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흘러도, 품목이 달라도 통하는 카피

메이킨Q 광고영상 캡처=명인제약
메이킨Q 광고영상 캡처=명인제약

[오피니언타임스=신재훈 칼럼니스트] 과거 변비약 광고 공식은 이랬다.

누가 봐도 못 먹고 못 쌀 것 같은 젊고 날씬한 미녀가 모델로 나온다. 화장실에서 배를 움켜쥐고 얼굴을 찡그리고 힘을 쓰는 모습이 보인다. 이때 특정 제품이 등장하며 변비가 해결되는 모습을 꽉 막힌 뭔가가 시원하게 뚫리는 상징적인 장면으로 효능과 효과를 설명한다. 마지막에 미녀가 기분 좋은 표정으로 나와 이 약으로 시원하게 해결하라는 멘트로 마무리 한다.

그러나 메이킨 광고에는 젊고 날씬한 미녀 대신 신구 선생님과 김영옥 선생님이 등장한다. 기존 변비약 광고에 나오던 힘들어 하는 장면도 시원하게 뻥 뚫리는 상징적인 장면도 없다. 그냥 두 분이 흥겹게 춤추고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광고는 “유쾌 상쾌 통쾌”라는 카피로 마무리 된다.

잠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카피 아닌가? 광고는 영화, 드라마와 달리 다른 브랜드가 이미 썼던 카피를 다시 쓰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 그러나 이 광고는 과거 KT 메가패스가 썼던 “유쾌, 상쾌, 통쾌”라는메인 카피를 그대로 쓰고 있다. 과거 유행어가 된 광고 카피들이 의도보다는 우연의 경우라면 유쾌, 상쾌, 통쾌는 의도가 담긴 전략적 카피다.

유쾌, 상쾌, 통쾌는 KT 메가패스 광고에서 처음 사용되었다. 유승준이 모델로 나와 “따라올 테면 따라와 봐”라고 외치는 하나로통신 광고의 대응 광고로 만들어진 이 광고는 하나로통신이 주도한 속도 경쟁을 벗어나 KT에 유리한 소비자가 체감하는 종합적 품질로 바뀐 것이다. 경쟁의 주체 또한 KT, 하나로통신이라는 기업에서 메가패스, 하나포스라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통합 브랜드로 바뀌었다.

사실 주도권은 이미 메가패스로 넘어가고 있었다. 초고속 인터넷 시장은 규모의 절대 우위를 점하고 있는 KT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 하나포스와 메가패스의 싸움을 보면 헤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인디아나 존스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인디아나 존스가 악당들에게 쫓겨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는 막다른 길에 이르자 악당들은 살벌하고 무시무시한 칼을 꺼내 들고 솜씨를 자랑한다. 그것은 마치 인디아나 존스의 목을 베어 재물로 바치기 위한 의식의 하나인 듯 보인다. 바로 그 순간 가소롭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던 인디아나 존스는 총을 꺼내 든다. 총 몇 방으로 칼을 들고 설치던 악당들을 가볍게 보내버린다.

이 광고의 백미는 당시 경쟁의 핵심인 초고속 인터넷의 속도와 안정성뿐 아니라 통신망의 커버리지까지 포함하는 총체적 품질에 관한 절대우위를 절묘한 카피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유쾌, 상쾌, 통쾌”는 제품의 속성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가 얻을 수 있는 Benefit과 그 브랜드가 줄 수 있는 브랜드 Value를 담고 있다. 골치 아픈 문제를 한방에 시원하게 해결해주는 제품이라면 어디에나 쓸 수 있는 불멸의 카피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제품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Inside-Out이 아니라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의 관점으로 접근하는 Outside-In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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