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애견인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이낙연tv 유튜브 영상캡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애견인들의 의견을 듣고 있다=이낙연tv 유튜브 영상캡쳐

[오피니언타임스=정성록 칼럼니스트]사람이 주인이 아니라 개가 주인인 세상이다.지인의 딸은 키우는 개의 사윗감을 구한다고 난리다. 애봉이 사진을 애견 카페에 올려놓고 선을 보고 있다. 사위가 되려고 카페에 몰려온 개들도 꽤 많다. 나이와 몸무게 따위의 신상과 사진이 쫙 올라져 있다. 몇 번 후보는 다리가 짧고 운동을 안 해서 비만이고, 몇 번 후보는 털 색깔이 안 예쁘고, 또 다른 후보는 정통 혈통이 아닌 것 같고, 어떤 후보는 귀가 쫑긋하지 않다는 둥…. 결국 사위 고르기를 포기하고 말았다.

그 딸은 키우던 개를 데리고 간다고 했다. 사람보다 더 비싼 비행기 표와 켄넬을 인터넷으로 검색하고 있다. 굳이 가족이라며 개를 데려가야 한다고 한다.   “개한테 하는 것 백 분의 일만이라도 엄마한테 해 봐라.” 딸에게 가끔 쏘아붙인다고 한다. “내가 늙어서 개처럼 똥 싸고 오줌 싼다면 개 패드 갈아주듯 나한테는 하루도 해주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섭섭하기 짝이 없다.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던 마음이 튕겨 나온 적도 있다. ‘내가 왜 어디 상대할 데가 없어 개를 상대로 질투하지?’”라며 마음을 고쳐먹다가도 은근히 화가 치밀 때가 있다고 한다.

요즈음 자녀는 낳지 않고 개만 키우며 사는 젊은 부부들이 많다. 사회의 지식층에서 아이를 많이 낳아야 좋은 인재들이 생겨날 텐데, 자식을 낳지 않는 그 자리에 개가 자식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볼수록 나라의 미래가 답답하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야 있겠지만 국가의 기초가 가정인데, 아이가 자라는 가정이 많아야 미래를 기대할 수 있지 않겠는가. 자식을 키우고 대를 잇고 살아가는 것이 사람의 도리이며, 이 세상 왔다간 흔적이며 보람이라는 생각을 저버릴 수 없다.

시골에는 동네마다 개 짖는 소리는 들려도 아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없는 세상이다. 점점 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다. 앞으로 미래 세대가 걱정이다. 셋째를 낳으면 장려금을 천만 원까지 준다는 지자체도 있다고 한다. 로봇이 병간호를 대신한다지만 내 살붙이의 사랑담긴 마음과 따스한 눈빛으로 손 한번 잡아주는 것에 비할까. 이럴 때일수록 대선 주자들은 젊은이들의 애로를 귀담아듣고, 그들이 가정을 꾸리고 나라의 미래를 끌고 갈 수 있도록 애를 써야한다. 

최근 대선 후보들은 이른바 ‘펫심’ 잡기 대작전이다. 오백만 반려동물 가족들에게 표를 구걸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어느 여권 후보는 새해 첫 공식 행보가 동물보호시설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였다. 반려동물 테마파크 현장을 둘러보는 사진도 가끔 등장한다. 이에 질세라 반려동물 안내 서비스 협약식을 체결하며 개를 안고 찍은 장면까지 선보였다. 한강공원에서 양복을 입고 대형견을 산책시키는 사진을 기재할 정도다.

야권 후보는 또 어떤가. 어느 유력 후보는 자신의 SNS에 개와 고양이를 여러 마리 키우는 사진을 선보이고, 또 다른 후보는 고양이 사진을 덩달아 올린다. 필자의 어린 시절 대통령 선거 때는 으레 어린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이나 나라 걱정하는 노인들의 모습, 삶의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로하는 장면들이 많았다.

전 국민은 코로나19와의 사투에다 치솟는 물가와 전쟁하느라 주머니 쥐어짜며 연일 찌는 더위에 지쳐가는 국민은 보이지 않고 개만 보인다. 아이들 웃음소리는 사라지고 정치인들의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하다. 민생 현장을 살펴보라고 외치고 싶은 심정이다. 국민은 웬만한 개보다 못한 대접을 받으며 살고 있다. 가히 희망이 없는 개의 나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일년 사이에 무연고자와 독거사(獨居死) 하는 사람이 2,500명이 넘는 각박한 세상이다. 사람들은 외롭고 쓸쓸하게 살다가 마지막에는 아무런 보살핌도 받지 못하고 떠나는가 하면, 개는 지극정성으로 보호받으며 지내다가 죽으면 예를 갖춘 장례식을 치르고 호화스러운 개 납골당에 모신다.아이들은 미래를 책임지고 갈 어른들의 희망이다. 정치지도자들이 개보다 자라나는 아이들 머리를 쓰다듬으며 격려해 주는 모습이 보고 싶다. 주객이 전도된 한심한 개 세상이 아닌 사람이 우선인, 사람 사는 세상이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아닐까.

펫심: 애완동물(pet)과 마음 '심'(心)의 합성어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주인의 마음을 뜻함.
곰이: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정은이 선물한 풍산개 두 마리 중 암컷의 이름.

 

[필자소개]

공무원으로 퇴임해  수원아카데미 와 가온문학회 회원으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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