊이 관련된 사자성어다.

내로남불은 본질적으로 자신과 남을 바라보는 시각이 서로 다른 일종의 이중 프레임이다. 나와 내편이 하는 모든 것은 옳고 정의롭다는 인식에서 출발한다. 또한 자신의 주장을 그럴싸하게 포장하기 위해 유리한 근거와 논리만을 활용하며 심지어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을 늘어 놓기도 한다.

설사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불가피한 사정이나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는 “아전인수(我田引水)”식 핑계로 합리화한다.  반대로 남이 하는 모든 것에 대해서는 정의롭지 못하고 나쁜 의도가 있다는 부정적 프레임으로  일관한다.

내로남불은 상황과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다 보니 같은 사안에 대해서도 자기가 하면 옳은 것이고 남이 하면 잘못된 것이라는 논리적 모순에 빠지기도 한다. 영화 “그 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의 제목처럼 말이다.

신뢰의 핵심이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라 할 때 이런 류의 인간들은 신뢰할 수도 없고, 가장 상대하기도 싫은 인간들이다.

학창시절 배운 군자의 덕목은 자기자신에게는 철저하고 남들에게는 관대 하라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정치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태도는 이와는 반대로 남에게는 과도하게 철저하고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관대한 태도다.  “똥 묻은 개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말처럼 남의 허물만 보고 자기 허물은 보지 못하는 것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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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고사성어와 속담이 생긴 것을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자신과 남들 모두에게 똑 같은 기준과 태도를 갖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인 모양이다.

그렇다면 즐겁고 행복한 은퇴생활을 위해 가져야 할 가장 이상적인 태도는 무엇일까? 일관성과 긍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태도인 내가 해도 로맨스 남이 해도 로맨스, 즉 “내로남로”일 것이다.

왜냐하면 나와 남 구분하지 않고 세상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일관성 있게 바라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나와 남 모두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최상의 프레임이기 때문이다. 만약 내로남로라는 가장 이상적인 삶의 태도를 가질 수 없다면 차선은 무엇일까?

내가 하면 불륜 남이 하면 로맨스, 즉 자신에게 철저하고 남에게 관대한 태도인 “내불남로” 보다는 차라리 “내로남불”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자신에게 철저하고 남들에게 관대하다는 것은 군자가 아닌 평범한 사람에게는 근본적으로 불가능 할 뿐만 아니라 그런 태도를 지니려는 노력 자체가 커다란 스트레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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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그런 태도를 견지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에 대한 책망, 반성, 후회 등 부정적이고 회의적인 감정으로 귀결되기 쉽다. 사실 은퇴인들에게 가장 좋지 않은 것은 세상에 대한 부정적인 태도와 자신을 비하하는 것이기 때문에 내불남로는 가장 피해야 할 태도인 것이다.

반면 내로남불은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해 무한히 긍정적인 태도를 갖는 것이므로 남에 대한 부정적 시각만 과하지 않다면 즐겁고 행복한 은퇴생활을 즐기는데 도움이 된다.

책임 있는 공인들의 내로남불은 사회적 파장과 피해가 크기 때문에 해서는 안 되지만, 영향력 없는 은퇴인의 경우 남들에게 특별한 피해를 주지 않을 뿐더러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는 많은 문제들을 적당히 좋게 넘김으로써 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

 

신재훈

BMA전략컨설팅 대표(중소기업 컨설팅 및 자문)

전 벨컴(종근당계열 광고회사)본부장

전 블랙야크 마케팅 총괄임원(C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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