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베반이 20년만에 수도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입성했다=mbc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탈베반이 20년만에 수도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 입성했다=mbc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아프가니스탄이 광속으로 급변하고 있다.워싱턴포스트는 11일 아프가니스탄의 수명이 길면 3개월, 짧으면 한 달 안에 끝날 것이라고 보도했었다. 그 한 달이라는 예칙은  초고속 비행기 정도의 속도로 예상한 것이나 광속으로 변하는  아프간의 수도 카불에는 불과 4일 뒤인 15일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수장국(Islamic Emirate of Afghanistan)’이라는 나라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반세기 전 미군이 베트남에서 철군하자 사이공(현 호치민 시)의 ‘남베트남’ 정권이 공산군에게 무너진 기억을 떠올리게 하지만 패망속도가 크게 차이가 난다.허수아비 정권이 몰락하는 것도 인류의 진보에 따라 발전하는 것일까?아프간도 베트남의 경우처럼 미국이 호랑이 꼬리를 붙들고 있기가 힘들어 그것을 놓고 도망치는 패턴이지만 다른 면이 있다.

베트남의 경우는 미국이 그럴듯하게 포장해 ‘도망’이 아니라 ‘퇴장’하는 것처럼 꾸몄었다.미국이 월맹을 맹폭격해 1973년 1월 형식뿐인 휴전을 이룩했던 것이다. 그 휴전 협상을 타결시킨 ‘공로’로 헨리 키신저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그 해 노벨 평화상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노벨상을 받을 시점에는 월맹군의 침략이 본격화되기 시작됐고 1년여 만에 남베트남 정부는 무너졌다. 
그런 상황은 뻔히 예상됐던 것이다. 남베트남과 미국이 함께 붙들기도 힘든 베트남 공산군이라는 호랑이꼬리를  부패한 남베트남 정부가 혼자서 어떻게 붙들 수 있다는 말인가. 
그래서  키신저가 진정으로 그 평화협정이 평화를 가져올 보았을까 하는 비아냥이 나돌았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미국이 그런 쇼를 부리지 않았다.  그것도 인류의 발달로 그런 낡은 쇼가 흥행이 안 되게 돼서 다. 

미국은 아예 ‘평화’라는 말은 언급도 않은 채 그것과는 주파수가 딴판인 ‘철군’이라는 말만 하다 그대로 관철했다.그런 자세는 좋은 점도 있었다.베트남의 경우 친미 정권이 무너지지 않을 것처럼 미국이 위장해서 막상 정권이 무너지자 많은 친미 세력들이 ‘보트 피플’이 되는 등 엄청난 파란이 일어났던 것이다.거기서 얻은 학습효과인지 미국은 탈레반에게 보복당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을 미리서 도피시켜 왔다.우선 미군의 통역으로 일했던 현지인들이 보트피플이 아닌 ‘플레인 피플’로 미국행을 시켜왔다.

하지만 탈레반의 진격이 광속이 된 바람에 그 도피도 반쪽이 되고 말았다.더욱이 미국이 아프간에서 20년간이나 전쟁을 하면서 파생한 친미 세력들은 통역들만이 아니기에 아비규환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탈레반이 그처럼 급격히 카불을 점령하기 전에도 그들이 점령한 지역에서 대량학살 소식이 끊임없이 나돌았었다.하지만 그런 문제는 ‘아프간 이슬람 수장국’이라는 거대한 블랙홀에서 사소한 문제다.

그 나라를 블랙홀이라고 말한 것은 과격한 이슬람 세력인 탈레반이 지배하는 아프간 국내가 엄청난 소용돌이를 겪으리라는 예상 때문은 아니다.오늘날 아프간 지역 그 자체가 지구상의 큰 블랙홀이 돼 있고 그것은 과거의 아프간 역사에서도 보기 힘들다는 사실을 지적한 것이다.
 ‘제국의 무덤’으로 불리는 아프간에는 지난날에도 여러 차례 당대의 정상급 세력들이 쳐들어갔으나 결국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채 물러났다. 아주 옛날 칭기스칸의 몽골제국을 시작으로 근대 이후의 대영제국과 소련 등등.

하지만 그들을 쫓아내고 난 아프간은 나름대로 새 질서를 갖추어 나갔다.그런 것은 국제사회의 정석이라고도 볼 수 있다.하지만 오늘날 아프간에서는 그런 면이 보이지 않는다. 알기 쉽게 말해서 미국이 물러나고 있는 이 시점에도 쾌재를 부르는 세력이 눈에 띄지 않는다.그것은 지난날 베트남에서 미국이 쫓겨날 때 소련 등 공산 세력이 환호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아프간에서도 과거 영국이 쫓겨나자 러시아가 쾌재를 불렀고 그 뒤 소련이 아프간에서 쫓겨나자 미국이 환호했었다. 

오늘날 미국과 사사건건 부딪히고 있는 중국의 경우 미국의 쫓겨났으니 환호작약할만한 일임에도 그런 기색이 없다. 그것은 의례적인 표정관리도 아니다.중국과 같은 편으로 역시 미국과 껄끄러운 관계인 러시아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두 나라는 모두 기대보다 걱정이 앞서는 표정이다.중국의 경우 그렇지 않아도 수니파 무슬림으로 골치 아픈 신장 위구르 자치구와 국경이 맞닿아 있는 아프간에 과격한 무슬림 세력이 들어서는 것이다.그래서 미국의 아프간 침공을 비난했던 중국이 최근에는 미국의 ‘무책임한 철군’을 비난하는 등의 웃기는 해프닝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구소련의 일부로써 무슬림 국가인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을 이웃에 두고 있는 러시아도 마찬가지다.하지만 그런 걱정꺼리만 있다면 아프간 문제는 2차 함수 정도다. 아프간의 그 폐허에서는 강대국들이 기대를 걸 수 있는 유인도 감춰져 있어 볼수록 복잡한 블랙홀이 돼 있는 것이다.중국은 폐허가 돼 가난해진 아프간이야 말로 경제적 접근이 더 용이하다고 보고 중국의 그 거국적인  일대일로 사업의 새로운 무대로 편입하려 하고 있다.중국은 ‘제국의 무덤’이라는 아프간의 함정에 빠지지 않을 자신도 비친다. 

근대 이후 아프간을 침공한  영국 소련 미국 등이 모두 서양세력이자 기독교 세력인데 비해  중국은 종교적으로 가벼운 입장인 것이 우선 그렇다.여기에다 당나라 시대 현장(玄奘)법사가 아프간을 거쳐 간 이래 오랜 역사적 교류도 서방 세력과는 다른 데가 있다.그래선지 그 과격한 탈레반도 중국에는 호의적인 표정이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아프간 정부와는 별개로 탈레반과도 외교적 접촉을 하는 등 양다리 걸치기를 해왔다.

그것은 미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미국은 힘이 부쳐서 물러나긴 했으나 참패라고 단정할 수 없는 데가 있다. 미국은  중국에게 골치 아픈 존재인 위구르 족에게 아프간이라는 뒷마당을 제공한 셈이어서 다.그래서 신장위구르 문제가 시끄러운 시점에 미국이 서둘러 철군하는 것을 두고 미국이 앙숙에게 함정을 팠다는 이야기도 나돈다.

하지만 종잡을 수 없는 탈레반의 변덕이 어떤 식으로 튀어나올 지는 아무도 예측을 못하고 있기에 ‘아프간 이슬람 수장국’은 한동안  블랙홀처럼 어두운 기운을 뿜을 것이다.

 

사진=양평
사진=양평

 

양평 저자소개

한국일보 문화부 차장 

서울경제 문화부장 겸 부국장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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