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박내석  소방기술사가 가야금을 연주하는 모습
사진=박내석 소방기술사가 가야금을 연주하는 모습

[오피니언타임스= 박내석 소방기술사] 나는 매주 월요일 저녁엔 어떠한 약속도 만들지 않습니다. 매주 가야금 수업이 있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또한 매주 이틀 정도는 학교 수업 때문에 강원도 영월에 가서 머무릅니다. 영월에 갈 때에는 차에 늘 가야금을 싣고 갑니다. 수업을 마치고 생기는 상당한 여유시간에 연습하기 위해서입니다. 이 정도라면 저의 취미를 가야금 연주라고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가야금을 취미로 한다면 많은 사람들이 특별하게 봅니다. 드럼이나 기타, 또는 섹소폰 등을 취미로 두는 중년들은 많지만 가야금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은 흔치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남성들은 더욱 그렇습니다. 그렇다고 가야금이란 악기를 거부하는 분들은 여태 만나지 못했습니다. 다들 소리가 참 좋다고 합니다. 그럼에도 취미로 삼기 어려웠던 것은 아마도 배울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고 그것을 취미 삼은 누군가로부터의 자극을 얻는 기회 또한 거의 없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아니면 일반인이 할 수 있는 취미용 악기는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평소 국악에 관심이 많은 편이었던 나였기에 시작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굳이 서양의 팝송과 국악을 비교하자면 국악에 흥이 더 많습니다. 한민족으로서 흐르는 정서 때문일 수도 있다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주변 분들도 적지 않으니 꼭 그 이유만이라고 할 수도 없습니다. 그냥 개인의 성향 정도로 보고 있습니다. 십수년 전쯤에 퇴근 후 사무실 인근에 있는 국립국악원에서 개설한 판소리 단가 강좌를 잠시나마 듣기도 했으니까요. 
 
사실 가야금을 배우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악기도 다른 악기에 비해 결코 비싸지 않습니다.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30만원 정도면 연습용으로는 괜찮은 악기를 구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가야금 강좌 또한 관심들여 찾아보면 많이 있습니다. 시립문화원이나 문화센터 등과 같은 공립 기관도 있고 사설 국악 학원 등도 찾아보면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비용은 아무래도 문화원등이 저렴할 것입니다. 대신 클래스 개념의 강좌다 보니 개인별 수준에 따른 지도에는 한계가 있을 수 있을 것입니다. 

나의 경우는 일산의 호수공원에 있는 고양문화원에 가야금 강좌가 개설되어 있어서 어렵지 않게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등록하는 첫날이 기억납니다. 강의가 있는 시간에 맞춰 문화원을 방문하여 직원의 안내로 연습실에 갔는데 열명 남짓 여성 수강생들이 둘러 앉아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문화원에 가야금 강좌 개설 이후 남성 수강생으로 제가 처음이라고 환영이 대단하였습니다. 낯가림할 나이는 아니다 보니 그것이 불편함은 없었지만 특별하기는 한 모양입니다. 이후 코로나가 심해져서 강화된 방역으로 문화원 강좌가 중단된 탓에 그 중 몇이 학원 강좌로 옮겼는데 지금은 또 한 명의 남성분이 생겨서 특별히 남녀가 의식되지도 않습니다.

가야금을 연습한지 이제 10개월 정도 되어갑니다. 처음에는 그냥 연습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 신기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뭔가를 해낼 수 있어야 한다는 도전의식이 지배하는 것 같습니다. 요즘엔 소리(노래)와 함께 연주하는 병창이라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가야금은 악기만을 연주하는 산조가 있고 연주자가 소리와 연주를 함께하는 병창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암튼 잘 해야 하는 목표, 도전은 일종의 스트레스이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생각합니다. 과연 나는 나의 연주를 즐길 수 있는 날이 오긴 할까요? 아마도 직업으로 가야금을 연주하는 명인들 또한 늘 부족함을 느낀다면 만족이란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나의 취미는 가야금 연주가 아니라 연습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연습이 취미일 수도 있을까요? 마치 공부가 취미라고 공부에 진심인 누군가를 놀릴 때나 사용하는 말이 아닌가요? 

취미에 대해 위키백과를 찾아 보면 ‘인간이 금전이 아닌 기쁨을 얻기 위해 하는 활동 즉,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로써 일반적으로 여가에 즐길 수 있는 정기적인 활동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라고 되어 있습니다.즐긴다라는 표현이 와 닿습니다. 도전과 연습 그리고 그 속에서 작은 발전과 성취를 즐기겠구나 생각합니다, 

좌절의 반복 속에서 스트레스는 엄연히 존재합니다. 스트레스가 있다고 즐길 수 없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스트레스란 모든 행위에 동반되는 것이기에 연습 자체로도 충분히 즐김은 가능한 것 같습니다.

가야금 취미 이야기를 하면서 취미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사진=박내석 소방기술사
사진=박내석 소방기술사

 

[저자약력]
서울대 동양사학과 졸업 
소방기술사
한국기술사회 통일준비위원
국토교통과학기술진흥원 기술평가위원
한국교통안전공단 기술평가위원
㈜하나기술단 전무(현)
현대유엔아이(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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