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청소업체 직원이 고독사한 집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kbs  2021 청년 고독사 보고서유튜브 영상캡쳐
한 청소업체 직원이 고독사한 집을 정리하고 있는 모습= kbs 2021 청년 고독사 보고서유튜브 영상캡쳐

[오피니언타임스=곽예지]심리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외로움’과 ‘공허함’에는 차이가 있다. 

외로움은 아는 맛의 무서움에 빗댈 수 있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기 때문에 결핍 또한 느끼게 된다. 때론 외로움을 채워줄 상대를 갈망하기도 한다. 로맨스 영화에서 마음 씁쓸하던 주인공이 진짜 사랑을 만난 뒤 마음 한 켠 한 켠을 물들여 가는 모습을 떠올려보면, 외로움이 회복의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반면, 공허함은 꽉 막힌 유리병 속 진공상태와도 같다. 사랑을 모르거나 믿지 못하기 때문에 고통조차 느끼지 않는다. 진공 속에서 호흡하지 않는 게 더 익숙해져, 호흡의 의지를 갖지 못한다.

<시사직격>의 ‘죽어야 보이는 사람들–2021 청년 보고서’를 보고, 현재 청년이 마주한 감정의 벽은 외로움을 넘어선 공허함이 아닐까 생각했다. 청년 고독사를 다루는 내용이었다.

‘청년들의 고독사 ‘원인’을 추적했습니다. 고독사(死) 전 고독생(生)이 있었고, 고독(고립)사회(社會)가 있었습니다.’누구보다 오래, 그리고 깊게 침대 속에 파여 앓았을, 이불 굴에 둘러싸였을 청년의 바스러진 흔적이 계속 화면에 나왔다. 

‘청년’과 ‘고독사’의 조합은 몇 번을 들여다봐도 눈에 익지 않았다. 부정하고 싶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제멋대로라는 비난부터 강단 있는 세대라는 칭송까지, 다양한 지칭으로 떠들썩한 MZ 세대 이면에는 어두운 장면들이 현실이 되어 흘러내리고 있었다. ‘개인 회생 신청률 급증 세대’, ‘꿈포세대’, ‘청년실신’ … 모두 지금의 청년을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청년 고독사 사건이 등장하는 영화도 나타났다. 영화 <혼자 사는 사람들>에서 주인공 진아는 이웃의 고독사를 마주하지만, 큰 표정 변화 하나 없는 공허한 청년이다. 그저 혼자 일을 하고, 밥을 먹고, 휴식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이다. 그러던 그가 영화 말미에 고해성사와도 같은 말을 한마디 던진다.“사실, 혼자 아무것도 못 해요. 그런 ‘척’하는 거에요.”

그 말을 듣자 지금껏 언론 보도와 트렌드 서적에서 봤던 ‘혼자 트렌드’가 스쳐 지나갔다. 밥을 먹는 것부터 여행을 떠나는 것까지, 어느새 혼자서는 못 하는 것이 없게 된 청년들을 기이하게 보면서, 혹은 치켜세우며 칭찬하기도 했던 글은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현상을 분석하기 급급해 그 행동의 이면을 살펴보려는 노력은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번뜩 스쳐 지나갔다.

‘서울은 무표정한 얼굴로 떼를 지어 빨리 걷는 곳’ - <부들부들 청년>

어쩌면 지금의 청년은 개인주의로 향하는 열차를 삐끗 탄 세대가 아닐까 한다. 몸통은 대강 열차에 걸려 있지만, 남은 다리 한쪽은 미처 우겨넣지 못해 바람에 나풀거리는 세대. 이런 꼴이 청년의 마음속에 응어리진 괴리감을 부추기는 것은 아닐까.

날이 갈수록 사회적 고난이 젊은 사람에게 화살을 돌리자, 많은 사람이 일찍부터 자신을 바꿔버릴지도 모르는 모든 외부적, 감정적 자극을 위협으로 상정하고 그에 대응해 둔감함이라는 철갑을 두른다. 그 갑옷 안에는 무엇이 있을까.

청년들은 이상적인 사회의 요소로, 청년이라는 존재에 대한 ’인정’을 꼽았다고 한다. 어쩌면 우리는 인정받고 싶은 것이 아닐까? 합당한 보상을 동반한, 고독생에 대한 인정(人情)이 담긴 인정(認定)을 말이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