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더팩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더팩트

[오피니언타임스=최진우 전문칼럼니스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을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재계가 불을 지핀 이재용 사면론은 국민 10명 중 7명이 사면에 찬성을 보였다는 여론조사까지 가세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재용 사면론의 총대를 맨 것은 경제단체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재계를 대표하는 5개 단체는 최근 청와대에 이재용 부회장 사면 건의서를 제출했다.재계가 내세운 명분은 반도체 위기론이다.

이들은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이 새로운 위기와 도전적 상황에 직면해 있다”며 “치열해지는 반도체 산업 경쟁 속에서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할 총수 부재로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늦어진다면 그동안 쌓아 올린 세계 1위의 지위를 하루아침에 잃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일부 종교계도 가세했다. 대한불교조계종 25개 교구 본사 주지들은 이재용 부회장의 선처를 호소하는 탄원서를 정부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용 사면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각은 긍정론이 부정론을 압도하고 있다. 아시아경제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최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8명에게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용 사면에 긍정적인 응답이 69.4%로, 사면반대(23.2%)를 크게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재계가 총대를 매고 국민여론까지 가세하면서 이재용 사면에 힘을 실어주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반응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청와대는 재계의 이재용 사면 건의서 제출과 관련해서 “현재까지 검토한 바 없으며, 현재로써는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범계 법무부장관 역시 출근길에 만난 기자들의 질문에 “엄정한 법 집행을 담당하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고려한 바가 없다”고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사면론과 관련해서 “사면 문제를 경제 영역으로만 판단할 사항은 아니며 기본적으로 대통령이 가진 사면권은 최소화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부정적 인식을 드러냈다.

심지어 박진영 더불어민주당 부대변인은 페이스북을 통해 “삼성어천가 때문에 토할 것 같은 하루였다”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사면반대 입장을 노골화했다.일부 시민단체들도 “이재용 부회장이 없다고 삼성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며 사면 반대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이재용 사면론은 단순히 삼성그룹의 문제가 아니다. 삼성이 우리나라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위기 상황에서 오너가 있고 없고의 문제는 하늘과 땅 차이라는 게 재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적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이제 한국 경제는 코로나의 어둡고 긴 터널을 벗어나 정상 궤도에 올라섰다고 말할 수 있게 됐다”라고 자찬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경제전문가 1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문재인 정부의 경제성적은 10점 만점에 3점 수준에 그친다는 한 경제지의 설문조사 결과는 정부정책에 대한 세간의 부정적 평가를 말해준다. 오죽했으면 “딴세상에 계신다”(권영세 국민의힘 의원)는 말이 나올까.

문재인 정부는 출범 이후 단 한명의 경제인 사면을 단행하지 않았다. 과거 대선후보 시절 뇌물 등 5대 중대범죄자의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는 공약을 충실히 실천했다고 좋아할 일이 아니다. 이재용 사면은 과거의 일에 매달리기 보다 현재와 미래를 보고 결단을 내려야 할 사안이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