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골프와 인생”

[논객닷컴=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PGA(미국프로골프) 현역 시절 탱크 최경주(53)는 벙커샷 잘 하기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최경주는 어떻게 ‘벙커샷의 귀재(鬼才)’가 됐을까요.

전성기의 최경주는 정말 믿을수 없을 만큼 정교했습니다. 핀까지의 거리가 10m든 20m든 무조건 1m 이내 붙였습니다. 그 비법을 전수받기 위해 후배인 배상문과 김대현은 2009년 12월 미국 댈러스에 있던 최경주의 집을 방문했죠.

‘탱크’는 하루 8시간의 벙커샷 연습을 주문했습니다. 뭔가를 잔뜩 기대했던 두 후배는 입을 다물지 못하며 서로의 얼굴만 쳐다봤습니다. 벙커샷 연습은 프로들이라도 길어야 한시간인데 8시간을 하라니 잔인한 요구였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달동안 매일 8시간씩 벙커에서 살면 10만개 가까운 벙커샷을 날립니다. 결국 최경주의 비법은 다른게 아니었죠. 반복 또 반복, 엄청난 훈련량이었습니다. 최경주는 고향인 전남 완도 백사장에서 샌드웨지 여러개가 닳아 못쓸 때까지 연습을 했답니다. 일반 골퍼는 평생 써도 샌드웨지 한 개가 닳지 않는데 말입니다.

골프레슨하는 최경주 프로골퍼@사진 SBS 관련방송 화면  캡쳐
골프레슨하는 최경주 프로골퍼@사진 SBS 관련방송 화면  캡쳐

1960대 초만해도 북한에 국민소득이 한참 뒤졌던 대한민국이 어떻게 세계 10위권에 진입할수 있었을까요. 다 아시다시피 ‘한강의 기적’은 한국인들의 땀과 의지가 뭉친 결과입니다.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경제 발전을 이루려면 엄청난 열정아니면 될 수가 없죠. 모두들 수출 역군이 돼 하루 10시간 이상의 중노동에 투입됐습니다. 열사(熱砂)의 나라 중동에서 죽음을 무릅쓰고 일을 하기도 했습니다. 대기업이든 중소기업이든 하루 10시간에, 또 야근을 밥먹듯이 한 결과이기도 했습니다.

주방기기 중소기업에 다니던 제 친구(69)는 14년간 단 하루 휴가를 얻기도 했습니다. 저 역시 스포츠기자로 야구 취재를 하며 지방을 수없이 돌아다녔는데, 출장비는 받았지만 야근 수당 같은건 청구할 생각도, 회사에서 지급할 생각도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월차에, 대체 휴일에, 연가(年暇)에...휴가는 넘쳐 납니다. 올해 5월의 경우, 휴가 5일을 쓴다면 31일중 14일만 일하게 됩니다(어린이날, 부처님 탄신일 대체 휴일 포함). 이러니 분위기는 늘 ‘놀자판’아닙니까? 수출이 몇 달째 적자인 게 다 이유가 있습니다.

출퇴근은 얼마나 칼같이들 지킵니까. 오전 9시 출근이면 10~20년전만 해도 대개 10~20분 전에 출근을 해 그날 일에 대해 계획을 잡습니다. 요즘은?

9시 정각에 사무실 들어가긴 뭣해서 8시 58분이나 59분에 들어간답니다. 이유는, 1분이라도 회사에 충성하기 싫어서랍니다. 버스나 전철 연결이 잘돼 8시50분에 회사에 다달으면 바로 들어가지 않고 회사 근처에서 몇분간 스마트폰을 검색하다가 9시 1~2분전에 입장한답니다. 퇴근 시간도 엄정하게 지켜 5시55분에 컴퓨터를  끄고 기다렸다가 6시 ‘땡~’하면 사무실을 '휑~‘하니 나온답니다.

저는 젊어서 남보다 30분 일찍 출근하고 남보다 30분 늦게 퇴근하면 반드시 성공한다는 소리를 듣고 업무에 매진했는데, 이젠 이런 이야기가 ‘소귀에 경읽기’가 되고 말았군요.

그렇지만 남보다 열심히 하면 평가도 잘 받고 승진도 빠르다는 건, 선진국이나 후진국이나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골프든 일이든 몰두하지 않으면 절대로 성과를 낼수 없다는 걸 명심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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