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무료사진
사진=픽사베이 무료사진

[오피니언타임스 = 청년칼럼니스트  석혜탁]대체육이 주목을 받고 있다. 단어에 ‘육(肉)’이 들어가니 고기인 것 같기도 하고, 고기를 ‘대체’한다고 하니 고기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그러면서도 고기 특유의 맛과 향을 갖고 있다. 아무렴 어떠한가. 고기가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일차원적인 논의는 잠시 제쳐 두자. 대체육은 이제 대체육이라는 별도 범주로 바라봐야 할 정도로 위상이 격상됐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CFRA는 글로벌 대체육 시장이 2018년 약 22조원 규모에서 오는 2030년에는 무려 116조원대로 폭발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40년에 세계 육류시장에서 대체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60%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대체육이 우리의 음식문화를 송두리째 바꿔버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크푸드’라는 오명에서 자유롭지 못한 패스트푸드 체인까지 대체육의 잠재력에 눈을 돌리고 있다. 맥도날드는 소고기가 아닌 쌀, 감자, 완두콩 등으로 만든 패티가 들어간 맥플랜트(McPlant) 버거를 선보였다. 영국, 스웨덴, 덴마크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 시범 판매하던 것을 2021년 하반기에 캘리포니아, 텍사스 등 미국으로 영역을 확대했다. 유튜브에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다는 반응부터 아직 햄버거 본연의 맛을 느끼기에는 부족하다는 반응까지 맥플랜트 버거를 먹어본 다양한 후기 동영상이 연일 올라오고 있다.

맥도날드의 맥플랜트 버거 출시는 혼자만의 힘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다. ‘비욘드 미트(Beyond Meat)’와의 협업으로 식물성 버거가 탄생할 수 있었다. 회사의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비욘드 미트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대체육 전문 기업이다. 2009년 설립된 비욘드 미트는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구글의 공동 창업자 세르게이 브린, 에코브리티(Eco+Celebrity)인 영화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등이 투자를 했다는 소식으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2019년에는 나스닥 상장에도 성공했다. 빌 게이츠는 비욘드 미트 제품을 먹어본 후 “육류 대용품이 아닌 음식의 미래를 경험했다”는 후기를 남겼다.

버거킹은 맥도날드보다 더 빨리 비욘드 미트의 경쟁사인 임파서블 푸드(Impossible Foods)와 손잡고 채식주의자들의 취향을 고려한 ‘임파서블 와퍼’를 내놓은 바 있다. 닭고기를 포함하지 않은 식물성 너겟을 개발하기도 했다. 대두에서 추출한 단백질과 해바라기 기름이 주재료이다.

스탠퍼드대학 생화학과 교수였던 패트릭 브라운이 설립한 임파서블 푸드의 식물성 햄버거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에서 ‘탑 테크(Top Tech)’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체육은 식문화를 넘어서서 첨단기술의 영역으로 진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업종을 가리지 않고 대체육에 대한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신세계푸드는 대체육 브랜드 ‘베러미트(Better meat)’를 론칭했고, 대체육을 사용한 샌드위치를 스타벅스에서 판매해 흥행을 이끌었다.

롯데제과는 식물성 대체육을 활용한 야채 호빵을 개발했으며, ‘식물성 식품 전문기업’을 선언한 풀무원은 식물성 지향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트스파이어어드(Plantspired)를 통해 1조 7천억 규모의 미국 대체육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대체육은 식품업계만의 화두가 아니다. SK는 미국의 대체육 스타트업 네이처스파인드(Nature’s Fynd)에, 한화는 미국의 배양육 업체 뉴에이즈미츠(New Age Meats)에 투자를 결정했다.

고기인 듯 고기 아닌 고기 같은 대체육이 우리의 입맛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고기의 고유한 식감, 육즙, 심지어 색깔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내기 위한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사실 대체육 시장의 성장세를 낙관적으로 보는 이유는 비단 ‘맛’ 때문만은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조사에 따르면,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6.5%가 축산업을 통해 배출된다. 앞으로 탄소발자국이 적은 방향으로 소비하는 트렌드가 더욱 확산될 터인데, 사육과 도축 등으로 탄소 발생량을 늘리는 기존 방식보다는 대체육을 통한 친환경 식문화에 더욱 힘이 실릴 것이다. 동물 복지의 측면에서도 대체육의 존재 가치는 무시할 수 없다. 채식주의자의 수 또한 증가세다. 아울러 이슬람 문화권과 중국 시장까지 고려하면, 성장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건강, 맛, 사회적 메시지까지 모두 놓치지 않으려는 대체육. 이번 주말엔 대체육을 먹어보길 권한다. 

석혜탁sbizconomy@daum.net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