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렌지색 유니폼을 입고 사력을 다해 달리는 한 축구선수. 그는 결국 상대편 골망을 흔든다. 그러고는 두 손에 얼굴을 파묻는다. 눈물을 흘리는 것. 그토록 간절했던 골일까. ‘슈틸리케의 황태자’라 불리던 그의 눈물이 유달리 애처로워 보인다. 

경기 종료.  

그 선수는 인터뷰를 한다.  

“정말 제가 많이 존경했거든요. 다음 생애에 다시 태어나도 꼭 장인어른의 사위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알고 보니 그의 장인어른이 경기 당일 새벽에 영면한 것. 빈소를 지키는 것보다 그라운드에서 땀 흘리며 최선을 다하는 것을 바라셨을 장인어른을 위해 그는 서글픈 마음을 억누르며 축구화 끈을 조여맸으리라.  

그가 속한 프로 팀은 장인어른의 고향을 근거지로 했다. 그 팀을 열렬히 응원했던 장인에게 그는 자랑이었다. 구단의 로고가 새겨진 옷을 즐겨 입었던 장인어른을 위해서라도 그가 있어야 할 곳은 운동장이었다. 더구나 그의 팀은 1부 리그 잔류의 기로에 서있는 상황이었다.  

“내가 인생에서 잘한 것으로 딸과 아들을 낳은 것 다음으로 자네를 사위로 맞이한 것.”  

장인어른이 했다는 말이다. 사위에게 보낼 수 있는 최고의 찬사다. 둘의 관계가 얼마나 각별했을지 어렵지 않게 짐작이 된다. 이 축구선수가 느껴야 하는 비통함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최근 스포츠 뉴스를 보다가 이 구단이 프로축구 1부 리그 잔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사위는 장인어른이 좋아하셨다던 커피와 소주를 사 들고 인사드리러 가겠다고 한다. 

위 이야기를 몇몇 유부남 친구들에게 공유한 적이 있다. 감정이입이 되니, 생각만 해도 눈물이 터질 것 같았다. 장인어른께 더 자주 연락드리고, 좋은 시간을 자주 그리고 많이 보내야겠다. 친구 놈들의 연말 다짐도 위의 내용과 진배없더랬다.  

더 많이 사랑하는 연말 그리고 새해가 되길 바란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