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던 스피스= 채널 A 뉴스
조던 스피스= 채널 A 뉴스

[오피니언타임스=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우승을 확정지은 조던 스피스(29·미국)는 18번홀에서 기다리던 아내 애니와 지난해 11월 태어난 아들 새미를 꼭 끌어안았다. 아내와 입맞춤을 하고는 아들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천하를 얻은 표정이었다. 그는 이날 이글 샷을 두 차례 폭발시키고 연장에서 회심의 벙커샷으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스피스는 4월 18일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 하버타운 골프 링크스(파71)에서 열린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RBC 헤리티지 최종 라운드에서 이글 2개와 버디 3개, 보기 2개로 5타를 줄이며 최종 합계 13언더파를 기록, 지난 시즌 페덱스컵 우승자 패트릭 캔틀레이(30ㆍ미국)와 연장전에 들어갔다. 

18번홀(파4)에서 열린 1차 연장에서 두 선수 모두 두번째 샷을 그린 주변 벙커에 빠트렸다. 스피스는 멋진 벙커샷으로 파로 마무리했지만, 캔틀레이는 공이 모래에 반쯤 묻힌 상황에서 친 샷이 홀을 10m 지나가며 파 세이브에 실패했다. 스피스는 지난해 4월 발레로 텍사스 오픈 이후 1년 만에 통산 13승째를 거두면서 상금 144만달러(약 17억8000만원)를 받았다.

‘골든 보이’ 스피스는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의 뒤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 차세대 선두 주자였다. 프로 데뷔 3년만인 2015년, 메이저 대회인 마스터스와 US오픈에서 잇달아 정상에 오르며 스물두살 나이에 세계 1위에 올랐다. 그리고 2017년 디오픈에서 최연소 메이저 3승 기록을 세웠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그는 디오픈 우승이후 거짓말처럼 슬럼프에 빠졌다. 우승은 커녕 리더보드 상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하며 지난해 세계 92위까지 떨어졌다. 스피스는 지난해 고향 텍사스에서 열린 발레로 텍사스 오픈에서 3년 9개월만에 우승컵을 들어 올리고는 부진 원인을 털어놓았다. 2018년 역기를 들다 왼손을 다치고는 통증때문에 그립을 제대로 쥐지 못해 샷이 어디로 갈지 알수 없을 정도로 일관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스피스는 유명 코치 부치 하먼을 찾아가는 등 각고의 노력끝에 샷 능력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번엔 한때 세계 최고였던 퍼팅이 말을 듣지 않았다.올 시즌 그가 PGA 투어에서 기록한 퍼팅 실력은 공동 179위로 최하위권이다. 지난주 유리알 그린으로 악명 높은 마스터스에서는 난생 처음 컷 탈락했다. 

스피스는 RBC 헤리티지 대회 3라운드 18번홀에서도 퍼팅에 또 한번 발목을 잡혔다. 3m 거리에서 버디 퍼트를 시도한 샷이 30㎝ 벗어났다. 가볍게 톡~ 친 것이 홀을 맞고 돌아 나와 보기를 했다. 중계방송을 진행하던 캐스터 입에서 “맙소사(holy smokes!)” 탄식이 터졌다. 일주일전, 그리고 불과 하루전만 해도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던 뒤엉킨 실타래는 고교 시절부터 연인이던 아내 애니의 한마디로 거짓말처럼 풀렸다.

남편에게 골프에 대한 언급을 전혀 하지않던 애니는 3라운드를 마치고 참담한 심정으로 숙소로 돌아온 스피스에게 “아무리 쉬운 퍼트라도 마음속으로 다섯까지 세고 하면 어때?”라고 했다. 어처구니 없는 실수를 했던 순간 스피스는 단 1초만에 퍼트를 했던 것이다.

스피스는 3타차 공동 9위로 시작한 최종 라운드에서 신중한 퍼트로 선두와의 차이를 좁혀나갔고, 3라운드에서 악몽을 안겨줬던 18번홀에서 3m짜리 퍼트로 버디를 잡아내며 승부를 연장으로 이끌었다. 스피스는 “어제 일로 (내게) 아무런 변화가 없다면, 오늘 경기는 그저 평범한 라운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경기했다”고 말했다. 

스피스는 아내의 조언을 귀담아 들어, 귀중한 승리와 많은 상금을 챙겼다. 물론 빠른 퍼팅 스트로크에 대한 지적은 스피스 아내가 아니라도 누구나 할수 있는데, 이걸 어떻게 현명하게 받아 들이느냐가 관건이다. 아마추어도 스피스처럼 1초는 아니더라도 퍼터를 잡자마자 5초 이내에 스트로크를 하는 성급한 이를 자주 볼수 있다.

빠른 스트로크는 미스를 유발해, 거리와 방향이 틀어진다. 물론 너무 신중해도 문제가 생긴다. 어드레스 자세를 오래 하면 근육이 일시적으로 굳어져 정교한 퍼팅이 어려운 탓이다. 그래서 어드레스후 10~12초에 퍼팅을 하는게 이상적이다.

그건 그렇고, 골프뿐 아니라 세상살이에서도 아내의 말을 잘 들어 일이 술술 풀리는 수가 많다. 아내의 잔소리를 귀찮게 듣지 말고 ‘소중한 조언’이라며 마음에 새겨 들으면 사업이든, 회사 일이든, 가정사든 빗나가지 않는다.

속담에 “마누라(아내)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라고 하지 않는가. 누가 지어냈는지 ‘인명재처(人命在妻, 남편 목숨은 아내에게 달렸다)’란 말은 결혼한 남자는 꼭 새겨야 할 명언이다. 아내와의 사이가 좋으면 100세 장수가 보장된다는데, 아내 말을 한귀로 듣고 한귀로 흘리는 사람은 참으로 어리석은 이다.

이젠 진부한 표현이 됐지만 골프치러 갈 때 세명의 여자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아내, 네비게이션 안내 방송, 캐디’의 지시를 거슬리지 않으면 즐거운 라운딩이 될수 있다. 특히 집에서 출발할 때 아내가 잔소리를 하더라도 고깝게 듣지말고, “네~잘 다녀오겠습니다~”라고 명랑한 반응을 보이면 지난주보다 5타는 더 줄일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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