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YTN 유튜브 뉴스 영상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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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김봉성 청년칼럼니스트]더불어민주당이 2030 남성 지지율을 단 번에 높일 수 있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여성부만 없애도 된다.

2030 남성에게 여성부는 국가가 지지하는 페미니즘의 상징이고, 더불어민주당은 페미당이고, 페미니즘은 불의의 광기다. 태극기 부대와 페미니즘 중에 뭐가 더 싫은지 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라도 해보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민주당에 가지고 있는 감정은 ‘빨갱이’ 못지않은 분노와 혐오다.

20세기 남성들은 여성들에게 ‘남동생 뒷바라지를 위해 희생한 누나’ 서사 구조에서 파생된 부채의식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속죄하듯 페미니즘에 관대했다. 각종 입찰이나 공모에서 ‘여성 가산점’을 부여했고, 사실에 근거한 것이 아니라 ‘눈물이 증거’가 되는 미투까지 용인했다. 불륜 중에 미투만 뻥긋해도 ‘유죄추정 원칙’에 따라 여성은 피해자로서 도덕성을 회복하고, 남성은 사회적 인격을 살해당했다.

특히 미투는 권력을 누린 20세기 남성의 패악질 때문에 발생한 것인데, 남아선호사상의 권력조차 누려본 적 없는 21세기 남성까지 ‘한남’으로 매도되었다. 남녀 사이의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정의감에 2030 남성이 희생된 것이다. ‘공정’의 가치를 우선하는 세대에게 이것은 참을 수 없는 역겨움이었다.

21세기 남성들이 겪은 여성은 달랐다. 운동장의 기울기가 뒤바뀌었다. 학창시절 힘들고, 더러운 일은 남성에게 맡겨졌고, 대학 진학률은 여성에게 역전 당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대가 건재했고, 여대는 약대와 로스쿨 파이를 가져갔고, 아르바이트는 여성이 더 구하기 쉽고, 공고문에 여성만 뽑는다고 명시해도 성차별에 해당되지 않았고, 남성만 군대에 감으로써 성역할을 고착화 당했다. 게다가 군가산점을 없애면서 군가산점이 갖고 있던 희생에 대한 보상의 상징성도 폐기되었다. 물론, 출산/양육에서 여성이 차별 받고 있고 이에 대한 문제 의식도 공유한다.

그러나 20대 남성의 거의 전부, 30대 남성의 절반 이상은 아직 겪지 않은 일이다.이들에게 82년생 김지영은 없다. 그녀와 동시대를 산 나도 그녀를 인정하기 힘들다. 부분적으로 이해할 수 있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피해의식에 사실을 섞어 과장과 허구까지 사실로 위조한 ‘소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페미니즘의 성녀쯤으로 추앙 받았다. 내게 페미니즘과 태극기 부대의 비교는 카레 맛 똥과 똥맛 카레 사이에서 우열을 정하는 게임이었다. 그러나 2030 남성들은 92년생, 02년생 김지영에게 나보다 더 큰 거부감을 느꼈던 것이다.

2030 남성들이 원하는 것은 공정이다. 여성 방송인의 성희롱은 책임 없이 넘어갔다. 만약 남성 방송인이 방송에서 “그 여자, 침대에서 어떨까 하는 상상을 자극한다.”라는 발언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은가? 혹은 남성 방송인이 유튜브 방송에서 물병 입구에 검지와 중지를 넣고 까딱까딱 하다가 손을 빼 손가락에 묻은 물을 핥았다면 어떻게 되었을 것 같은가? 실제로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2030 남성들은 그 방송인이 활동을 못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들은 이런 종류의 불평등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했지만, 우리 사회는 무시로 일관했다. 이들의 분노는 응축되었고,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폭발했다.사회 현상을 집권 여당에게 책임지우는 것은 부당하다고 여길 수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 힘은 일베와 태극기 부대를 묵인하는 것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활용했고, 일베 이미지를 뒤집어썼다. 마찬가지로 민주당은 메갈리아와 워마드를 방관하는 것으로 여초 커뮤니티의 폐쇄된 페미니즘을 시대의 사명쯤으로 격상시켰다. 재보궐 선거 결과는 자업자득인 셈이다.

개별 정보는 프레임 안에서 의미가 최종 결정된다. 맥락을 잃은 단편적 사실과 가짜 뉴스가 난무한 시대에 프레임은 더 중요해졌다. 가장 거대한 프레임은 결국 감정이다. 우리는 최근까지 동서 혐오 프레임을 겪어오며 그 프레임 속에서 사실 정보가 어떻게 왜곡되고 진실이 얼마나 빈약한지를 경험했다. 2030 남성들은 이미 ‘민주당 극혐’ 프레임을 장착했다. 조국, LH, 벼락거지에 얽힌 다양한 정보는 ‘극혐’ 프레임 속에서 민주당에게 불리하게 해석될 것이다.

2030 남성들은 ‘이명박근혜’의 역사를 모르고 언론에 휘둘리는 멍청이가 아니다. 이명박근혜가 만든 불공정보다 페미니즘이 만들어 내는 불공정이 자신들에게 더 치명적이라고 느낄 뿐이다.이들의 혐오가 빨갱이처럼 고착되기 전에 21세기 남녀를 학습하고, 2030 남성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할 때다. 2030 남성은 더 이상 군인 같은 저가형 소모품이 아니다.

사진=오피니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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