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객닷컴=이주호 청년칼럼니스트] 필명인 청년실격이 탄생하게 된 비화는 다음과 같다. 

몇 년 전 신문 기사를 읽던 중이었다. 거기엔 매 끼니 라면을 먹는 공무원 수험생 하루를 타임라인으로 그렸다. 그리고 '오늘날의 청년'이란 제목이 달렸다. 또 다른 신문에선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젊은이를 그렸다. 시위 현장이었다. 옛날과 달리 정치에 적극적인 '오늘날의 청년들'과 비슷한 제목이 달렸다. 또 다른 강연에선 스타트업, 새로운 기술에 적극적인 청년을 그렸다. 이제는 취업보단 창업에 힘쓰는 '청년'에 대한 풍경이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3개 청년에 모두 해당되지 않았다. 

부유한 삶은 아니지만 라면으로 끼니를 채우진 않았다. 신문에 나왔던 특정 정당을 지지하기 위해 시위를 참여한 적도 없다. 마지막으로 난 기계치다. 그 외에 여러 증거에서 나는 누군가가 그리는 '청년'에서 여러 번 실격됐다. 그렇게 필명이 결정됐다. 물론 나라고 완전 유별날 수 없어 개 중 몇 개는 청년상에 해당됐지만 반항심에 자발적으로 실격했다. 

나는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익명의 사람들과 동일한 그룹으로 엮이는 게 싫었다. 

사진 MBC 관련뉴스 화면 캡쳐
사진 MBC 관련뉴스 화면 캡쳐

간신히 '당신들의 청년'에 해당되지 않겠다고 도망쳤더니, 얼마 전부턴 MZ세대라는 키워드가 유행이다. 아뿔싸. 80년생부터 00년생이면 기준이다. 도무지 견디기 힘든 그룹핑이다. 그 개념이 제대로 정의되지 않고, 규칙이 없으니 MZ세대를 제 멋대로 이해하려는 사람이 많다. 솔직히 어떤 반항적인 말 뒤에다가 MZ세대를 덧붙여도 말이 될 것 같다. 

가령, 나는 주식을 하지 않고 코인에 투자한다. MZ 세대니까, 라고 하면 그럴싸한 4차 산업혁명 투자자 같다. 오늘은 점심을 많이 먹어서 저녁은 스킵하겠다, MZ 세대니까, 라면 1일 1식으로 건강 챙기는 신개념 다이어터 같다. "우리 XXX 말고 스벅 갈까? MZ세대잖아"라고 말하면 종이 빨대로 환경을 생각하는 젊은 환경운동가 느낌도 낭낭하다. 

비꼬는 거 아니다. 그만큼이나, 이 MZ세대에 대한 정의는 대중없고, 무리하단 말이다. 

다만 우리끼리 "MZ 세대니까"끝말잇기를 하면 소꿉장난으로 그치지만, 회사에선 MZ세대를 심각하게 바라보는 듯하다. 외래종이라도 된 것만 같다. "90년대생이 온다"라는 주제로 임원들을 교육한다. 팀장들도 MZ세대 리더십 강의를 받는다. 나이 많으신 부장님들도 "허허허 요즘 MZ세대라더니 확실히 다르구먼"한다. 원래 모든 사람은 다른 건데. 

만약 그렇다면 정말 MZ세대가 무언가 특별해서 그런 말을 하는 걸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만약 어떤 이유로 "90년생이 온다"가 사회적 담론이 된다면 동일한 논리로 "96년생이 온다", "87년생이 온다"등 의 시리즈도 가능하다. 꼭 90년생이 특정 이유로 이해되어야 한다면, 다른 년도에 태어난 사람도 꼭 같은 정도의 관심이 필요하다. 

내가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지점은 기성세대가 소위 MZ세대를 이해하려는 태도다. 그들은 본인들 기준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건 "MZ 세대니까"마법으로 해결하려는 듯하다. 한 번은 퇴근 후 늦은 시간에 상사 전화를 못 받았다. 한참 지나서 새벽이 돼서야 부재 중 전화를 확인했다. 다시 연락드리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아침에 출근한 뒤 팀장님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어떤 일이냐고 물었다. 팀장님은 급한 건 아니고, 메일 중 이해가 안 되는 내용이 있었다고 한다. 추가적인 설명을 마치고 콜백을 못 드려서 죄송하다고 하자, 팀장님께선 마치 이해한다는 듯이.."괜찮아 ~~ 씨 MZ세대인데 내가 늦게 전화하면 안 됐지"라는 답변을 줬다. 

그건 굳이 MZ세대가 아니라 X세대, Y세대한테도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늦은 밤 전화를 콜백 하지 않는 건 "내가 MZ세대어서가 아니라" 당신이 잠들었을까여서다. 노콜백엔 세대적, 시대적 유산은 없다. 마찬가지로 정시에 퇴근하는 것도 MZ세대의 특성이라고 할 수 없다. 그건 세대적 특성이 아닌 근로계약서를 준수하는 당연한 행위다. 원치 않은 회식에 참여하지 않는 것은 MZ세대 특성이라기 보단 개인적 성향에 가깝다. 아재 개그에 웃어주지 않는 것은 MZ세대 특성이 아닌, 단순히 재미없어서다. 만약 무언가 이해 안 되는 행위를 MZ세대로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건 이해를 위한 노력이라기보단 그 반대에 가깝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실무자 쪽보단 관리자에 가깝다면 한 번쯤 생각해보는 게 좋을 듯하다. 부하 직원이 이해가 안 되면 "MZ세대"라서가 아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혹은 그런 결정을 내린 그 사람의 개인적인 입장에서 고려해보자. 그 사람이 남자, 혹은 여자라서가 아닌, 대리 혹은 사원이어서가 아니라. 어쩌면 한 사람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 커뮤니케이션은 그 사람이 가진 성별, 나이, 직급, 혹은 MZ세대라는 이상한 타이틀을 전부 접어둔 채 시작해야 비로소 출발하는 것 아닐까 싶다. 

대개 보면 문제는 MZ세대에게 있는 게 아니라, MZ세대를 제멋대로 이해하려는 태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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