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건 드라이펜]

1942년 11월 생으로 만 80세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1일 미 공군사관학교 졸업식장에서 프롬프터 받침대에 발이 걸려 넘어졌습니다. 자전거에서 넘어지고, 대통령 전용기에 오르다 넘어진 것을 포함해 재임 중 세 번째였습니다. 말실수도 잦아 치매의심도 받고 있습니다.

사진 KBS 관련뉴스 화면캡쳐
사진 KBS 관련뉴스 화면캡쳐

내년의 미국의 대선에서 재출마를 선언한 바이든 대통령의 최대의 적수는 그의 나이라고 합니다. 그가 재선에 승리한다면 그는 82세에 취임해 86세에 퇴임하는 최초의 최고령 대통령이며, 이 기록은 아마도 미국 대통령 선거사에서 깨지지 않을 기록으로 남을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의 취임일을 기준으로 최고령 대통령은 1981년 70세에 취임한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었죠, 그 기록은 2017년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71세 취임으로 36년 만에 깨졌다가, 2021년 민주당의 바이든 대통령의 79세 취임으로 연거푸 깨졌습니다.

100세 시대에 80대의 나이가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나이는 건강과 불가분의 관련이 있는 만큼, 어느 나라에서나 지도자를 선택해야 하는 유권자의 입장에선 후보자의 나이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이 문제를 현명하게 극복한 대통령으로 레이건 대통령을 기억하게 됩니다. 1984년 재선 도전 때 그는 민주당의 먼데일 후보와 대선 토론에서 “73세는 대통령 하기에 너무 많은 나이가 아니냐?”는 공격을 받았습니다.

레이건 후보는 그때 이렇게 역사에 기록될 대답을 했지요. “나는 선거에서 나이를 이슈로 하지 않겠다. 상대의 젊음과 경험미숙을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지 않겠다.” 그는 이 한 마디로 자신의 유머감각과 여유와 경륜을 보여주었고, 그해 선거에서 대승을 거뒀지요.

그는 78세까지 재선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같은 공화당의 조지 부시(아버지) 대통령에게 후임을 물려주었습니다. 그러나 83세 때인 1994년 알츠하이머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린 후, 은거에 들어갔으며, 2004년 93세로 별세했습니다. 재선하면 86세까지 재임해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의 나이에 미국유권자들이 관심을 갖게 되는 이유일 것입니다.

반면 레이건으로부터 정권을 물려받아 공화당의 3연임 집권의 발판을 확보했던 부시 대통령은 걸프전의 승리, 레이거노믹스로 다져진 호황경제 등의 호재를 안고 재선에 임했지만, 건강문제 이외로는 설명이 어려운 이유로 발목이 잡혀 패배했습니다.

선거의 해인 1992년 1월 8일 당시 67세였던 부시 대통령은 12일 간 아시아 순방의 마지막 국가인 일본에서 미야자와 기이치 총리주최 만찬에 참석했습니다. 전날 한국 방문에서 노태우 대통령과 테니스를 치며 활기에 넘쳤던 그는 이날 일본에서도 아키히토 천황 부자와 테니스를 치는 등 건강을 과시했습니다.

그랬던 그가 만찬장에서 갑자기 실신해 옆자리의 미야자와 총리의 무릎 위로 쓰러져 음식물을 토한 뒤 경호원들의 부축을 받으며 만찬장을 빠져나가는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이 장면은 전 세계로 생중계됐으며 그의 나이와 건강에 대한 우려를 미국인들의 뇌리에 심었습니다.

그의 적수로 등장한 민주당의 후보가 당시 46세였던 아칸소 주지사 빌 클린턴이었습니다. 주지사 시절부터 여성 스캔들이 많았던 그였지만 미국의 유권자, 특히 여성유권자들은 프로급의 색소폰 연주 실력을 지닌 젊고 미남인 클린턴 후보에게 매혹됐습니다.

일본에서의 만찬 졸도 이후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것을 의학적으로 행동적으로 입증한 부시 대통령은 공화당 예선전에서 압도적인 지지로 후보가 됐지만, 본선에서 젊은 클린턴의 돌풍을 당해내지 못하고 패배했습니다.

내년도 미국 대선의 후보 경선에서 민주당의 경우 현직 대통령인 바이든의 적수는 아직 안 보입니다. 공화당은 여러 후보가 속속 등장하고 있지만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후보가 상당한 지지율 차이로 앞서가고 있고,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추격하는 양상입니다.

트럼프 후보는 바이든보다는 네살 어리고 건강에 이렇다 할 이상증세를 보인 적은 없지만, 내년이면 그 역시 78세로 나이에서 크게 유리할 것도 없습니다. 게다가 트럼프는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반출과 성추문 입막음용 금품제공 혐의로 기소된 터라 그에 대한 현재의 지지세가 끝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후보와의 재대결 카드에 승산이 있다고 여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반면 디샌티스 후보는 내년 45세로 부시 대 클린턴 대결 때의 클린턴을 연상케 합니다. 여론조사에서도 바이든 대 트럼프에선 서로 각축을 벌이고 있지만, 바이든 대 디샌티스에선 디샌티스 우세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젊은 정치에 대한 미국인들의 희구가 자리하고 있음을 알게 합니다.

공화당 후보경선에서 트럼프의 우세가 지속될 것인지, 디샌티스가 트럼프를 이길 것인지와, 디샌티스가 공화당 후보로 선정되거나, 트럼프의 대 바이든 지지율 격차가 커질 경우 민주당이 바이든을 지킬것인지 아니면 새로운 후보를 물색하게 될것인지가 내년 미 대선을 바라보는 필자의 관전 포인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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