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건 드라이펜]

한미일 정상 간의 캠프데이비드 선언을 계기로 한국이 3국시대를 맞았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한국사에서 3국시대라면 신라 백제 고구려의 삼국시대와 신라 멸망 후 짧은 후삼국 시대가 있었지요. 그것은 한반도 내부적인 각축관계였지 역외의 제3국과의 관계는 아니었죠.

신라가 삼국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짧게 신라 당나라 간의 나·당 연합 시절이 있었지요. 그 후론 이 땅에서 중국과의 불평등 관계가 오래 지속되었고, 조선조 말에 와서 청 일본 러시아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죠.

한국은 지금 세계 거의 모든 나라와 수교하고 있지만 안보동맹은 1953년 미국과의 한미방위조약이 유일무이하고 전무후무한 것이죠. 일반적으로 수교조약에는 상대국과의 각 분야에서의 교류에 관한 내용을 규정하지만 안보에 관한 규정은 없죠.

해방 후 한국은 오로지 미국과의 2국 시대를 살아오다가 이번에 일본과 함께 3국시대를 맞은 겁니다. 일본과는 동맹 비슷한 것을 해 본 적이 없는 한국이 일본과 준 동맹관계를 맺게 됐다는 것 또한 전무후무한 일입니다.

동맹적 성격 중에 중국의 남중국해 군사 요새화와 대만 무력침공에 반대하는 내용도 있지만 보다 직접적으로는 북핵 위협에 공동 대응한다는 부분입니다. 야당이 일본 자위대의 한반도 상륙을 허용하는 준 나토식 군사동맹이라고 비판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역사적으로 일본에 대항하기 위해 우리가 제3국가와 연합을 했던 것은 고려 말에 몽고와 하청식으로 연합하여 일본을 치려했다가 ‘가미가제(神風)’로 좌절된 것과, 조선조 임진왜란 때 조·명 연합군 형성쯤을 들 수 있을 겁니다. 역사적으로 우리의 전쟁은 거의 방어적 전쟁이었지 점령적 전쟁은 아니었습니다.

조선조 말 열강보다 한 발 앞서 조선과 수교한 일본은 조선과 청나라 사이에 끼어들어 청일전쟁을, 조선과 러시아 사이에 끼어들어 러일전쟁을 일으켰고, 두 전쟁의 승리를 발판으로 조선을 식민지화 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렇듯 한일 간에는 악연과 구원(舊怨)이 첩첩으로 쌓여있는 사이였습니다. 현대에 와서 한일협정 체결 이후 한국이 식민지시대에 대한 보상차원에서 일본으로부터 청구권자금을 받아 경제개발에 사용하는 등 활발하게 경제교류가 이뤄졌습니다.

한국의 경제개발은 일본의 기술과 자금이 없었으면 속도가 매우 느렸을 것입니다. 그처럼 양국은 경제적으로는 긴밀한 관계였음에도, 일본의 과거사와 관련된 망언 한마디면 순식간에 나락에 빠지는 시시포스의 바위굴리기의 연속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이같은 과거사의 악순환 고리를 끊겠다고 선언하고, 일제징용자 배상문제를 매듭지은 뒤, 한일 간 셔틀외교를 복원함으로써 한미일 정상회담이 가능케 됐습니다. 그점에서 윤 대통령이 주도권을 행사한 회담이라는 평가는 합당합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캠프데이비드회담 공동성명의 골자를 인도태평양 지역안보를 위한 3국 간 협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분석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국의 지역안보의 범위가 인도·태평양으로 확대된 것은 한국이 미국 일본과 함께 명확히 중국 견제 세력이 된 것을 의미합니다.

이로써 한국은 대 중국외교에 부담을 안게 됐으나, 남중국해가 한국의 에너지수송로라는 점에서 공해로 남아 있어야하지 특정국가에 장악되는 것은 국익에 반하는 것입니다. 이전 정부에서 이 문제에 입장이 명확치 않았다면 그것이 잘못된 것입니다.

선언은 이행이 안 되면 휴지조각이 되고 맙니다. 1978년 중동평화를 위한 이집트·이스라엘 간의 캠프데이비드 협정은 체결 당시 역사적 성과로 칭송되었으나, 평화의 가능성을 보인 사건이었을 뿐 중동에 진정한 평화는 오지 않았습니다. 오늘의 시점에서 평가하면 그 역시 휴지조각이나 마찬가지입니다.

3국 정상은 합의의 이행을 위해 매년 정례 정상회담을 열기로 하고 내년의 회의는 한국에서 열기로 했습니다. 한미일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의 합의 내용이 지속가능한 합의가 되려면 최소한 한일관계가 나락으로 떨어질 일은 없어야 합니다.

한일관계는 윤석열 정부 집권기간 동안 크게 악화할 소지는 적다고 봅니다. 최근 과거사 문제 외에 오염수 문제에서 한국정부가 취한 우호적인 입장으로 인해 일본 정부도 한국 정부에 빚을 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 또다시 망언이 나온다면 한국인의 배신감이 이전보다 더 크리라는 것을 일본인들도 알 것으로 봅니다.

반면 2027년 한국의 대통령 선거에서 과거사 문제에 집착하는 야당이 승리한다면 한일관계는 문재인 정부 시절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크겠지요. 3국시대의 기본 구도에 균열이 생기고 캠프데이비드 선언도 형해화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더 근본적으로는 내년도 미국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여부에 달렸다고 해야겠죠.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해야 우선 내년에 한국에서 열기로 한 연례 3국정상회담도 열려 선언의 제도화가 구체화하겠지요. 그점에서 이번 선언은 바이든 대통령의 선거용 치적으로 소비될 소지가 다분하죠.

공화당의 트럼프가 당선되면 먼저 바이든 대통령의 흔적을 지우려 할 것입니다. 그의 재임 시절 한국과 일본에 대한 기본시각은 방위비분담금 증액뿐이었죠. 3국정상회담을 지속시킨다 하더라도 그런 용도로 이용하려 할 것입니다.

신 3국시대에서 한국정부가 가장 유념해야 할 부분은 중국 문제라고 하겠죠. 과거에 비해 중국의 중요도가 떨어지긴 했으나 여전히 한국의 주요 교역 파트너입니다. 미중 두 나라는 패권싸움을 한다지만 실질에서는 경쟁하면서 협력하는 사이입니다. 우리는 미국보다 더 그래야 하는 나라입니다.

중국이 대만을 무력 침공을 하지 않는다면 한중관계도 나빠질 이유는 없습니다. 중국의 대만 무력침공은 주한미군, 남북관계 등에서 우리의 안보에 심각한 사태로 연결됩니다. 과연 한국은 대중국 외교에서 강온 전략을 적절하게 구사할 수 있을 만큼 유능하고 유연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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