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n뉴스 유튜브 공개영상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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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피니언타임스 = 한성규 청년 칼럼니스트 ] 요즘 뉴스만 보면 무섭고 불안해진다.  외신은 "뉴욕증시는 파운드화와 영국 국채 가격 급락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과 달러화와 미국 국채 금리 급등에 하락했다. 특히 S&P500지수는 마감가 기준 올해 들어 최저치를 경신했고, 다우지수는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해 약세장에 진입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현상은 영국뉴스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파운드·달러 환율은 이날 장중 1파운드당 1.0382달러까지 하락했다. 당초 역대 최저였던 마거릿 대처 전 총리 시절인 1985년 당시보다 더 낮아졌다"며 파운드 화의 평가 절하에 대한 기사가 줄을 잇고 있다.

그동안 엔저의 수출호황을 즐기던 일본정부도 환율이 급격히 떨어지자 11년 만에 환율 개입에 나섰단다. 선진국들도 난리가 났다.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기업 삼성전자를 필두로 주식 시장이 녹아내리고 있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약 3개월 만에 7% 선을 뚫었고 아파트는 급매물이 아니라 급급매물이 나오고 있다. 한국은행이 다음달 빅스텝(한번에 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 연말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8%를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전방위적으로 다 두드려 맞았다. 일반적으로 주식이나 부동산과 다른 방향을 가던 채권에 투자한 사람들까지 손해를 봤다. 이러다가 다 죽어 라는 말이 현실이 되는 것 같다. 

전쟁이나 다른 이유도 많은데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3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데 이어 앞으로도 고강도 통화 긴축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히자 시장금리가 폭등한 영향이라는 게 중론이다.

국가부도 위기에도 태연한 라오스 사람들

올해 4월 12일 빌린 돈을 못 갚겠다고 선언한 스리랑카를 시작으로 파키스탄, 이집트, 튀니지, 페루, 엘살바도르, 가나, 에티오피아, 에콰도르와 레바논, 잠비아, 라오스는 일찌감치 난리가 났다. 

라오스의 경제 상황에 대해 전문가들에게 물었더니 실질적으로는 관광수입이 없어진 2년 전부터 국가 빚을 제대로 갚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철도 건설한다고 중국에게 빌린 돈을 아예 갚지 못하고 있는데 중국에서 돈을 더 빌리며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국가에서 디폴트 선언만 안했지 이미 2년 전부터 디폴트였다고 한다.  

우리나라 같으면 구조조정하고 한강에서 점프하고 금 모으고 난리를 칠 텐데 라오스 사람들은 별 움직임이 없다. 그냥 하던 일 똑같이 하고, 밥 먹고 밤에 맥주 마시고, 노래방 기기가 있는 사람들은 밤늦게까지 시끄럽게 노래나 부른다. 

한국에서도 경제위기가 와도 별로 영향을 받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이 사람들과 라오스 사람들의 공통점이 뭘까? 단순히 가진 자산이 없어서가 아니다. 태연한 사람들 중에는 가치가 급락하는 자산 많이 가진 사람들도 있다. 경제위기에도 크게 난리가 나지 않은 사람들은 빚을 내서 투자하지 않은 사람들이다.  

라오스에서는 파이낸싱 서비스가 거의 전무하다. 쉽게 설명하면 집은커녕 차를 살 때도 대출이 안 된다. 여기서 차를 살 수 있는 사람들은 현금부자다. 1억이 넘는 외제 랜드로버를 사려면 1억 현금을 들고 가서 산다. 10년 상황은커녕 1년 상환도 안 된다. 모기지? 이런 단어를 못 들어본 사람들이 대다수다. 

한국에서 지금 태연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주식투자는 월급 쓰고 조금씩 남는 걸로 했고 모기지를 끼고 집을 샀어도 실제로 거주 목적으로 샀기 때문에 다른 선택이 없었다. 진짜 난리가 난 사람들은 실제로는 살지도 않을 집을 두 채 세 채 사고, 빚을 내서 코인이다 미국 주식이다 사들인 사람들이다. 단순하다. 금리가 너무 빨리 오르니까 투자수익이 낼 이자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할 것이 예상되고 그래서 투기자산 가격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것이다. 

이게 다 코로나 탓일 것 같지만 아니다. 코로나가 터져서 급격하게 금리를 내린 탓도 있지만 코로나 전에도 10년간 저금리 저물가가 이어졌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쓸데없이 시청이다 군청이다를 거의 랜드마크급으로 짓고 무리하게 100명도 사용하지 않는 국제공항이다 뭐다를 지으며 인프라 투자를 늘렸다. 

똑똑하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은 지금까지 있었던 경제위기를 기억하며 기회를 말한다. 나는 여기서 다른 사람들처럼 역대급 투자기회를 논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다른 모든 물건값과 마찬가지로 자산 가치도 떨어지면 언젠가는 다시 오른다. 맞다. 쌀 때 사서 비싸게 팔면 부자가 된다. 이것도 맞다.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인간의 탐욕이 불러오는 스트레스와 불안이다. 한국 사람들은 역대급 기회를 이야기하면서도 불안해하고 또 뭔가 불편하다. 

돈을 벌어도 불안, 돈을 잃으면 더 불안해진다. 이에 반해 라오스 사람들은 경제 상황이 나빠도 편하고 경제 상황이 좋아지면 더 편안해 한다. 단순히 가진 게 없어서가 아니다. 가진 게 많은 1% 상위층도 마찬가지다. 여기 사람들은 무리하지 않는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는다. 한국 사람들처럼 서둘러 사서 손해를 보지도 않고 서둘러 팔아서 그 손해를 확정하지도 않는다. 욕심이 과하지 않아 빚을 내지 않고, 빚이 없기 때문에 서두를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뉴스에 매일 등장하는 미국이나 일본, 영국이나 우리나라만이 위기가 아니다. IMF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제 채무상환 유예 프로그램 대상 개도국 및 저소득 국가 73개국 중 절반이 넘는 41개국이 사실상 디폴트 초입단계에 있다고 한다. 

이제 다시는 투자 안한다는 사람도 있다. 대출 갚으려고 직장에서는 졸고 밤에 배달 돌리는 사람들도 있다. 미국 금리인상이나 정부의 대처만 이야기 했지 근본적인 이유는 아무도 이야기하지 않는다. 금리가 문제가 아니다. 투자가 문제가 아니다. 빚이 문제고 탐욕이 문제다. 인간이 탐욕을 줄이지 않는 한 위기는 지구가 멸망할 때까지 계속될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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