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법정전전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7년 만기출소
권력형 비리 정치인 솜방망이 처벌

이재용삼성그룹 부회장(왼쪽)과 김경수 경남지사=YTN유튜브 뉴스 영상캡쳐
이재용삼성그룹 부회장(왼쪽)과 김경수 경남지사=YTN유튜브 뉴스 영상캡쳐

[오피티언타임스=윤영걸 전 매경닷컴 대표]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에 닥친 고난은 끝이 없어 보인다. 구치소 수감 중 충수염 수술을 받고 회복 중인데 대장 일부가 괴사 되어 절제했다고 한다. 구치소에서 갑자기 고통이 찾아왔어도 특혜시비가 빚어질까 아픈 배를 움켜쥔 채 제대로 호소조차 못했단다.

병원에 있는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 수사심의위원회는 프로포폴 투약의혹 수사를 중단하라는 권고를 내렸지만 이 또한 어떻게 될지 모른다. ‘모호한 결론’이기 때문이다. 수사계속 여부에선 중단 쪽으로 기울긴 했지만, 기소를 놓고 7대 7로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검찰은 지난해에도 심의위 권고를 뒤집고 불법승계 혐의로 이 부회장을 기소한 바 있다.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인다며 도입한 수사심의위원회이지만 수용여부는 권력자의 입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만일 이 부회장을 상대로 추가 기소가 이뤄질 경우, 국정농단 재판 4년에 이어 상당기간 법정을 전전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에게 86억원의 뇌물을 건넨 혐의로 2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물론 국민 누구나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한다. 죄를 지었으면 처벌을 피할 수 없다. 그런데 법의 칼날이 유독 기업인에게 가혹해 보이는 것은 왜 일까. 글로벌 경쟁시대에 총수 없이 항해해야 할 ‘삼성호’의 미래가 걱정이다.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72)이 지난 1월 7년 만에 만기 출소했다. 재기는커녕 생활비조차 여의치 않아 지인의 빈 아파트에 임시로 거주한다고 한다. 현 전 회장의 부인인 이혜경 씨는 지난해 11월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명문가 출신에 화려한 스펙을 가진 현 전 회장은 재계의 스타 경영인이었다.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맞아 동양그룹은 은행대출 보다는 계열 금융회사를 통해 CP와 회사채에 의존해 자금을 조달했다.

 직접금융은 회사의 목을 겨누는 비수가 된다. 산업은행 같은 제1금융권 대출이 많았으면 대마불사(大馬不死)라는 말처럼 쉽게 넘어갈 고비를 CP와 회사채와 같은 직접금융(증권시장에서 기업이 주식 또는 회사채를 발행해서 직접 자금을 조달)으로는 넘을 수 없었다. 투자자들의 집단행동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자산이 부채 보다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동양그룹은 유동성위기에 휘청거렸다. 형제기업인 오리온그룹에 SOS를 요청했지만 싸늘한 반응이 돌아왔다. 결국 현재현 회장은 2015년 10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사기성 CP와 회사채를 발행해 투자자 4만 여 명에 피해) 등의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물론 동양그룹의 파산배경을 자금조달 방식만의 문제라고 치부할 수 없겠지만 부실규모가 훨씬 큰 다른 재벌에 비해 ‘억울한’ 면이 있었던 것은 분명하다.

기업인에 비하면 여권 정치인에 대한 판결은 참으로 관대하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당선시킬 목적으로 매크로(자동입력반복)프로그램인 ‘킹크랩’을 이용해 댓글조작을 벌인 혐의로 징역 3년형 유죄판결을 받았던 드루킹 김동원씨가 만기출소했다.

그러나 공범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 대한 재판은 여전히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에서 왠지 시간을 질질 끄는 느낌이 든다. 앞선 2심은 김 지사의 댓글 여론조작 혐의에 대해 징역 2년을 선고했지만 법정구속을 하지 않았다. 2019년 1월 1심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를 법정구속했던 성창호 부장판사는 갑자기 기소돼 ‘보복기소’논란이 빚어지기도 했다.

한명숙 전 총리는 이미 뇌물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형기를 마쳤는데도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증언이 조작되었다며 수사지휘권을 행사해 검찰에서 격론 끝에 유야무야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위증이 아니라는 검찰의 결론은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만 10년 전의 부적절한 수사관행이 드러났다고 주장하며, 대검 감찰부와 법무부 감찰관실에 한명숙 사건 수사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하게 합동감찰하라고 지시했다.

시효가 7년이나 더 지난 사건이지만 왜 하필 한명숙 사건이냐는 의문이 든다. 문재인 정부가 높이 평가하는 ‘국정농단 수사’와 관련해 인권침해 호소가 줄을 이었고, 국정원과 기무사 사건 수사과정에서는 세 명이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도 일언반구 설명이 없었다. 편가르기 논리 외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부는 무려 2조원 이상이 증발한 라임 옵티머스 펀드 사기범죄가 터졌는데도 수사는 별 진전이 없다. 청와대와 권력 실세가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흔적이 드러났지만 1년 반만 되도록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검찰에 불려온 청와대 출신 고위 인사는 “혐의가 없는 것으로 밝혀지면 나중에 책임지라”며 적반하장격으로 큰소리를 친다.

권력은 펀드 사기 수사를 전담해온 증권범죄합수단까지 해체시켜 버렸다. 초대형 경제범죄에 이렇게 관대한 정부는 없었다.

울산시장 선거공작 의혹,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등 다른 권력형 범죄수사 역시 지지부진하다. 경제인의 범죄엔 저승사자와도 같았던 검찰은 검찰개혁이라는 미명 하에 허수아비로 전락했다. LH사태는 법치와 공정이 무너진 가운데 피어난 독버섯에 다름 아니다. 정권실세 혐의자들은 범죄수사가 손을 놓고 있는 때를 틈타 증거를 조작하고 인멸하고 있을지 모른다.

권력이 기업인을 옥죄는 모습을 보면 조선 시대 백성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었던 포졸들의 육모방망이가 떠오른다. 자문기관의 결정을 무시한 채 기업인에 대한 기소를 남발하고, 별건 수사를 통해 먼지털이식으로 샅샅이 뒤진다. 기업인에 대한 적법한 조치조차 정경유착으로 매도하는 정권이다.

반대로 권력형 비리에 연루된 정치인을 향한 봐주기 수사는 솜방망이와 같다. 아니 솜사탕 보다 더 달콤하고 부드럽게만 느껴진다.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발해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직했다. 자본시장이 혼탁해지면 국내외 투자자들의 신뢰를 잃게 된다. 그 대가는 고스란히 한국 경제가 감당해야 할 몫이다. 모두 2021년 대한민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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