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JTBC뉴스의 유튜브 영상 캡쳐
2021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JTBC뉴스의 유튜브 영상 캡쳐

[오피니언타임스=칼럼니스트 서용현]한국 교육은 ‘유네스코 세계 미스터리(mysteries)’에 들어가야 합니다.

세계에서 한국 학생처럼 ‘죽게’ 공부하는 나라가 있습니까? 한국처럼 사교육비를 많이 쓰는 나라가 있습니까? 대학진학률이 세계 최고이고 박사도 무지 많습니다. 그런데 엄청 공부를 못합니다. 우린 왜 과학 분야 노벨상 하나 못 땁니까? 한국인들은 외국인들과 대화하면 화제가 없습니다.

영어 때문만은 아닙니다. “아는 게(인문학, 독서)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이 공부했는데(외웠는데) 아는 게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우린 4-5시간만 자고 죽도록 공부했고 외국인들은 실컷 자면서 공부했을 텐데... 달달 외운 지식은 어디로 갔습니까? 

이상한 것은 또 있습니다. 공부 ‘적게’ 한 사람들이 죽어라 공부한 사람들보다 똑똑하다는 것입니다. 연예인/개그맨들을 보십시요. 공부를 많이 한 것 같지 않은데 재치에 넘치지 않습니까? 반면에 노량진 고시촌의 10수생들을 보십시요. 그들은 죽어라 암기공부를 하지만 재수를 거듭할수록 합격률이 떨어집니다.

“공부 할수록 공부 못 한다”는 얘기입니다. 왜일까? 공부가 재미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우리 교육(암기공부)의 본색(本色)입니다. 그런 교육이니까 너도 나도 유학을 가고 기러기 아빠가 되는 것 아닙니까? 

교육을 백지에 다시 쓰자

이대로 가면 우리 교육은 나라 전체를 침몰시킬 것이다. 두뇌생산의 시대에 돌대가리의 나라는 망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교육을 뒤집어엎는 것이 새 한국의 최우선과제다. 이것은 학제 개편 등 일부 수정으로 안 된다. ‘교육의 개벽(開闢)’이 필요하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유교(儒敎)식, 일제 강점기식 교육 패러다임들을 당연하지 않다고 보고, 교육을 백지에 다시 쓰는 것이 필요하다.

이런 코페르니쿠스적 전환을 이루기 위해서는 ‘부분 개혁’으로는 안 된다. 수능을 손 보고, 특목고나 자사고를 페지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교육에 대한 발상 자체를 바꾸고, 교육을 백지에 다시 써야 한다. 수능 과목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수능을 아예 없애고 학생들을 암기공부에서 해방시키는 것이다. 특

히 우리 교육을 지식위주 교육에서 철저히 탈출(exodus)시키는 것이다. 신동엽 시인의 시(詩)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에 <쇠 항아리>라는 표현이 나온다. 학생들은 쇠 항아리를 지고 살아왔다. 암기공부와 시험이 대표적인 쇠 항아리다. 그래서 생각이 나겠는가? 창의가 되겠는가? 이런 쇠 항아리를 부수고 학생들을 일체의 속박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젤 자유로운 교육”이다. 필자의 꿈이다.  

인간의 잠재력에는 한계가 없다. 이 잠재력을 ‘죽이지’ 않고 발휘하면 엄청난 것이 나온다. 토마스 에디슨은 “만약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하면, 우리 스스로도 놀랄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 GE사의 전 회장 잭 웰치는 “인간정신이라는 샘에서 나오는 아이디어에는 한계가 없다. 그 샘의 물을 받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바로 창의성이다”라고 말했다. 그런데 우리 교육은 이런 잠재력을 열심히 죽여 왔다. 

교육혁명의 목표는 확고하다. “행복하고, 신바람과 패기가 있고, 창의적으로 사고할 줄 알고, 상호의존적인 젊은이”들을 키우는 것이다. 지식이나 성적보다 인성(人性)과 감성이 좋은 상호의존적인 학생을 키우는 것이다. 
 
새로운 교육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자유와 자율’이다. ‘자유정신과 자발성’을 살리고, 공부와 학교를 재밌게 만드는 것이다. ‘학교라는 감옥’을 부수는 것이다. 즉, “세계에서 젤 자유로운” 신바람 교육을 지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자유를 제약하는 귀신들을 제거하는 것이 급선무다. 특히 시험, 암기 및 주입식 교육을 퇴치해야 한다. 교육기득권의 저항은 각오한다. 그러나 교육개혁은 대통령이 직(職)을 걸고 수행할 것이다. “이것만 이루고 대통령 그만 두어도 여한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후퇴는 없다. 제도권 교육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새로운 교육’에 대한 열망이 함께 할 것이다. 

 

자, 1등으로 가자

선진국 교육을 벤치 마크하는 것으로는 1등이 될 수 없다. 교육은 어느 나라에서나 보수적, 경직적이다. 따라서 선진국들도 획기적인 교육개혁을 망설인다. 성공했던 구제도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선진국들의 제도를 참고는 하되 그것을 뛰어넘는 초 선진적 구상이 필요하다. 이면우 교수가 저서 ≪생존의 W이론≫에서 말했듯이 유럽, 미국이 간 길을 아무리 따라가 봐야 2등밖에 못 한다.

더구나 벌써 수 세기를 묵은 선진국의 교육제도는 형식화/경직화되어 귀신냄새가 나는 것들이 많다. 예컨대 미국의 교육제도는 돈 냄새가 너무 난다. 미국인들이 암기의 메카인 한국으로 SAT를 공부하러 온다 한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동서남북 모르고 한국 교육을 칭송한다. 미국의 교육을 본 받지 말자. 이것들을 넘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창조하면, 한국인의 잠재력에 비추어 한국은 기적을 이룰 것이다. 한국을 잠재력의 세계 챔피언으로 만드는 것이다. 

교육이 ‘엉망’인 한국이 교육혁명의 기치를 들 수 있겠느냐는 의문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기적은 폐허에서 떠오른다. ‘촛불의 기적’이 한국에서 점화되지 않았느냐? 우리 교육에 대한 범국민적 실망은 교육혁명의 모멘텀이 될 수 있다. 우리가 먼저 과감한 교육혁명을 하면 우리는 선구자가 될 수 있다. 나라가 크다고 대국(大國)이 되는 것은 아니다. 로마와 몽골제국을 보라. 국민의 잠재력이 최고로 발휘되면 위대한 나라가 된다. 교육혁명으로 그런 기적을 창조하자. 그래서 1등으로 가자.

서용현, Jose

 30년 외교관 생활 (반기문 前 UN사무총장 speech writer 등 역임) 후,

 10년간 전북대  로스쿨 교수로 재직

 저서 <시저의 귀환>, <소통은 마음으로 한다> 등. 

[‘서용현, Jose’는 한국이름 서용현과 Sir Jose라는 스페인어 이름의 합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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