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을 알면 재미있는 것은 패러디, 원작을 감추고 싶은 것은 표절

배우 서예지가 출연한 네이버 시리즈 웹소설 '하렘의 남자들' 티저 영상 =네이버시리즈 영상 캡처
배우 서예지가 출연한 네이버 시리즈 웹소설 '하렘의 남자들' 티저 영상 =네이버시리즈 영상 캡처

[오피니언타임스=신재훈 칼럼니스트] 문학과 예술 등 창작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나오는 용어가 있다.표절, 패러디 그리고 오마주가 그것이다.2015년 작가 신경숙의 표절 문제가 한창일 즈음 경향신문 박경은 기자가 한 기사에서 이 용어들의 차이를 명쾌하게 정리한 적이 있다.

“패러디는 누구나 아는 것을 끌어와 풍자하거나 재미있게 전달하는 표현방식이고, 오마주는 프랑스어로 존경, 감사를 뜻하는 단어로서 원작의 유명한 부분을 차용해와 그 부분을 의도적으로 부각 시켜 존경의 의미를 표하는 방식이고, 표절은 남의 것을 훔치는 범죄다”그 글에서 보너스로 한 독자의 댓글을 소개했는데, 과거 한 개그프로에서 애매한 것을 정해 주는 남자 “애정남”이 그랬던 것처럼 기발하게 정의하고 있다.

“원작을 알면 재미있는 것이 패러디원작을 알리고 싶은 것은 오마주원작을 감추고 싶은 것은 표절”과거 패러디 광고의 원작은 대부분 인기 TV 프로였다.그러나 요즘은 그러한 관행이 깨지고 있다.운행중인 광고를 실시간으로 패러디한 광고들도 있으니 말이다.

오늘 소개하려는 케이스의 원작 광고는 네이버 시리즈 “하렘의 남자들” 중 배우 서예지 편이다.오빠들과의 황위 다툼에서 승리하여 여황제가 된 주인공에게 대신들이 황권 강화를 위해 국서를 들이라고 간언하는 장면에서 광고는 시작된다.

“경들의 말이 옳아, 황가의 안정은 탄탄한 후계자들에게서 오는 법, 빨리 국서를 맞이하라는 말 충분히 이해해, 그래서 내 후궁들부터 들이기로 하였다. 시작은 한 다섯 정도?”트레일러) “나 이 역할 탐나, 이거 시켜줘” 

패러디의 핵심은 배우 서예지가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독특한 말투와 스타일이다.광고에서도 그녀 특유의 말투와 스타일로 여황제의 권위적이고 약간은 철없는 역할을 훌륭하게 소화했다.

이 광고의 패러디는 배우들의 SNS로 시작되었고 인기가 커지자 광고로까지 확장된다.
“실버의 딜러들”이라는 게임이 패러디한 TV광고를 내보냈다.대사는 거의 그대로지만 주인공의 말투와 톤에서는 조금 다르다.반면 바른치킨의 라디오 광고에서는 대사는 물론 주인공의 말투와 톤까지 거의 똑 같다.

“경들의 말이 옳아”에서부터 “시작은 한 다섯 마리 정도?”까지 게다가 트레일러인 “나 이 치킨 탐나, 또 시켜줘”까지 거의 컨트롤 C 컨트롤 V 수준이다.패러디라고 하기엔 원작을 비틀지 못했고, 표절이라고 하기엔 “아무도 모르게”라는 표절의 공식과 반대로 대놓고 베낀 것이다.

게다가 원작에 대한 지식과 맥락에 대한 이해 없이 이 광고를 보면 주인공의 언행은 모든 이들의 공분을 샀던 모항공사 모녀들의 갑질처럼 불쾌감마저 준다.

원작 광고의 인기에 영합하려고 따라 한 걸까? 인기가 있다는 핑계로, 광고주가 좋아한다는 핑계로 아이디어나 표현의 부분적인 참고를 넘어 통째로 베끼는 일들이 비일비재한 광고계의 민 낯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이는 표절을 도둑질이 아닌 레퍼런스라는 이름으로 용인하는 광고제작풍토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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