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ytn뉴스 유튜브 공개영상 캡쳐
윤석열 대통령=ytn뉴스 유튜브 공개영상 캡쳐

[오피니언타임스=양평 칼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은 보는 눈에 따라 여러 가지 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필자의 경우는 ’윤석열의 15시간‘에 시선이 끌리다보니 8년 전의 ‘박근혜의 7시간’이 떠올랐다.

박근혜의 7시간이란 잘 알려져 있듯이 2014년 세월호 참사 당시 박근혜가 7시간 동안 의문의 실종상태 같은 모습을 보여준 사건이다.

‘윤석열의 15시간‘이란 그가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라고 비속어로 막말을 한 것으로 보도된 지 15시간이 지나서야 김은혜 홍보수석이 그 말의 ‘바이든’은 ‘날리면’의 오류라고 정정한 일이다.

그 두 가지 사건은 너무 딴판이지만 다시 한 번 들여다보면 커다란 공통점이 있다.

‘세월호의 7시간’으로도 불리는 박근혜의 그 7시간은 규모는 커도 하나의 재난사고였던 것을 몇 등급 끌어올려 ‘통치상의 사고’ 같은 것으로 만들었고 결국 박근혜의 탄핵으로 이어진 셈이었다.

공교롭게도 그 사건은 박근혜의 몰락을 부른 최순실 사태와도 연결된다. 사건 당시에는 최순실의 이름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러나 2년 뒤 최순실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그 7시간에서도 박근혜가 최순실을 만나서 그의 ‘지도’를 받은 사실이 드러나 최순실은 한층 더 마녀 같은 존재로 부각됐다.

윤석열의 15시간도 만만치 않다. 뉴욕에서 있었던 그 비속어 파문은 세월호 사건 같은 참사는 아니지만 그 15시간 때문에 국가 최고 지도부의 기능에 이상이 있었던 것처럼 비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은 박근혜의 7시간을 능가하는 면이 있다. 당시 박근혜의 그 이상한 행적이 세월호 사건을 더 참혹하게 만든 것은 아니었다. 아니, 박근혜가 처음부터 제 자리를 지켰더라도 참사가 더 완화됐을 가능성은 없었다.

그가 7시간 만에야 중앙안전대책본부에 나타나서 한다는 게 “구명조끼를 학생들은 입었다고 하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하고 생뚱맞은 소리나 한 것이 이를 말해준다.

그러나 뉴욕의 그것은 나라의 최고 지휘부가 15시간이나 마비된 듯 한 사건이었다. 그 보도 내용을 바로잡아야 할 만큼 중요하다고 판단했으면 1.5시간 이내에라도 정정에 나서 ‘오보’의 피해를 최대한 막았어야 했다.

15시간 후에야 그 문제를 언급한다면 그것은 통상 보도 내용을 정정하는 것이 아니라 비속어를 인정하는 선에서 수습하는 경우다. 대통령이 강대국 정상들과 피를 말리는 외교 활동 끝에 친한 측근들과 동행하자 긴장이 풀려 비속어가 튀어나왔다는 톤으로 유감을 표시하는 식이다.

따라서 김은혜가 방송들의 보도를 부인하자 “15시간 동안 대통령 지휘부는 무얼 했단 말인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다 김은혜가 그 15시간만의 정정발표 마저 수정하자 그 시간은 박근혜의 7시간처럼 수수께끼 같은 시간으로 부각됐다.

그것으로도 모자라 윤석열이 귀국 후 그것을 ‘자막 조작 사건’으로 규정하고 여당이 MBC를 고발함으로써 그 시간은 뭔가 무서운 계획을 논의하는 시간처럼 비치기도 했다.

어쩌다 비속어 실수를 저질렀으니 최선을 다해 수습하자는 생각보다는 “기왕에 엎질러진 물이니 이 기회에 밉살스러웠던 방송사를 손봐주자”고 의논한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따라서 그것은 새삼스레 ‘사과하기 싫어하는 윤석열’의 면모를 크게 부각시켰다.

야권은 물론 여권에서도 많은 중진급 인사들이 사과하는 게 최선이라고 주장했으나 그런 바람은 사과를 싫어하는 대통령의 성품 앞에서 힘없이 증발되고 말았다.

실은 김은혜의 정정발표가 그처럼 늦어진 데도 그런 사과 문제가 논의된 것이 원인이 됐을 수 있다.

‘사과하기 싫어하는 윤석열‘이라는 이미지는 이번 사건으로 두 번째의 상승을 해서 정점에 이른 느낌이다.

그는 대선후보시절인 지난해 10월 전두환을 미화해 사과하라는 압력을 받고도 응하지 않다가 개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을 발표해 난리가 났다.

윤석열을 딱히 미워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그걸 보면 “이 개돼지들아! 사과가 그렇게도 먹고싶으냐? 옛다, 사과 먹어라”하는 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을 것이다.

원래 윤석열을 두고는 검사출신이어서 사과에 인색하다는 평이 있었다.

그것은 검사를 지난날 삿도와 비슷한 ’영감‘으로 부르는 사회 일각의 부정적 통념이기도 하다.

죄인이나 사령 등 아랫것들만 상대하니 사과보다는 ’네 죄를 네게 알렸다“는 호통이 앞서는 삿도들 말이다.

이번에도 그런 시늉만의 사과마저 거부한 채 역공으로 나선 것도 그렇게 비칠 수 있다. 이에 많은 국민들은 “X뀐 X이 성낸다”고 비난하는 소리도 있으나 사태는 그 보다 심각하다. “X뀐 X이...”는 원래 너절한 수준의 비아냥이지만 그 주인공이 대통령이라면 섬뜩하기 마련이어서 다.

실제로 대통령실은 ‘자막 조작’의 근원을 파헤칠 기세를 보이기도 했었다. 그래서 정국이 잔뜩 긴장했으나 대통령실이 그 고발을 여당에 맡기고 한 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거기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으리라는 진단이다. 우선 문제의 발언을 한 윤석열 자신이 기억을 못한다고 실토했으니 칼날이 무디어진 것이다.

여기에다 그 15시간도 큰 요인으로 작용한 셈이다.

자막을 조작했다고 공세를 가할수록 “그렇다면 그렇게 심각한 오보가 매스컴을 타는 동안 왜 15시간이나 방치 했느냐?”는 역공을 당하기 십상이어서라는 진단이다.

그 15시간은 박근혜의 7시간과는 발생 배경부터 딴판이지만 대통령 주변의 심각한 약점이 드러나게 한 점은 마찬가지다.

김은혜가 15시간 만에 발표한 것이 그의 독자적인 결정이라면 지휘부는 남의 일처럼 방관한 셈이 된다.

그 모든 참모들이 숙의해서 방송 보도의 XX들은 ‘바이든’이 아니라 ‘한국 국회의원들’을 지칭하는 것이라고 발표하기로 했다면 대통령 주변에 기라성처럼 포진하고 있는 참모들의 정치 감각이라는 게 시중의 장삼이사 수준에도 미달하고 마는 셈이었다.

그래서 당장 심한 비난이 제기됐다.

그러자 정정 발표했던 것을 다시 정정하게 된 것은 국가 수뇌부의 사고가 착란증세를 보이는 듯 한 모양새였다.

한마디로 그 15시간은 야당이 윤석열에게 쏟아 붓는 ‘빈손 외교’, ‘비굴 외교’, ‘막말 사고 외교’ 등 과격한 비난들이 자연스럽게 비치도록 한 셈이었다. 물론 그 이전의 ‘무능’이란 레테르도 야당들이 의례적으로 붙이는 인스턴트 물이 아닌 것처럼 보이게 했다.

양평 전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오피니언타임스
양평 전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오피니언타임스

 

양평 저자소개

한국일보 문화부 차장 

서울경제 문화부장 겸 부국장

세계일보  문화전문기자

 

사진=오피니언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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