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리감독 강화와 비용 절감 위한 부실 설계·부실 시공·비전문 작업 막아라

유병규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광주광역시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YTN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유병규HDC현대산업개발 대표가 광주광역시 아이파크 아파트 붕괴 현장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YTN뉴스 유튜브 영상 캡쳐

[오피니언타임스= 칼럼니스트 이계홍]공사현장에 추락한 인부들이 아직도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 사고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재난이다.

광주 서구 화정동 현대산업 주상복합 붕괴 사고는 감리업체의 관리감독이 부실했던 것이 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말하자면 가장 기초적인 ‘기본’에 충실하지 못한 것이 사고 원인이 된 셈이다. 

광주 서구청에 따르면 A감리업체는 2019년 5월 현대산업개발과 화정 주상복합 1·2단지 감리 계약을 맺었다. 현대산업개발은 공개입찰을 통해 109개 입찰 업체 가운데 36억원이라는 최저가를 써낸 A사를 감리업체로 선정했다.

감리업체는 본래 시공사가 설계 도면대로 공사를 하는지, 부실 공사 정황은 없는지 등을 살핀 뒤 문제가 있다면 현장 시정을 요구하고, 감리보고서를 작성해 감독 관청에 제출한다. 감리업체는 ‘적합’ ‘보완 필요’ ‘부적합’ 등 3가지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이런 평가에 따라 보완 시공이나 재시공이 이뤄지게 된다.  보도에 따르면, A사는 공사가 시작된 2019년 5월부터 감리보고서에 ‘적합’ 의견만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붕괴 사고 하루 전인 지난 10일 광주 서구청에 제출된 지난해 4분기 감리보고서 종합 의견은 ‘적합’이었다고 한다. 바닥 콘크리트 타설 중 일부가 주저앉아 재시공한 사실도 기록되지 않았다. 이번 붕괴사고 원인으로 지목되는 콘크리트 타설 강행, 바닥 시멘트 부실 양생 등도 적발하지 못했다. 경찰은 서구청이 확보한 감리보고서를 토대로 부실감리 의혹에 대한 수사를  펴고 있다. 물론 서로 적당히 보아주는 유착 관계도 수사해야 할 것이다. 

형식적 감리가 아닌지, 건설사와의 유착 관계를 가진 것은 아닌지, 면밀히 들여다 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건설사와 감리업체는 감시 견제하는 긴장 관계가 아니라 상하 관계로 인식돼 형식적인 감리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이런 유착과 안이함과 무능이 어느 시점에 터져나온 것이 사고의 일단이라고 보는 견해들이 적지 않다. 감리만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붕괴사고는 막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관계는 건설사와 관공서에도 해당된다. 적당히 봐달라는 ‘상납’과 ‘묵인’의 문화가 관행화되었다는 지적들도 많다. 이 때문에 산업 현장 사고는 또다른 후진국형 사고의 일단이라고도 보는 견해들이 있다.  후진국일수록 ‘통행료’가 아니면 통하지 않는 ‘관성’을 빗댄 비판이다.   

산업현장에서의 안전장치 미비점을 보면, 추락 방지조치 미실시, 안전난간 미설치, 사고가 났을 때 안전관리자의 작업중지권 즉각 발동, 사고위험 경보제 도입, 사고위험 특별진단팀 상시 운영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대개는 서류상으로 형식적으로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사고 예방 매뉴얼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공무원의 현장 출동이 필수적이다. 책상머리에 앉아서 서류로 대체하는 감독 관리로는 안전사고 방지를 막기 어렵다. 건설사의 작업현장이나 제철소 및 중공업, 화력발전소, 중화학 공업단지 등 노동력이 크게 요구되는 산업 현장일수록 안전 규정에 따른 감독이 절실하다. 지휘 감독관이 전문성이 부족하면 전문가를 대동해 현장을 살펴야 한다. 현장주의만이 재난을 방지하는 길이다. 

물론 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올 것이다. 단속 공무원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니 그 많은 산업현장을 커버할 수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관리 감독의 눈이 멀수록 사고 예방은 멀어질 수밖에 없다. 감독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사고를 방지하고, 결과적으로 엄청난 사고 비용보다 ‘염가’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비용 절감을 위해, 혹은 ‘안전불감증 타성’에 젖어 위험한 고공 시설공사에 형식적으로 그물망을 설치하거나 아예 생략하고, 밀폐공간임에도 충분한 안전관리 대책이 없거나 안전관리감독자를 배치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한다. 영암 삼호중공업 하청노동자 추락 사고도 20m 수직사다리에 안전망이 없었다고 한다.  

다시말해 안전 관리 규정만 제대로 지켰어도 생명을 앗아가는 사고를 막았을 것이다. 세월호 침몰 참사에서 보듯이 관계자들 모두 안이한 타성에 젖은 안전불감증이 사고를 불러온다. 관계자들이 각자 안전과 작업 환경에 역할을 충실히 했다면 중대재해로 이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최근의 사고는 갈수록 고도화·대형화·복잡화의 양상을 띠고 있다. 앞으로도 이런 사고는 계속 터져나올 개연성이 높다. 독일 사회학자 울리히벡은 “물질문명의 화려한 이면에는 위험 재앙이 사회적 상수가 되었다”고 말한다. 이런 ‘재앙의 사회적 상수’를 제거하려면 안전에 대한 투철한 국민 인식이 요구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서로 적당히 보아주는 안이한 태도를 각성하는 데서부터 재앙을 막을 수 있다. 

거듭 말하지만, 반복되는 사고는 타성에 젖은 ‘안전불감증’에서 온다. 위험한 공사 현장임에도 차츰 긴장도가 떨어져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발생하는 '인재'들이다. 비용 절감을 위한 부실 설계·부실 시공·비전문 작업 등의 공사 태도가 문제가 된다. 재난을 막고 위험을 줄이려면 기본에 충실한 통합적 재난안전관리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이계홍

동아일보 문화부 차장, 여론독자부 차장

문화일보 문화부장, 체육부장,  특집부장, 사회2부장

서울신문 수석편집부국장 통일문제연구소장

용인대 겸임교수, 동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객원교수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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