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화재 65%로 높아

안동일대 산불 모습=안동mbc 유튜브 영상 캡쳐
안동일대 산불 모습=안동mbc 유튜브 영상 캡쳐

[오피니언타임스=박내석 소방기술사]겨우내 움츠렸던 사물들은 기지개를 켜고 들판은 부지런한 농부들로 부산하다. 한편으로는 매 계절 그러하듯이 봄을 맞은 불청객들도 피해가지 않는다. 중국으로부터의 황사 그리고 바짝 건조한 산에서의 산불 들이다.

황사는 위성을 통해 예고라도 할 수 있지만 산불은 이마저도 불가능하여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된다. 특히 계절풍이라도 만나게 되면 초대형 화재로 발전하는지라 그 피해가 이만저만 아니다.

국가화재정보센터의 통계에 따르면 2020년도에는 전국적으로 38,659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건물에서 화재가 65%, 그 다음은 쓰레기 야적장 등으로서 20%, 자동차 등 교통수단이 10%, 임야 화재가 4% 정도로 뒤를 따른다. 

전국의 화재 발생 건수나 발생 장소별 수치들은 매년 큰 차이 없이 비슷하다.발화요인으로 살펴 보자. 부주의가 50% 정도로 압도적이다. 전기설비에 의한 경우가 24%로 그 뒤를 따른다.
방화나 방화의심사례도 750건 이상으로 거의 2% 가까이 된다. 100건 중 2건은 고의적으로 일으킨 방화라는 것이다.

자연적 요인도 적지 않다. 벼락이 대표적이다. 그 밖의 자연적 요인으로는 수렴화재라는 것도 있다. 비닐하우스 지붕 등에 고인 물이 볼록렌즈처럼 작용하여 태양으로부터의 복사열을 한곳으로 집중시킨다.

마침 그곳에 탈 만한 것들이 있을 경우 화재가 일어나는 것이다. 등산객들이 무심코 버린 생수병 속에 마시다 남은 물들도 볼록렌즈가 되기에 충분하다. 반드시 기억해서 주의해야 할 부분이다.

화재가 발생할 만한 장소라면 어디든지 몇 걸음 이내로 도달할 거리에 소화기들이 비치되어 있다. 화재의 초동 대응을 위해 소방 관계법에 따른 것이다. 

소화기들을 자세히 보게 되면 A,B,C 또는 K 등의 알파벳이 적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해당 소화기로 대응할 수 있는 화재의 종류들을 의미한다. 사진 속의 소화기는 A,B,C급 화재에 적응성을 갖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K급 화재란 주방(Kitchen)의 식용유 화재를 의미한다. 식용유는 물질의 특성 상 불이 일어나는 온도(발화 온도)가 다른 물질들보다 낮다. 그렇기 때문에 뜨거워진 식용유는 라이터와 같은 것으로 가열하지 않아도 저절로 불이 일어난다. 급한 마음에 신문지로 덮으면 산소가 차단되어 순간적으로 불은 꺼진다.

그러나 뜨거운 온도가 여전하여서 신문지를 없애는 순간 다시 불이 붙어 버리는 특성이 있다. 그렇다 하여 물로 불을 끌 수도 없다. 기름에 물 붓기로 더욱 강한 화세를 만들기 때문이다. 따라서 주방의 식용유 화재에 대해서는 별도의 소화기가 필요한 것이다. 

한편 식용유는 발화온도가 낮아서 그것을 닦아 버린 기름종이가 장시간 햇볕에 노출될 경우 화재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에도 주의하자.

C급 화재는 전기가 흐르고 있는 상태의 화재를 의미한다. 주방화재와 마찬가지로 감전 위험 때문에 물로는 끌 수 없는 화재이기에 이 역시 가스나 분말식 소화약제를 사용하는 특별한 소화기를 요구하는 화재가 된다. 

A급과 B급은 재가 남는 화재냐 아니냐로 구분하는데 B급은 재가 남지 않는 유류 및 가스화재를 지칭한다. 유류화재 역시 물을 사용하기에 부적합한 화재다. 

우리 나라에서는 별도로 분류하지 않지만 일부 외국의 경우는 D급 화재라고 하여서 금속류의 화재를 별도로 구분한다. 마그네슘 같은 금속류의 화재는 온도가 아주 높은 고강도 화재라서 이 역시 특별한 약제를 사용하여야만 소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소화기에 적응하는 화재가 표시되었다는 것은 해당하는 화재에 대해 정해진 소화시험에 통과하여 형식승인을 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화재를 구분하였어도 건물이나 산림 등 생활 주변 자연에서의 대부분의 화재는 A급 화재라고 볼 수 있다. A급 화재에 대해 소화성능이 가장 좋은 소화약제는 물이다.

화재는 어디에서든지 일어날 수 있지만 이에 대응할 수 있는 물이라는 최상의 무기 역시 손쉽게 구할 수 있다는 점은 자연의 절묘한 견제와 균형 그리고 음양의 조화를 생각하게 한다. 
Covid-19에 지쳐 맞이하는 봄이다. 아무쪼록 대형 산불화재 없는 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박내석 소방기술사=오피니언타임스
박내석 소방기술사=오피니언타임스

 

[저자약력]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소방기술사
한국기술사회 통일준비위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기술평가위원
한국교통안전공단 기술평가위원
㈜하나기술단 전무(현)
현대유엔아이(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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