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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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타임스=김봉성 청년칼럼니스트]홈플러스 ‘당당치킨’ 등장으로 치킨 대전이 시작되었다. 롯데와 이마트도 참전 조짐을 보인다. 대중의 일방적 지지에 프렌차이즈 치킨 업체는 철면피로 대응하는 듯하다.

나는 일단 강 건너 불구경 중이다. 프렌차이즈 치킨을 사 먹은 지 7개월이 넘었다. 나 참, 더러워서 끊었다. 그러나 2020년~2021년 121마리를 먹었던 헤비 치킨 소비자 이력을 토대로 한 마디 보탠다. 역시, 시장 경쟁은 아름답다.

치킨 값 상승은 타당했다. 치킨 한 마리가 삼계탕보다 비싸진 지점에서 가격 타당성을 의심해야 했지만, 가격은 사용가치가 아니라 교환가치가 결정했다. 수요가 있으니 공급이 있었다. 필수 소비재도 아닌 치킨, 안 먹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소비자는 성실하게 먹어줬다. 별 볼 일 없는 사용가치에 교환가치를 부여한 것은 결국 소비자였다.

나를 포함한 소비자는 도덕적이지 않았다. 기업이 자기 이익에 충실했듯, 개인도 자기 이익에 충실했다. 소비 기준에서 기업의 도덕성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배달앱의 폐해를 알면서도 사용했다. 플랫폼 기업은 혁신이 아니다. 그저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관계를 독점한 세련된 유통 깡패다.

카카오가 라이언의 얼굴을 하고 유통 생태계를 재편했듯,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는 쿠폰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해 나갔다. 덕분에 한동안 프렌차이즈 치킨의 실질 구매가는 배달앱 등장 이전보다 저렴해졌다. 소비자는 사용하는 쿠폰이 누구의 고혈일지 알면서도 누렸다.

배달앱 사용이 하나의 문화로 고정되고 시장을 적당히 장악했을 때, 비용이 소비자에게 청구될 것이라는 것은 예상된 수순이었다. 예상이 실현되기 시작하자 배달료 없던 시절 타령이 보다 적극적으로 쌓였다. 혹은 나처럼 치킨 시장에서 완전히 이탈했다.

가맹점을 상대로 한 프렌차이즈 본점의 갑질은 공공연히 알려져 있다. 소비자가 열심히 먹어준 덕분에 2021년 기준 교촌만 영업 이익률 5.7%로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줬을 뿐, BBQ 16.8%, BHC 32.2%의 영업 이익률 기록했다.

문어발 사업으로 질타 받고 있는 카카오 영업이익률도 10%가 안 되고, 고부가가치 산업을 다루는 삼성전자의 영업이익률이 21%, 세계 1등 기업 애플이 32%라는 점을 감안하면, 프렌차이즈 치킨은 착취를 튀겨낸 음식임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래도 소비자는 먹어서 응원했다. 누군가 착취당하든 치킨은 맛있다.

소비자의 방관, 혹은 암묵적 동의 속에서 치킨 값은 예의 없이 대가리를 빳빳이 쳐들었고, ‘치킨 값 3만 원’ 안하무인은 기어이 할아버지 수염을 뽑아버렸다. 소비자는 가격 불만을 참고 있을 뿐이었다. 자기 이익에 따라 행동한 것처럼 자기 이익에 따른 불만은 솔직하고 강경했다. 그것이 당당치킨에 대한 맹목적 지지로 이어진 것이다.

당당치킨은 프렌차이즈 치킨의 실질 경쟁자가 아니다. 상품성과 접근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 주문에 맞춰 튀기는 것이 아니라 미리 튀겨 놓은 치킨이다. 치킨 한 마리 사려고 홈플러스까지 가야 하는 수고도 번거롭다.

도보로 이동할 경우는 말할 것도 없고, 차로 이동해도 주차장에서 식품 매장까지 오가야 했다. 홈플러스에 간 김에 치킨을 살 수도 있지만, 치킨을 사고 계산해서 집에 오는 시간이면 치킨의 맛있는 온기가 지났을 때다. 일식집은 홈플러스 초밥 때문에 분개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횡포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애초에 홈플러스는 중견기업이다. 실질 규모도 프렌차이즈 치킨이 못 비벼볼 상대가 아니다. 2021년 홈플러스 영업이익은 1601억여 원은 영업이익 1위를 기록한 1537억여 원 BHC보다 많지만,  5322억여 원 적자 기업이다.

게다가 치킨만 놓고 봤을 때, 홈플러스는 프렌차이즈 치킨보다 규모의 경제를 실천할 만큼의 시장을 형성하지 못한다. 횡포의 주체는 프렌차이즈 본사였다.가맹점주는 홈플러스를 욕할 게 아니다. 본사의 영업 이익률이야말로 가맹점주의 몫이다. 계약 조건에 서로 동의했으므로 이윤 분배는 정당하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자영업자가 비정상적으로 많은 나라에서 자영업자는 근로자와 다를 바 없다. 먹고 살아야 하는 사람으로서 생계 수단 앞에서 절대 을이 된다. 임금이 깎일수록 근로자는 그것 아니면 살 길이 없으므로 더 악착 같이 매달릴 수밖에 없다. 이를 막기 위해 최저임금 같은 보호 장치를 두듯 자영업자를 위한 안전장치도 마련되어야 한다.

‘필수 소비재도 아닌데 안 사 먹으면 그만’도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 한국은 이제 개도국이 아니라 선진국이다. 필요가 아니라 편리를 소비해도 되는 나라다. 더군다나 치킨은 단순 단백질 공급원이 아니라 여가를 공유하는 문화다.

영어로 표기되면서도 한식의 위상을 획득했다. 이 음식 문화를 시장 논리에만 맡기는 것이 옳은 것인지 고민해 봐야 할 때다. 아니, 자기 이익을 우선하는 기업이나 소비자가 공유지의 비극을 완성해 나가기 전 국가가 대응했어야 했다. 많은 자영업자만 힘들었다.

다행히 시장이 새롭게 대응했다. 되돌아보면 2010년 롯데마트의 ‘통큰치킨’은 시장의 미학이 실천될 수 있는 기회였다. 치킨의 시장 실서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은 통큰치킨 철수 때부터였을 것이다. 당당치킨은 그 전철을 반복하지 않기를 바란다. 아울러, 정부는 프렌차이즈 본사들이 이에 대응한답시고 가맹점주의 고혈을 빠는 것을 막아주길 바란다. 슬슬 헤비 치킨 소비자로서의 복귀를 준비해야 할 때가 오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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