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인의 골프와 인생]

[논객닷컴=골프 칼럼니스트 김수인] 희망찬 한해가 밝은지, 어느덧 10여일-. 새해 결심을 얼마나 실천하고 계신가요. 대부분 작심삼일(作心三日, 결심을 해보지만 사흘을 못간다)이신가요? 그래도 실망을 마십시오. 가다가 중지 곧하면 간만큼 이익이라는 우스개 소리가 있잖습니까.

계획을 실천못하는 분들은 대개 목표치가 너무 높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20년 피운 담배를 하루 아침에 싹 끊겠다든지, 새해부터는 술을 한방울도 안 마시겠다든지, 체중 감량을 한꺼번에 20kg이나 하겠다는 것도 과욕 아닐까요. 그것보다 하루 한갑 피우던 담배를 절반으로, 술을 마시더라도 25도 이상 독주(毒酒)는 삼가고 원샷도 자제해 한잔을 두세번에 나눠 마신다든지, 다이어트를 3~5kg 정도로 1차 감량 목표를 정하는 게 실천에 효과적일 겁니다.

그리고, 올해 목표를 한가지만 정해야지 두세가지로 넓히면 이행하기가 어렵습니다. 또 설혹 작심삼일이 됐다 하더라도 하루 쉬고 다시 도전하는 자세도 좋습니다.

자료사진 연합뉴스 
자료사진 연합뉴스 

골프의 경우, 올해는 ‘정확한 타수를 기록하겠다’는 거 하나만 정해서 실천하면 바람직할것 같습니다.

최근 통계에 따르면 국내 아마추어 골퍼는 대개 90대 초반 타수를 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골프 플랫폼 스마트 스코어는 지난해 국내 골프장에서 스코어를 남긴 340만명의 평균 타수는 91.5타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여성 골퍼 평균 타수는 92.7타로 남성과 크게 차이 나지 않았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70대가 85.9타로 가장 좋은 스코어를 남겼습니다. 60대는 87타, 50대는 89.8타였습니다. 구력이 길수록 스코어가 줄어드는 현상이라고 스마트스코어는 분석했습니다(스마트스코어는 지난해말 현재 약 9천6백만 건의 스코어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음).

이는 나이가 많을수록 동반자와 경쟁보다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스코어를 실제보다 낮게 기재하는 경향 때문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보다는 지나치게 느슨한 타수 기입이 구력이 길수로 스코어가 좋아지는 이유가 아닐까요. 60,70대가 평균적으로 80대 중반을 기록한다는 건, 저의 31년 골프 경험상 있을 수 없는 일로 보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체력이 떨어져 드라이버나 우드, 유틸리티, 아이언샷의 거리는 줄어들 수 밖에 없는데 타수가 좋아진다는 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70세 이상은 대개 시니어티를 이용하지만). 물론 구력이 많아질수록 어프로치나 퍼팅 기술이 정교해져 타수 줄이는데 일조를 합니다만 전반적으로 봐서는 스코어가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나이들수록 스코어카드상 기록이 좋아지는 이유는 트리플 보기 이상을 저지르더라도 캐디에게 이야기해 더블 보기로 통일시키는 게 첫째 이유입니다. 이것 하나만으로 18홀에 4~5타는 줄어듭니다.

두 번째는 첫홀과 마지막홀에서 보기 이상을 해도 동반자 모두 ‘올 파’로 기입하는 나쁜 관례입니다. 세 번째는 멀리건(한번 더 치게 하는 것) 남발입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위해서 못치는 사람에게 멀리건을 주는 건 권유사항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18홀에 1~2개에 그쳐야지 3개 이상을 남발해 ‘정직과 매너’를 중시하는 골프 정신을 훼손시켜서는 안됩니다.

네번째는 무분별한 룰 위반입니다. 디보트(페워웨이의 패인 자국)나 잔디 상태가 안 좋은 곳에 공이 떨어졌을 때는 프리드로 룰(15cm 이내 자유롭게 공을 놓고 다음샷 진행)을 사전에 약속하는 건 바람직합니다(내기를 세게 하는 이들은 이 마저도 용납않지만).

그러나 OB 말뚝 밖에 공이 떨어져 OB가 확실한데도 벌타없이 플레이한다든지, 카트 도로에 공이 있을 때 구제를 받는다고 페어웨이 정중앙으로 옮겨 진행을 하는 건 삼가는 게 좋습니다. 도로옆 잔디상태가 좋은 곳을 선택해야죠.

가능한 골프 정신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플레이를 해야지, 룰을 너무 어기는 마구잡이 진행은 골프가 아니라 ‘자치기’입니다. 스코어를 10타 정도 줄여 오늘 80대 초중반을 기록했다고 기분이 좋아질까요. 아닙니다. 마음 한구석에는 찜찜한 기분이 남아 있습니다.

그것보다 90타를 넘기더라도 ‘룰과 매너’를 잘 지켰다면 나름대로 자존심을 지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오늘 못쳤더라도 못친 걸 복기해 다음 라운드에서 회복을 한다면 기량은 점점 향상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아직 시즌 오픈이 한두달 남았지만, 지금부터라도 각종 규정을 웬만큼 지켜 명랑한 분위기를 만들자는 각오를 다지면 진정한 ‘필드의 신사, 숙녀’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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