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소방 소방관이 스프링클러를  테스트하고 있다=서울소방 유튜브 영상
서울소방 소방관이 스프링클러를 테스트하고 있다=서울소방 유튜브 영상

[오피니언타임스=박내석 소방기술사]꽃들이 하나둘 만개하고 빛바랜 잔디 틈새로 파란 잎들이 제법이다.정말 올까 애닳아할 겨를도 없이 어느새 봄이 왔다. 

봄을 의미하는 영단어spring은 샘과 용수철을 뜻하기도 한다. 뛰어 오르거나 내뿜는다는 의미 역시 포함한다. 여기저기서 튀어오르며 샘솟는 봄의 생명력을 보면 왜 봄을 Spring이라고 말했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봄이 무르익으면 공원의 잔디밭은 어느새 파란 색으로 바뀔 것이고 잔디밭 곳곳에 숨겨져 있는 작은 장치들은 시원한 물방울을 주변으로 뿜어줄 것이다. 사람들은 장치를 스프링쿨러(Spring Cooler)라 부른다. 또한 이 장치는 화재 상황에서는 없어서는 안되는 소화설비기도 하다. 

그러나 이 장치의 정확한 명칭은 스프링쿨러가 아니고 스프링클러(Spingkler)이다. Springkle은 ‘비가 후두두 오다’, ‘뿌려지다’라는 뜻을 갖는다. 따라서 물을 뿌리는 장치로서 스프링클러(Spingkler)라는 이름을 갖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스프링클러의 역사는 19세기 산업혁명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에서 시작된 1차 산업혁명은 증기기관의 발명과 함께 대규모 생산능력을 갖춘 많이 섬유공장들을 등장시켰다.  당시 섬유공장에서는 화재가 자주 발생하였는데 경영자에게는 큰 골칫거리였다.

1812년  영국의 윌리엄 콩그리브라는 발명가가 천장을 가로지르는 파이프에 구멍을 내고 화재가 발생하면 건물 외부에 있는 밸브를 열어 물을 뿌리는 천장형 소화기를 발명하였다. 

하지만 천장형 소화기는 화재 시 누군가가 밸브를 열어 주어야 했다. 또 천장의 모든 파이프에서 물이 쏟아졌기에 공장 전체가 물바다가 되어버리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스프링클러를 개발한 사람은 미국 코네티컷에서 피아노 공장을 운영하던 헨리 파멜리였다. 그는 1874년에 물 조리개에서 힌트를 얻은 마개를 파이프에 부착해 분사가 가능하게 했다.

또한 그는 뜨거운 열기에 쉽게 녹아내리는 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파이프 마개에 납땜 처리를 했다. 납땜한 파이프 마개는 화재 발생 시 녹아내려 물을 자동 분출하게끔 했다.파멜리의 장치는 그 뒤 계속된 개선되어 완전한 스프링클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파멜라가 세운 스프링클러사는 승승장구해 외국으로도 진출하였다. 결국 파멜리의 자동 스프링클러는 오늘날 널리 설치되고 있는 현대식 스프링클러 설비의 보급에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지금 당신의 머리 위로 보이는 스프링클러는 천장 속에 설치된 배관에 연결되어 있다. 배관 속은 물이 높은 압력으로 채워져 있다. 우리 눈에 보이는 부분은 스프링클러 헤드라고 한다. 물탱크와 펌프 배관 등과 함께 스프링클러 설비를 구성한다.

배관의 물은 스프링클러헤드에 의해 막혀 있다. 하지만 화재가 발생하여 뜨거운 열기류가 상승하고 천장면을 훑게 되면 스프링클러헤드에서 물길을 막고 있는 부분이 녹아 내리거나 터져서 높은 압력의 물이 뿜어져나온다. 뿜어나온 물은 그 아래 작은 반사판에 부딪혀 결국 작은 물방울로 뿌려진다. 

일단 헤드가 터져 물이 쏟아지기 시작하면 배관의 압력이 낮아지게 되고 이것을 감지하는 장치가 다시 펌프를 가동시켜 수조에 있는 물을 배관으로 공급하게 된다. 

한편 겨울에 난방이 되지 않는 개방된 장소에서는 배관에 물을 채워놓지 않는다. 물이 얼어버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방식은 건식이라고 한다. 건식에서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헤드까지 물을 이송하는 지연시간이 생긴다. 단 몇초 사이로 피난의 승패가 달린 긴급한 화재상황에서는 심각한 결함이 된다. 그래서 동결의 우려가 있는 장소에만 사용한다. 상시 물이 채워져 있는 방식을 습식이라고 한다. 

준비작동식이라고 해서 습식의 동결 우려와 건식의 지연을 보완한 것도 있다. 평상 시에는 배관에 물을 비워두었다가 화재가 발생하면 화재감지기가 작동하고 이때의 신호에 따라 비어 있는 배관으로 물어 보내어 습식상태로 만든다. 그리고 스프링클러헤드가 열에 의해 터지면 그 때 방사되게 하는 방식이다.

매년 최소 1회 이상 설비의 정상적인 작동여부를 점검해야 한다.소방의 관점에서 스프링클러는 참으로 고마운 장치다. 스스로 알아서 작동하고 화재를 진압할 수 있으니 말이다.하지만 스프링클러 역시 항상 주변에 있기에 그것을 인식하지 못하는 여느 고마운 존재들의 처지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다. 봄의 햇살과 초록이 그렇듯이.

박내석  소방기술사=오피니언타임스
박내석 소방기술사=오피니언타임스

 

[저자약력]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소방기술사
한국기술사회 통일준비위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기술평가위원
한국교통안전공단 기술평가위원
㈜하나기술단 전무(현)
현대유엔아이(주) 상무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