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골프와 인생”

[논객닷컴=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또 한해가 아쉽게 저뭅니다. 지나고 보니 후회막급인 일이 많죠? 물론 흐뭇하고 기뻤던 일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또 한 살을 먹는게 안타까워 아쉽고 후회되는 일이 물컹 물컹 떠오르게 됩니다.

그런데 지난 한해를 돌이켜보면 생각나는 일들이 많이 잊혀지지 않았나요? 도움을 받은 건 거의 기억속에 사라졌고 상처를 받은 일들만 새록새록 생각이 나지 않나요?

그래서 “은혜는 바위에 새기고 원한은 모래밭에 쓰라”고 하는데 그게 참 실천은 어려운 일입니다. 그래서 일기(日記)가 필요합니다. 연말에 지난날의 일기를 뒤져보면 누가 누가 나를 따뜻하게 감싼 적이 있고, 누가 누가 나를 음해하거나 비난을 해서 속상했던 일이 있었는가를 상세히 알수 있습니다.

물론 매일 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어쩌면 번거롭습니다. 평범하게 지낸 날은 건너 뛰고 특별히 기억할만한 일이 생긴 날만 1주일에 두세번 쓰는 것이 효과적일 겁니다.

저는 솔직히 일기쓰는 일을 몇 년전에 중단했습니다. 컴퓨터에 일기를 써왔는데 어느 날 우연히 아내가 제 일기를 보고 “머라 머라~”하는 바람에 다 삭제해 버리고 일기를 쓰지 않게 됐습니다. 대신 수첩의 날짜 칸에 그날 그날 느낀 거라든지, 중요한 사항을 간략히 메모해오고 있습니다.

하여간 뭔가를 남겨 연말에 되돌아보며 기분 나쁘고 아쉬웠던 일은 새까맣게 잊어버리고 즐거웠던 일, 자신을 돌봐줬던 이들을 생각하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것 같습니다. 고마운 이들에게는 연하장을 직접 보내기 어렵다면 문자로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식사 대접도 훌륭한 수단이고요.

골프도 마찬가지입니다. 연중 20~30회 라운딩을 했다면 별의별 일이 다 있었지 않았습니까. 친구 차를 얻어 타고 기분좋게 갔다가 (식사 후)한잔한 김에 올 때는 편안하게, 즐거운 마음으로 돌아온 기억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 않을까요. 또 어프로치를 잘해 멋진 버디를 잡았던 순간, 생애 처음으로 79타를 쳤던 감격은 평생 잊지 못할 겁니다.

사진 연합뉴스
사진 연합뉴스

드라이버샷한 공이 러프에 빠져 ‘로스트볼’로 2벌타를 맞을뻔한 위기에서 공을 어렵사리 찾아준 동반자, 3퍼트가 확실한 10m짜리 퍼팅때 거리 조절의 팁을 줘 2퍼트로 기분좋게 마감하게 해준 친구도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이와 반대로, 인정사정없이 룰을 엄격히 적용해 ‘양파(기준타수보다 두배 더 치는 것)’의 수모를 당하게 한 동반자, 내기 돈을 다 따고 밥도 안산 친구는 다시 만나기 싫은 ‘진상 골퍼’죠.

그렇지만 한해가 지나가면 대부분 잊어 먹기 마련아닙니까. 이걸 명확히 기억할 수 있는 게 ‘골프 다이어리’입니다. 골프 다이어리는 매번 골프치고 나서 라운딩 내역과 소감을 쓰는 겁니다.

제가 쓰는 골프 다이어리는 ‘1.날짜 1.골프장과 코스 1.동반자 1.전후반 스코어(버디 수와 퍼팅수) 1.동반자들과 이동 상황 1.잘했던 부분과 실수했던 부분 1.기타 라운딩 소감’을 컴퓨터에 적습니다.

연말에 다이어리를 뒤적이면 한해의 라운딩이 파노라마처럼 머릿속을 지나갑니다. 사람의 기억력엔 한계가 있으므로 골프 다이어리는 골퍼들에게 필수입니다.

아마 대부분이 골프 다이어리를 쓰지 않을건데, 내년부터는 잊지 말고 일기쓰듯 다이어리를 작성해 연말의 소중한 추억으로 간직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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