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 중순, 신문을 읽다가 "내년 마흔인데 10명 중 7명은 집 없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맞닥뜨렸다. 사십 대를 앞둔 질풍노도의 시기에 조바심 들게 하는 이 기사는 뭐람 하며 첫 문장을 확인했더니 '내년이면 40세가 되는 1983년생 가운데 주택을 소유한 사람은 10명 중 3명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쓰여 있었다. 일단 내 상황이 10명 중 7명에 속한다니 다행인 건가 하면서도, 수많은 과업들에 이젠 주택 소유주마저 추가해야 하는구나 싶어 숨이 턱 막히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통계청 분석은 확실히 내 목을 졸랐는데 국내 거주 중인 1983년생 71만 2000명 가운데 혼인한 비중은 66.9%(남성 59.4% 여성 74.8%)며 기혼자 대부분 (82.9%)이 자녀가 있다는 내용이었다. 하필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나는 남편도 없고 애도 없는데 그 와중에 집마저 없구나 하는 걸 속속들이 짚어준 참 고~마운 기사였다. 순식간에 '없는 걸'로  삼관왕을 안겨준 얄궂은 이 통계는 그 뒤로 잊고 살았는데 최근에 자료를 정리하다 내가 이 신문기사를 고이 간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돌이켜보니 그 이듬해 덜컥 아파트 분양을 질렀으니까 어디 박혀있는지도 몰랐던 이 기사가 암암리에 나를 움직이게 만든 것이 분명했다.

사진 MBC 관련뉴스 화면 캡쳐
사진 MBC 관련뉴스 화면 캡쳐

내가 사십 대를 보내야 하는 세상은 (분야를 막론하고) 성공을 판단하는 척도의 1순위가 돈인 시대 속에 있다. 여기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예상치 못한 질병의 유행과 돈을 풀어 재낀 국내외 정책의 영향으로 자산 가격이 요동치는 것을 목도한 많은 사람들이 돈에 대해 더 큰 관심을 갖게 되었다. 포모증후군은 남 얘기가 아닌 내 얘기고  코인, 영끌, 빚투라는 말도 신조어가 아닌 일상어가 되었다.  

이번 여름 몸이 좀 허해진 것 같아 마트에 한우를 사러 갔던 적이 있었다. 살림을 하지 않아 장 보는 일이 흔치 않았던 나는 별생각 없이 카트에 소고기 말고도 이것저것 담아댔는데 계산하는 순간 현재 물가에 소스라치게 놀라고 말았다. 아파트에 입주하면 중도금 대출 이자를 후불로 치러야 하고 첫 독립이라 온갖 살림살이도 다 사야 하는데 물가가 이 지경이라니. 지금은 내 돈에서 나가지 않는 전기세, 수도세 등의 관리비까지 생각이 뻗치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혈혈단신인 나 하나를 입히고 먹이고 뉘이는 것에도 이 정도 돈이 드는데  아이까지 딸려있는 1983년생 기혼자 82.9 % 들이 새삼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는 자녀가 없는 대신 아이 못지않게 가고 싶고 보고 싶고 배우고 싶은 것이 많아서 교육비(?) 지출로는 결코 뒤지지 않긴 하다)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을 하는 건 젊을 때나 가능해 세컨드라이프마저 그렇게 살 순 없어하는 마음과 날이 갈수록 치솟는 의식주 비용에 나이 들수록 늘어나는 의료비는 어떻게 감당할래 하는 계산이 팽팽히 맞붙는다. 매일 경제신문을 읽고 어떻게 해서든 월급을 조금 더 불려보고자 애를 쓴다. 퇴근 후와 주말에 내가 잘하고 재밌어하는 분야에 온갖 시간을 들이고 에너지를 쏟아붓는다. 돈에 대해서 마흔의 내가 알고, 할 수 있는 건 일단 여기까지다. 10여 년 뒤 '내년 오십인데' 하는 통계에서 미래의 나는 어디에 속해있을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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