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전 미국대통령=mbc유튜브 뉴스 영상캡쳐
트럼프 전 미국대통령=mbc유튜브 뉴스 영상캡쳐

 

[오피니언타임스= 임종건 칼럼니스트]미국의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정보는 바른 정보와 가짜 정보를 종합 평가한 것이기에 정확도가 매우 높은 정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이 미국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어떤 정보를 근거로 작년 11월 3일 대선을 부정선거라고 주장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그는 백악관을 떠난 지금에도 부정선거 주장을 굽히지 않았고, 자신의 선거 패배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정녕 대선에서 자신이 승리했었다고 믿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패배한 것을 알면서도 지지자들을 결집하는 수단으로 그런 거짓과 억지의 주장을 버리지 않고 있는 것일까?

전자일 것으로 믿는 사람들은 그 이유로 트럼프의 독특한 사고체계를 근거로 든다. 대표적인 사람이 트럼프의 조카인 심리학자 매리 트럼프이다. 그녀는 가족의 일원으로 그녀가 지켜본 트럼프의 성격은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고, 그런 삶이 대부분 성공적이었던 탓으로,  그는 패배를 인정하지 않는 성격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그가 2016년 대선에 출마해 공화당 내 경선과 본선을 거쳐 승리하는 과정은 그의 승리의 인생에서 절정이었다. 그에게 당선은 기정사실과 같았다. 패배할 경우 결과를 뒤집어서라도 승리로 만들 심산이었던 듯하다. '표 도둑을 막자(Stop The Steal)'는 선거 불복 캠페인은 그가 이미 2016년에 기획했던 것이다.

당시 트럼프는 유권자 투표에서 200여만 표를 힐러리 클린턴 후보에게 지고서도 운 좋게 선거인단 선거에서 이겨 당선됐다. 그때 졌더라면 1월 6일의 의사당 점거 난동은 2016년에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그는 미국의 허술한 선거제도로 인해 자신이 졌다고 믿고 있다. 미국의 선거제도는 관련 규정이 연방과 주에서 다르고, 주마다 심지어 카운티마다 다른 곳도 허다하다. 투개표 기계의 오작동이나 종사자들의 실수로 인한 착오의 발생 가능성도 상존한다.

2017년도 연방소득세 납부액이 750달러에 불과했을 정도로 트럼프 대통령은 기업을 경영하면서도 법의 허점을 이용하는데 '천재'였다. 선거법의 허점을 이용해 무더기 선거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정해진 길이었다.

선거에 앞서 선거소송의 최종심판 기관인 연방대법원 판사의 구성을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보수 6명 대 진보 3명으로 만들어 놓기도 했다. 트럼프 측은 소송 중의 하나를 직접 연방대법원에 제기했지만 대법원이 증거부족을 이유로 즉각 기각함으로써 그의 기대는 무산됐다.

의회에서 민주당이 부정선거 논란을 제거하기 위한 선거법 개정에 나서고 있고, 뒤늦게나마 트럼프도 퇴임 후 자신의 할 일이 2022년 의회선거와 2024년 대선에서 공화당의 승리를 되찾는 것이라며, 선거법 개정을 우선적 과제로 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당선에 대한 확증편향을 갖게 된 것은 주변의 음모론자들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2016년 대선 출마를 권유했다는 로저 스톤이다. 정치는 통합이 아니라 분열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의 지론 가운데는 정치인은 절대 자신의 과오를 시인해선 안 된다는 것과, 상대의 공격에는 더 신랄한 공격으로 반격하는 것이 최상이라는 것도 있다. 공격이 효과적이려면  주장의 근거보다 선정성이 중요하다고 했다. 트럼프 정치에서 음모론과 거짓 주장이 판을 치게 된 배경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합리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사람들은 먼저 그가 '대승(大勝)한 선거'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2016년이나 2020년 선거를 앞두고 거의 모든 여론조사는 그의 승리를 낮게 예상했다. 

그가 얻은 4,700만 표의 득표는 역대 선거에서 다른 어느 후보가 받은 표보다 많은 것이지만 바이든 후보의 득표는 8,100만 표로 트럼프보다 700만 표나 많았다. 트럼프는 자기 표만 커 보였지 상대의 표는 도둑질한 표로 보였을 뿐이었다. 전형적인 자기애적 사고방식이다.

선거제도가 잘못됐다면 그 결과는 전국에 미쳐야 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자신이 패배한 주에서만 부정선거가 벌어졌다고 주장했다. 그처럼 근거제시도 없는 일방적인 주장이라는 이유로 법원은 트럼프의 제소를 기각했다.

작년의 대선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하지 않았던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코로나19이다.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코로나19에 걸려 가장 많은 사람이 사망한 나라였다. 트럼프의 퇴임일인 1월 19일 기준 미국의 확진자는 2,400만 명, 사망자는 40만 명이었다.

그의 선거구호였던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는 퇴색하고, 미국은 ‘세계의 걱정거리’로 전락했다. 자신이 코로나19에 감염까지 돼 미국의 방역실패를 전 세계에 선전했다.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중 경제적 타격은 트럼프 대통령에겐 치명적이었다. 연간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2.9%), 실업률이 11.5%에 이르러 4년 전 취임 때보다 배 이상 악화한 상황에서 치른 선거였다. 

그가 부정선거의 원인으로 개표결과 자신에게 불리했던 사전투표를 꼽았으나,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비대면의 사전투표 확대의 필요성은 민주 공화 양당이 인정한 것이다. 사전투표 대상 유권자들이 코로나19 대책에 실패한 트럼프에게 우호적이지 않을 것이란 점은 짐작할만한 것이었고, 설령 사전투표에 문제점이 있었해도, 이를 시정할 책임은 집권당 대통령인 자신에게 더 있었다.

부정선거 주장은 이른바 '바나나 공화국'으로 불리는 제3세계 국가에서 선거에 진 야당 측이 흔히 제기한다. 주로 집권당 측이 매표, 협박, 투개표 조작 등의 수법을 동원한다. 선진국에선 20세기 이후 그런 원시적 부정선거는 사라졌다.

민주주의 모범국으로 자처한 미국에서 21세기에 부정선거가 자행됐고, 그것도 집권당이 아니라 야당 측에서 저질렀다는 트럼프의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것은 미국인의 자존심에 손상을 가하는 일로서, 대다수 미국인들이 정서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기도 하다. 이와 관련, 조지 부시 전 미국대통령은 부정선거를 빌미로 한 의사당 난동에 대해 “미국이 바나나 공화국이 됐다”고 개탄했다.

이같은 일련의 과정으로 보건대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하지만 공개적으로 시인할 수 없는 형편인 것으로 여겨진다. 상원 탄핵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더욱 그렇게 됐다. 한마디로 그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형세이다. 

트럼프가 지금도 자신의 승리를 의심 없이 믿고 있다면 그런 판단력의 세계 최강국 대통령이 퇴임한 것을 세계는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 무엇보다 그가 퇴임사에서 자랑한 “재임 중에 전쟁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해...

[필진주요 약력]
한국일보 서울경제 기자 및 부장/서울경제 논설실장 및 사장

 한남대 교수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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