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위해선 가치 공유하는 세력 키워야
- ‘정부 수립 역사 논쟁’ 정면으로 부딪쳐 국가 정통성 확보 필요
- 文 정권의 권력형 범죄행위 단죄, 국가 기강 바로 세워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채널A 유튜브 영상캡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를 하고 있다=채널A 유튜브 영상캡쳐

[오피니언타임스=강원 전문칼럼니스트] 윤석열 정부가 10일 막을 올렸다. 새 정부에 대한 기대와 우려는 남다르다.

문재인 정부 5년간이 우리 사회에 미친 ‘적폐’가 과거 어느 정권보다 큰 데다 국제적으로도 세계질서가 확 바뀌는 ‘대변혁’의 시대이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무려 35번이나 ‘자유’를 강조했다. 문 정권하에서 훼손된 ‘자유민주주의’를 복원하고, ‘자유로운 시장경제’를 통해 대한민국을 재도약시키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대통령이라도 혼자서 모든 일을 이룰 수는 없는 법이다. 뜻을 같이 하는 ‘세(勢)’를 모으고, 이를 기반 삼아 국정철학을 실현해나가는 ‘통치술’도 필요하다. 일본의 경제학자 모리시마 미치오(森鳥通夫)는 “경제의 성공 여부는 정치에 달려 있다. 1990년대 일본의 경제위기는 경제적인 면보다는 정치의 몰락 때문이었다”(『왜 일본은 몰락하는가』)고 했다.

▲새 정부 앞에 놓인 가시밭길

무릇 험난하지 않은 시대는 드물었지만, 윤 정부 앞길은 특히나 가시밭길이라고 할 수 있다. 문 정권 아래 누적된 폐해가 심각한 데에다 국제적 상황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나 1997년 외환위기에 못지 않게 녹록치 않다.

 문 정권의 ‘정부 주도 성장’, ‘소득 주도 성장’ 정책의 휴유증으로 나라빚이 급속도로 늘어 한국 경제의 자랑이었던 재정 건전성이 위협받는 수준에 이르렀다. 부동산 시장은 불안하며, 가계부채는 1900조원에 육박했다. 문 정부의 반(反)기업적 정책으로 인해 국내 투자는 정체되고 양질의 일자리는 늘지 않았으며, 공공부문은 과도하게 비대해졌다.

민주노총 등 좌파 단체들의 특권적 법질서 해치기는 여전하며, 건강보험 등 사회보험료도 껑충 뛰었다. 연금 개혁은 손도 대지 못했고, 무리한 원전 폐지 정책의 후유증으로 전기료 인상은 불가피한 실정이다. 물가는 뛰고, 저성장 추세는 고착화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인상은 국내에도 영향을 미쳐 금리 상승과 증시·원화 가치 급락(원화 환율 상승)을 초래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세계질서와 글로벌 공급망은 재편 중이다. 대북(對北) 외교는 김정은의 핵 추가 실험 임박으로 시험대에 올랐으며, 대중(對中) 저자세 외교는 중국이냐 미국이냐를 결정해야 할 ‘진실의 순간’에 직면했다. 일본은 물론 미국과의 관계도 약화될 대로 약화됐다. 하나 같이 쉽지 않은 과제들이다. 때론 국민들에게 고통을 함께 감내하도록 호소해야 할 수도 있다.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세력 육성이 급선무

 하지만 이런 문제보다 더 시급한 건 ‘국가의 정체성’을 다시 세우고, 이를 해치려는 세력들을 뿌리뽑는 것이다. 문 정권이 남긴 최대의 폐해는 자유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국가 정체성을 허물고, 대한민국이 과연 민주 공화국인가라는 데 의문을 낳았다는 점에 있다.

 문재인 정권은 국사 교과서에서조차 광복 이후 수립된 대한민국 정부 의 정통성을 훼손했다. 대한민국 정부는 이승만 대통령 등 일부 우익 인사들에 의해 세워진 독재 정부에 불과했으며, 6.25 전쟁은 자유를 지킨 전쟁이 아닌 한반도 지배를 겨냥한 미국의 전쟁쯤으로 간주됐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경제 발전은 무시됐으며, 민주화는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전 국민이 성취한 게 아니라 586 일부 정치인들의 독점적 전리품이 됐다. 문 정권과 민주당은 선거법, 공수처법, 임대차 3법, 대북전단금지법,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 박탈)법을 온갖 편법과 탈법, 힘으로 통과시켜 헌법 정신과 민주적 절차를 무시했다. 

민주당의 소수 지도부와 청와대 좌파 참모들이 결정한 주요 정책들은 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전국 규모의 조직을 갖춘 민노총과 전교조, 각종 좌파 단체 등을 통해 퍼져나갔으며, 어용 언론인과 지식인, 좌파 문화예술인들이 앵무새처럼 힘을 보탰다.

문 정권과 민주당의 후원과 지지로 주요 좌파 인사나 단체들이 사회 곳곳에 ‘진지’를 구축해놓은 것과는 달리 보수의 대표라 할 국민의힘은 변변한 우호세력들을 구축해놓은 게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같은 가치를 공통분모로 세를 모으기는 커녕 내부총질해대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난 대선에 승리한 것은 문 정권을 응징해야 한다는 국민들의 열망이 거세서지 결코 국민의힘이 잘해서라고 볼 수 없다.

윤석열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야 할 것은 사회 저변에 ‘자유’를 기치로 하는 세력을 광범위하게 키우는 것이다. 이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밝혔듯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가장 우선해야 할 것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둘러싼 민주당의 역사 왜곡을 피할 게 아니라 정면으로 부딪쳐 승리하는 것이다.  

중국의 언론인인 쉬즈위안(許知遠)은 『독재의 유혹』에서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결코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선택된 기억은 언제나 정치적 조종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했다. 민주를 가장한 좌파 의식화 교육인 ‘민주주의 시민 교육’도 없애고, 진짜 민주주의 소양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사회 각층에 형성돼 있는 좌파 진지들에 대한 제도적 후원 장치를 끊어 오랜 병폐를 고쳐야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자유와 민주주의의 기반으로 ‘지성주의’를 강조했다. 반(反)지성주의의 특징은 “근거없는 얘기를 자신있게 떠들고, 분풀이 대상을 꼭 집어 단정적으로 얘기하며, 같은 표정으로 똑같은 문구를 무한 반복한다”를 꼽을 수 있다.(우치다 다쓰루 內田樹, 『반지성주의를 말하다』) 민주당이 지난 5년동안 써먹던 수법이다. 윤 대통령이 지성주의를 언급한 건 문 정권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일 것이다.

진보 세력과 우리 사회의 근간을 무너뜨리려는 세력은 분리해 대응해야 한다. 진보 세력과의 협치와 소통은 중요하지만, ‘자유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부정하는 세력에는 단호해야 한다. 옛 것이 떠나지 않으면 새 것이 올 수 없다. 문 정권하에서 저질러진 수많은 권력형 범법 행위에 대해선 국가기강 확립 차원에서라도 단죄가 필요하다. 
강 원 news34567@nongaek.com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