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타임스=신재훈 광고칼럼니스트] 흥행에 성공한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주연 배우의 연기력과 감독의 연출력 그리고 주목받는 사회적 이슈를 소재로 한 탄탄한 시나리오는 기본이고 거기에 빛나는 조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더해져 풍성한 볼거리와 함께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점이다. 

최근 트로트가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음악 장르로 거듭나게 한 주연은 누가 뭐래도 젊고 참신한 신세대 트로트가수들이다.

그러나 특이하게도 2019년 “내일은 미스트롯”이 만든 트로트 열풍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것이 음악프로가 아닌 예능오락프로라는 것이다.

국민MC 유재석이 MBC 예능프로그램 “놀면 뭐하니?”에서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나오면서 관심과 흥미를 더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트로트 가수들뿐만 아니라 독특한 캐릭터를 가진 작곡가, 작사가, 뮤직비디오 제작자 등이 소개되면서 트로트에 대한 대중적 관심이 증폭되었다.

트로트 열풍을 만든 데 일조한 빛나는 조연은 단연 유산슬이다. 중국음식점의 대표 메뉴인 유산슬이 이제는 놀면 뭐하니? 에서 유재석이 분한 신인 트로트 가수 유산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유산슬과 더불어 트로트 열풍을 만드는데 커다란 기여를 한 또 다른 조연이 있다.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항상 욕을 먹는 “따라 하기”라는 방송 제작 관행이다. 한 프로그램이 뜨면 제목과 형식만 살짝 바꾼 유사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생긴다.

2020년 1월 내일은 미스트롯의 후속편이자 남자 버전인 “미스터 트롯”가 방영됐다. 그 이후 거의 모든 방송사에서 트로트를 주제로 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앞다투어 내놓았다.

MBN의 “트로트퀸”을 을 시작으로 MBC에브리원은 “나는 가수다”의 트로트 버전인 “나는 트로트 가수다”를 SBS는 “트롯신이 떴다”를 TV조선은 트로트의 원조 방송사답게 “사랑의 콜센터”와 “뽕숭아 학당”을 방영하였고 이후로도 이러한 자가 복제와 따라 하기는 계속되고 있다.

방송에서의 붐은 광고로도 이어져 지금은 거의 광고의 반이 트로트 광고라는 소리가 나올 정도로 광고계마저 접수했다. 그 중심에 임영웅이 있다. 그는 업종파괴 그리고 공식 파괴자다.

쌍용자동차 렉스턴, 청호나이스 정수기/공기청정기, 클라비스 건강팔찌, 바리스타룰스 커피, 새치 케어 샴푸, 발효홍삼, 구전 녹용, 임플란트, 인디안 웰메이드, 청년 피자, 라즈케어 화장품, 두마리 치킨, 경동나비엔 온수 매트 등 거의 모든 업종의 광고를 찍었다. 심지어 그의 이름을 쓴 금융상품까지 출시되었다.

또한 그는 트로트 가수로서의 특징을 살린 광고에도 출연하지만, 장동건이나 정우성처럼 폼만 잡기도 하는 등 기존 트로트 가수가 모델인 광고의 공식을 파괴하고 있다.

전성기를 맞이한 트로트 열풍이 반갑지만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트로트 열풍으로 커진 트로트 시장의 과실을 일부가 독식하고 있으며,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모든 트로트 프로뿐 아니라 광고와 행사마저 그들의 전유물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외되고 주목받지 못하면서도 묵묵히 그 자리를 지켜온 중견 트로트 가수들에게도 트로트 열풍의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드는 것은 그들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만은 아닐 것이다. 가요계를 비롯한 문화계 전반에서도 이제는 정의와 공정의 개념이 필요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얼마 전 국세청에서 발표한 상위 1%의 가수가 가요계 전체 수입의 53%를 독식하고 있다는 기사를 보면서 그러한 생각은 확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