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골프와 인생'

[논객닷컴=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여자 프로골퍼들은 30세를 넘으며 내리막길을 걷는 선수가 많습니다. 대표적인 선수가 장하나(31)입니다. 장하나는 통산 10승을 거두며 한국 여자 프로 최초로 총 상금 50억원을 돌파한 선수입니다(현재 58억원).

그런데 올들어 15개 대회 연속 컷오프하더니 올시즌 마지막 투어인 SK쉴더스․SK텔레콤 챔피언십에서는 무려 34오버파로 맨꼴찌(75위)를 기록했습니다. 장하나의 부진에 대해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이 나이인것 같습니다. 프로 선수들은 10~12세에 골프에 일찍 입문하는데 서른 즈음에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며 은퇴 위기에 놓이게 되는 겁니다.

하지만 완전히 나이를 거꾸로 먹는 선수도 있습니다. ‘한국 여자 골프의 간판’ 신지애(35)를 두고 하는 말입니다. 그는 지난 5일 일본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토토 재팬 클래식 4라운드에서 7언더파를 몰아치며 공동 4위를 차지했죠. 올해 출전한 LPGA투어 5개 대회에서 무려 4차례나 ‘톱 5’에 입상했습니다. US여자오픈 준우승과 AIG여자오픈 3위 등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 경쟁력을 보여줬으니 30대 중반임에도 철저한 자기관리로 여전히 세계 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21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3라운드 1번 홀에서 신지애가 티샷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10월 21일 경기도 파주시 서원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린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3라운드 1번 홀에서 신지애가 티샷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신지애는 주로 일본에서만 뛰고도 세계랭킹이 15위입니다. 2013년 12월 이후 무려 9년 10개월 만의 15위권 진입이죠. 2010년 5월 한국 선수로는 처음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에 오른바 있습니다. 미국 무대를 포기하면서 세계랭킹은 급격히 떨어졌는데 지난 1월만 해도 66위였지만 이젠 ‘톱 10’을 넘볼 수준까지 올라섰습니다. 내년 6월까지 이 순위를 지키면 태극마크를 달고 파리 올림픽에 나가게 됩니다.

신지애가 바로 ‘살아있는 전설’인 것은 기록이 잘 말해줍니다. LPGA투어에서 11승(메이저 2승)을 수확했습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선 28승,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도 아마추어 1승을 포함해 20승을 쌓았습니다. 국내 남녀를 통틀어 프로 최다승인 64승의 금자탑을 이룩했습니다.

신지애는 히딩크 감독의 말대로 ‘배고픈 골퍼’입니다. 자신의 쌓은 업적에 전혀 만족하지 않고 있습니다. 여전히 최고가 되고 싶다는 열망으로 가득 차있죠. 데뷔 초기부터 지금까지 반드시 우승하겠다는 각오로 출격한답니다. 또래 동료들은 대부분 은퇴했지만 18년째 필드를 누비고 있습니다.

신지애는 타고난 승부욕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그는 “지는 게 너무 싫다. 미친 듯이 연습하는 이유다. 목표를 달성했을 때 성취감은 대단하다”고 말합니다.

키 156cm인 신지애는 엄청난 파워의 소유자이기도 합니다. 또 멘탈이 강한 선수입니다. 열다섯살 때 어머니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신지애가 부의금으로 골프를 한 일화는 유명하죠.

신지애는 몸과 마음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돋보입니다. 시간있을 때는 공연장과 전시회장을 다니면서 에너지를 충전한답니다. 최근 일본 무대를 정리한 동기생 이보미는 신지애의 롱런 비결에 대해 “운동뿐 아니라 휴식도 잘하는 친구”라고 평가했습니다. 신지애는 “온·오프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힘만 주면 안 된다. 힘을 빼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신지애는 자기관리가 철저한데 몸에 대해 꼼꼼하게 분석합니다. 밀가루와 계란, 유제품 등은 대회 이틀 전부터 먹지 않는답니다.

신지애의 이런 초특급 프로 정신을 일반인들이 닮아야 하지 않을까요. 4천가지에 달하는 유해물질이 담긴 담배를 끊지 못하는 이, 위와 간이 좋지 않음에도 매일 술자리를 피하지 못하는 이, 복부 비만이 점점 늘어나는데도 음식 조절을 못하는 이들은 신지애의 독한 성격을 본받아 새롭게 태어나야 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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