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뉴스가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장의 분위기를 보도하고 있다.=KBS 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KBS뉴스가 2022년 대학수학능력시험장의 분위기를 보도하고 있다.=KBS 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서용현]우리 교육에 꿈이 있는가? 우리 교육정책에 중장기적인 비전이 있는가? 우리나라를 세계 1등 국가로 만들 구상이 있는가? 세계화 추세 속에서 우리 젊은이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갖도록 만들 복안(腹案)이 있는가? 나는 복안이 있다. 우리 교육을 “세계에서 젤 자유로운 교육”으로 만들면 된다. 그래서 우리 젊은이들의 잠재력을 활짝 피어나게 하면... 우린 1등이다. 이건 “제2의 건국”이다.

이번 대선의 하이라이트는 무엇인가? 부동산? 부동산 때문에 나라가 흥하고 망하는가? 망국(亡國)의 이유, 흥국(興國)의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교육이다. 교육은 우리의 미래다. 그러나 교육개혁은 대선에서 찬밥 신세다. 대통령께 간절히 청원합니다. 최소한 교육혁명의 주춧돌을 놓아 주십시오. 우선 한국의 교육을 “세계에서 젤 자유로운 교육”으로 만든다는 원칙을 선언해 주십시요. 그리고 교육혁명을 시발해 주십시요. 다음 대통령은 이 꿈을 이어받지 않고는 못 배길 겁니다. 이것은 역사에 빛나는 과업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인이 머리가 좋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웃기는 얘기다. 우리가 ‘머리가 좋다’는 것은 ‘잔머리를 잘 굴린다’는 뜻이거나 ‘암기를 잘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두뇌생산’의 시대다. 자유롭게 사고하고 창조하는 학생들만이 성공하는 시대다.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호기심도, 창의력도, 상상력도 없다. 우린 ‘획일화되고 진부한 지식’만 갖고 있다. 모든 학생들이 국정교과서에서 똑 같은 내용을 암기하고, 똑 같은 암기식 시험을 보았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이 돌대가리다. 

왜 우린 돌대가리가 되었나? 답은 간단하다. 학생들이 생각을 안 하기 때문이다. ‘생각하는 공부’는 시험과 성적에 당장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학생들은 생각하지 않고 죽어라 외운다. 데카르트는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라고 했다는데, 우리 학생들은 “나는 외웠다, 고로 생각하지 않는다”이다. 생각하지 않으면 돌이다.

우리 학생들에게 공부는 곧 암기다. 그러나 암기는 세상에서 가장 미련한 공부 방법이다. 전형적인 ‘헛공부’다. 외우고, 잊고, 외우고, 잊고를 반복하면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는 웃기는 공부다. 암기를 초래하는 것은 시험이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외운 지식은 시험이 끝나면 썰물처럼 두뇌에서 빠져 나간다. 우리 학교의 암기식 교육방식은 500년 전 조선의 서당(書堂)의 교육방식과 다르지 않다. 

학생들은 달달 외워서 시험공부를 한다. 시험이 끝나면 중요한 원리는 금방 잊어먹고 암기지식(예: 화학기호, 조선 역대 왕들의 이름, 임진왜란이 일어난 연도 등)만 두뇌에 쌓인다. 이것이 ‘똥 지식’이다. 똥 지식이 창의적, 논리적 사고를 할 두뇌 공간을 차지하면, 머리에 똥만 찬 ‘똥 대가리’가 된다. 

초년에 수재 소리를 듣던 학생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둔재로 바뀌는 이유를 아는가? 이들은 수재를 유지하기 위해 암기를 죽게 한다. 머리에 똥이 쌓인다. 똥이 어느 한계까지 쌓이면 더 이상 외우기로 때울 수 없게 된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외울 범위도 늘어난다. 그러면 왕년의 수재는 무너진다. 중고교에서 무너지는 수재도 있고, 대학에서 무너지는 수재도 있다. 일류대학 학생 중에도 ‘똥 대가리’가 많다. 대학에 입학할 때 까지는 무너지지 않아서 일류대학에 들어간 것뿐이다. 그러나 모든 똥 대가리는 직장에 들어가면 예외 없이 무너진다. 직장에서는 암기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꼬마들은 천재로 태어났다. 그들은 과외공부 안 받아도 2-3년에 한국어를 쉽게 배운다. 그런데 그들이 학교에 들어가면 학교와 학부모가 그들을 암기공부와 과외공부로 돌리면서 돌대가리로 바꾸어놓는다. 그래서 대학생들은 10년 넘게 영어를 배워도 말도 떼지 못한다. 그 사이에 우리 교육이 학생들을 돌대가리로 만든 것이다. 

우리 학생들은 똥대가리에 좀비까지 되었다. 과중한 공부 압력에 짓눌려 놀지도 못하고, 기가 죽고, 패기가 없고, 모험심과 자신감도 없다. 왜 좀비가 되는가? 암기공부와 시험이 범인이다. 암기공부와 시험의 중압감 속에서 걱정만 많고, 신바람이 없고, 자신이 없어서 눈치만 보고 다니면 좀비가 된다. 우리 학생들은 행복하지도 않다. 찌든 표정, 스트레스, 피곤함이 배어있다. 경험도 못하고, 친구도 사귀지 못한다. 인생이 괴롭고 행복이 없다.

행복하지 않은 젊은이들은 뭘 해도 잘 못한다. 이들이 경쟁력이 있겠는가? 젊은이들의 기와 신바람을 되살릴 방안은 간단하다. 시험과 암기공부/주입식 공부를 없애는 것이다. 이런 좀비들이 강한 나라를 만든 역사가 있었더냐? 누가 젊은이들을 망쳐 놓았냐? 교육당국이다.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 (반기문 前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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