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신명관]

작년에 한창 논란이었던 덮죽덮죽 사건에 대해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백종원의 도움과 스스로의 끊임없는 노력이 합쳐저, 포항의 한 음식점 사장님이 ‘덮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돈에 눈이 먼 프랜차이즈 하나가 덮죽으로 프랜차이즈를 만든 뒤, 상표를 등록하고 그 덮죽과 관계가 있다는 듯이 장사했다. 다행히 외식 사업의 정점에 백종원이 있었고, 백종원은 해당 문제를 인식한 뒤 덮죽의 오리지널을 다시 되찾을 수 있도록 조치하는데 힘쓰기로 했다. 

사진= 픽사베이
사진= 픽사베이

2020년 1월, 문학계에도 덮죽덮죽과 비슷한 사건이 터졌다. 음식이 아니라 작품을 따라했고, 단순한 표절이 아니라 거진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베낀 도용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일 것이다. 피해자는 김민정 작가. 도용된 작품은 그녀의 백마문화상 수상작인 ‘뿌리’. 그리고 저작권을 무시하고 그대로 가져다 쓴 사람은 손모씨이다. 그는 그녀의 작품을 도용해서 다섯 개의 문학상에서 수상을 했다.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  

사진=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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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이 사건을 두고 누리꾼들의 반응과 피해 작가의 대응을 말하며 손모씨가 얼마나 경악스러울만한 짓을 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중이다. 그런데 잠깐. 지금 저 다섯 개의 수상 경력을 보면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손모씨의 인간성을 제외하고도 세 가지가 더 있다.

1. 손모씨는 작품을 1년간 우려먹어놓고, 김민정작가를 모른다고 답했다

모두 다섯 개의 문학 공모에서 수상을 했다고만 명시하고 있는데, 해당 공모전들의 작품 접수 기간은 아래와 같다.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2020년 2월~4월 공모 접수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2020년 5월 공모 접수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2020년 8월~10월 초 공모 접수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2020년 12월 공모 접수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2020년 11월까지 공모 접수

다시 말해서 그는 2020년 2월부터 2020년 12월까지, 거의 1년의 시간을 한 작품으로 우려먹었다는 말이 된다. 이 와중에 1월 18일이 되어서야 현 사태에 대해 슬그머니 사과를 하기 시작했는데, 그 말이 다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공모전 출품을 위해 준비했지만, 글이 잘 써지지 않았다. 그래서 구글링 중에 한편의 글을 발견하게 되고, 그 글로 여러 곳의 문학상에 공모를 했다. 그냥 인터넷에 떠도는 글인 줄 알았다. 작품 표절이 문학상 수상에 결격 사유가 되는지는 몰랐다”,“그 글이 김민정 작가의 것인지도 몰랐다”

그러니까, 10달의 시간동안 우려먹었으면서 그 작품의 원작자가 누군지 단 한번도 생각하지 않았다는 소린데, 이게 과연 상식적으로 납득이 되는 소리일까.

2. 더 있지 않을까

손모씨는 문학 공모전 뿐이 아니라 디카시, 아이디어, 슬로건 등등의 공모전에서도 표절한 이력이 있다. 본인에게 돈이던 명성이던 이득이 있다 싶으면 남의 작품에 대한 저작권 의식을 묵살하고 사용해온 듯한 흔적이다.

그럼 나는 궁금해진다. 공모전에서 수상을 했기 때문에 저 문학상들이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킨 것 뿐이지, 과연 여기서 끝이 날까? 지금 당장 2020년동안 시행되었던 공모전들의 공모작을 가져오는 순간, 이곳저곳에서 김민정 작가의 작품이 나오게 되지 않을까?

그리고 2020년 내내 손모씨의 저 만행이 단 한 번도 제재받지 않았음에 다시 생각해보자면, 과연 이게 손모씨만으로 끝날 문제가 맞을까? 지금 당장 역대 수상작들을 모두 들춰보기 시작한다면 작품의 표절 및 도용문제는 훨씬 더 많이 나오지 않을까? 단어 한 두 개만 바꾸고 토시 하나 틀리지 않은 채로 올라간 작품이 한 해에 다섯 번이나 수상을 한다면, 적어도 다른 해에는?

3. 문단이 반성해야 할 때가 왔다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인터넷에 떠도는 글인 줄 알았다”는 손모씨의 말이 사실이라고 치자, 그렇다면 문학 심사위원들은 당선작을 선정할 때 표절/도용 검사는 둘째 치고 작품에 대해 단 한번의 구글링도 하지 않고 당선자를 뽑았다는 소리가 된다.

사실상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한 입장에서 가장 납득이 안 되는 건 손모씨의 반사회적 행동보다는 손모씨에게 수상을 쥐어준 기관들이다. 당장 석/박사의 대학원 논문도 카피킬러(표절/도용 방지 프로그램)를 적용하면서 낸다. 그런데 ‘상금’을 걸어놓은 공모전에서 도용 작품을 선정한다? 포천 38문학상은 작품 도용을 넘어서서 수상소감마저 복사한 것을 그대로 책으로 내놨다.

작가와 작품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가 보장되어다면 아마 이러한 문제는 해가 바뀌고 나서야 불거지지도 않았을뿐더러, 손모씨가  다섯 개의 문학상을 가져가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고의적으로 저작권을 훔쳐가는 것은 민사도 아니고 형사처벌이 되는 중죄다. 만행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문단은 향후에도 표절과 도용으로 인한 문제가 벌어질 때마다 상당한 비난을 받게 될 것이다.

신명관

대진문학상 대상 수상

펜포인트 클럽 작가발굴 프로젝트 세미나 1기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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