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윈도우 오라클 밀어낼 소프트 웨어 삼성 나와야

마이크로소프트(왼쪽)과 BTS 그룹=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YTN유튜브 뉴스영상캡쳐
마이크로소프트(왼쪽)과 BTS 그룹= 마이크로소프트 홈페이/YTN유튜브 뉴스영상캡쳐

 

[오피니언타임스=박내석 소방기술사] 격세지감이다. 아니다. 자고 일어나니 밤 사이에 내린 눈으로 온 세상이 하얗게 바뀌어 있는 아침을 보는 듯하다. 

박내석 소방기술사=오피니언타임스
박내석 소방기술사=오피니언타임스

상상하지도 못하던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Made in Korea 이야기다. 우리 영화는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했다. BTS의 신곡이 빌보드 차트 1위를 차지하는 것도 이젠 특별하지 않다.

전기차 세상이 온다는데 거기에 핵심인 밧데리 시장에서는 우리 기업이 멀찌감치 앞서 가고 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애플 같은 미국 기업도 별것 아니라는 것을 보았다. 한참을 앞서가고 있을 듯만 한 일본 역시 우리가 상대하지 못할 나라가 아니라는 것도 수출규제 사태에서 확인하였다.

미국의 대통령선거를 보면서 우리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얼마나 안정되고 성숙했는지도 볼 수 있었다. 세계 정상의 나라와 우리가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생각을 갖기에는 충분한 경험들이다. 그러니까 우리도 이제 선진국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냉정하게 이야기하자면 자신감을 가질 만한 성공 사례를 보았다는 딱 거기까지 일 것이다.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것을 누구도 부정하지는 않을 것이다.내가 25년 넘게 종사했던 소프트웨어 산업은 어떨까?  

우리는 과연 애플을 밀어내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과 같이 PC의 Windows, 기업용 정보시스템의 Oracle이나 SAP를 넘보는 국내 기업의 소프트웨어들을 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소프트웨어는 앞서 보았던 여러 성공 사례의 산업과는 크게 다른 점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지역적 제약이 없다는 것이다. 

우선 소프트웨어는 생산 공장이 필요 없다. PC 한 대에서도 무한 복제가 가능하다. 요즘의 기술로는 이마저도 클라우드에 올리면 끝이다.

따라서 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여러 인프라가 불필요하다. 저렴하면서도 품질 좋은 부품을 조달하기 위한 협력업체 인프라도 비교적 단순하다. 그것을 실리콘벨리의 창고에서 개발하든 일산의 작은 오피스텔에서 개발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또한 나라와 민족에 따른 문화적 차이도 별 의미가 없다. BTS에는 한국만의 고유한 한류문화가 있었고 기생충에는 한국 영화의 차별성이 존재했던 것이지만 윈도우와 같은 프로그램에 얼마나 문화적 배경이 필요하겠는가?

그러다 보니 세계는 하나의 생산기지이고 하나의 시장이 된다.우리 소프트웨어 기업이 한국이라는 백그라운드 없이 벌거벗은 채로 경쟁할 준비가 되어있다면, 우리 인력의 우수성을 따져볼 때 그 날도 멀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아직 우리에게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경쟁 시장의 언어가 영어라는 점이다. 극단적으로 영어로 사업할 자신이 없이는 창업하지 말라는 말이다.

똑같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보안소프트웨어를 만들겠다고 창업한 두 회사가 있다. 한 회사는 촌스러운 발음이지만 영어로 대화하기에 무리가 없는 인도의 붐바이에서 시작했고 한 회사는 일단 성공하면 영어 잘하는 직원을 채용하겠다는 마음으로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창업했다고 보자. 

고만고만한 기능과 품질의 소프트웨어를 개발하였고 경쟁 제품들의 틈새에서 시장 1% 정도를 차지한다고 보자. 하지만 두 회사의 1%는 다르다. 전 세계 시장의 1%와 한국시장의 1%의 차이가 된다. 

시장이 협소하면 고객 하나 하나의 요구가 매우 중요하다. 그러다 보면 표준화된 제품이 아니라 고객마다 모두 다른 제품으로 맞춰지게 된다. 넓은 시장에서는 하나의 표준 제품만 업그레이드하면 끝나지만 협소한 시장에서는 고객마다 색깔이 다른 수많은 제품들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수익성이 좋을 수가 없다. 

나쁜 수익성은 연구개발과 인력투자의 축소로 연결된다. 누적된 투자의 차이는 결국 제품의 품질 차이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지역적 제약이 없는 하나의 시장이기에 한국 시장에서마저도 붐바이의 제품에 밀리게 된다는 말이다.

가끔은 마케팅이나 영업 담당은 영어로 의사소통이 충분히 가능하지만 개발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것도 안타까운 경우가 된다. 개발자가 소통해야 할 부분이 있고 마케팅이나 영업이 소통해야 할 부분이 따로 있으니 말이다. 의사소통이 가능해야지 기술도 있고 영업도 있는 것이다. 

영어의 중요성을 이야기하지만 참으로 진부하고 민망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다. 현실이다. 체력이 될 때 비로소 기술도 의미가 있게 되는 야구의 투수와도 같은 이야기다. 역설적으로 한국을 버릴 때 비로소 한국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다는 말을 하고 싶다.
  

[저자약력]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소방기술사
한국기술사회 통일준비위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기술평가위원
한국교통안전공단 기술평가위원
㈜하나기술단 전무(현)
현대유엔아이(주) 상무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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