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조선 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사진=TV조선 뉴스 유튜브 영상캡쳐

[오피니언타임스=김봉성 청년칼럼니스트]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 사라져야 한다. 왜냐면 가을 날씨가 너무 좋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봄 방학과 가을 방학이다.

한 없이 하늘색에 가까운 하늘을 보고 있으면 일 하느라 실내에 있기 죄스럽다. 집 밖을 나서면 체온에 꼭 맞는 하늘이 선선하게 불어온다. 마스크 없이 숨을 양껏 들이마셔도 되는 날들이 인류에게 얼마나 남았는지를 생각하면 지나가는 가을이 더 아깝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 아니다. 이 청명한 날씨에 실내에 머물기를 호소하는 것은 부당한 선동 같다. 가을은 여행의 계절이어야 한다. 여행의 반은 날씨다. 요즘 날씨면 어딜 가든 상쾌한 관광지다. 책도 야외에서 읽으면 더 맛있다. 인근 공원이나 카페 테라스의 독서조차 그 책으로의 여행이 되는 무적의 날씨다. 자연광의 압도적 조도(照度)가 주는 시원시원함에 활자도 활어처럼 싱싱해진다.

방학은 학생들의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 학생들의 방학 때문에 휴가철이 여름에 강제된다. 여름휴가는 비효율적이다. 여름은 어딜 가나 덥다. 아니, 이제는 뜨겁다. 자외선 때문에 선크림도 발라야 하고, 선크림은 땀 때문에 흘러내며 얼굴이 끈적끈적 찜찜해진다.

게다가 휴가는 미리 계획해서 예약으로 설계되는데, 당일에 비라도 오면 꽝이고, 비올 확률은 꽤 높은 편이다. 물론 ‘호캉스’는 실패 확률 없다. 그러나 실내에서 실내로 이동하는 것은 비싼 휴식이 될 수 있을지언정 여행은 될 수 없다.

문명은 이미 완벽에 가까운 실내를 구축했다. 여름, 겨울에는 집 나가면 고생이다. 여름에 가장 시원한 곳은 에어컨 빵빵한 공간이고, 겨울에 가장 따뜻한 곳은 보일러 빵빵한 공간이다. 여름과 겨울에 머물기 최적화 된 교집합이자 여름에 긴팔, 겨울에 반팔 입으며 자연에 역행할 수 있는 문명의 정수, 집이다.

여기에 필요에 따라 제습기와 가습기를 틀고, 공기청정기까지 돌릴 수도 있다. 실내는 자연을 무시할 수 있는 인간의 독창적인 권력 공간인 것이다. 이 권력을 포기하고 집 밖으로 나가 폭염과 폭설의 위력에 쩔쩔매는 것은 자기 학대다. 실내에 처박혀 있기 좋은 여름과 겨울이 차라리 독서의 계절이다.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 필요했던 이유는 문명이 낙후되었기 때문이었다. 학교는 여름과 겨울을 감당하지 못했다. 여름에는 지금의 두 배 정도 되는 학생들을 교실 안에 빽빽이 앉혀 놓았다. 양쪽 벽에 달린 선풍기 두 대, 혹은 앞뒤에 추가 되었다고 해도 네 대로 인간 보일러로 더해진 열기를 식힐 수 없었다.

겨울에는 북쪽 복도는 음지여서 바깥보다 더 추웠고 남쪽은 전면이 유리여서 단열이 신통치 않았다. 양방향 냉동 시스템 안에서 손은 아무리 비벼도 데워지지 않았다. 공부는커녕 가만히 있기도 힘들었으므로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은 인간이 자연에 적응하는 최선이었다.

이제는 문명에 적응할 때다. 인간은 이미 자연이 아니라 문명에 적응 중이다. 원시 시대 불의 발견 이후 인류는 화식으로 뇌를 진화시켰고, 근대 전구의 발견 이후 밤의 개념이 바뀜에 따라 현대인은 중노동자가 되었다. 농경시대만 해도 밤은 잠을 자거나 휴식하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밤은 더 활동할 수 있는 기회로 바뀌었다. 밤은 마음 놓고 즐길 수 있는 유흥의 시간이기도 했지만, 공부나 노동의 의무가 더해진 시간이기도 했다. 현대인에게 해가 뜨고 지는 시간은 무의미해졌다. 등교 시간 8시 20분, 출근 시간 9시가 중요할 따름이었다. 인간의 시간은 자연이 아닌 사회적 약속에 의해 움직였다.

이제는 발전한 문명만큼, 계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꾸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문명 내부에서도 노동 중심의 패러다임도 저물고 있다.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된 지 20여 년도 지나기 전, 주4일 근무 논의가 일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의 도래와 함께 인간에게 중요해지는 것은 노동이 아니라 여가다. 여가가 늘었기에 연예인과 셀럽의 위상이 높아졌고, 온라인 게임도 스포츠가 되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가 보편화 된 것은 여가를 보낼 수 있는 가장 저렴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가을, 그리고 봄은 가장 공정한 여가다. 누구나 공짜로 이용할 수 있으므로 여가의 최적 재화인 것이다. 시험 기간의 중심에 벚꽃이 반발했고, 코스모스 하늘하늘했다. 인류 문명은 아직 날 것의 봄, 가을을 재현하지 못하므로 봄, 가을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사회 체제로 전환되어야 하는 것이다. 가을, 저 공활한 하늘 아래 애국가처럼 웅장하게 거닐고 싶은데, LED 등 아래에서 웅크리고 있는 시간이 지나치게 많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