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 12개 대기업에 공문보내 미래지속 성장위해 정관에 5개 과제 반영 요청
감사위원 분리선출 · 임원결격명시 ·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 보스심의제도 등 안건 제시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 이하 경개연) 12개 대기업집단에 대해 주주 친화적이고 건전한 거버넌스를 갖추는데 필요한 사항들을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정관변경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청했다.

경개연은 요청사항을 정관에 반영함으로써 주주 친화적이고 건전한 지배구조를 갖추게 되면 ESG 목표를 효과적으로 달성하고 지속 가능한 성장을 기업으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경개연은 9일  올해도 삼성전자⋅SK⋅현대차⋅LG⋅포스코홀딩스⋅롯데지주⋅한화⋅GS⋅한국조선해양⋅신세계⋅KT⋅CJ 등 12개 상위 대기업집단에 이같은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고 밝혔다. 경개연의 이같은 내용의 정관변경 요청 공문 발송은 지난 2022년과 2023년에 이어 이번이 3번째다.

이 공문은 구체적으로 건전한 지배구조 구축 과제로 △분리선출 방식으로 감사위원 과반수 선임 △임원 결격요건 명시 △권고적 주주제안 도입 △세이온클라이밋(Say on Climate) 허용 △주주총회 보수심의제(Say on Pay) 허용 등 5가지를 제시했다.

경개연은 이번에 '세이온클라이밋'을 추가했다. 세이온클라이밋 제도는 회사가 온실가스 배출 현황, 기후 변화 대응 계획, 전환 전략, 감축 목표 등에 관한 정보를 외부에 공개하고, 이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권고적 표결 형태로 심의를 받고 주주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주총 결의는 회사나 이사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성격이다. 주제는 다르지만, 주주들이 투표를 통해 금융사 경영진의 보수를 심의하는 ‘세이 온 페이(Say on Pay)’와 유사하다.

경개연은 지난 2년간 제안한 거버넌스 개선 과제들이 주요 회사에서 실제 정관변경 안건으로 상정되자는 않았지만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지 등을 검토할 기회를 갖게 된 것만으로도 적지 않은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

예년과는 달리 올해 정관변경 안건 요청에서는 이사회 구성의 독립성을 높이는 방안 말고도 각 회사 별 핵심 과제를 강조한 것이 두드러진 특징이다.

현대자동차, 롯데지주, 한화, GS, 신세계, CJ 등 6개사에 대해서는 지배주주의 계열사 임원 겸직으로 인한 과다⋅중복보수 지급을 문제점으로 지적하며, 오는 주주총회 보수심의제(Say on Pay)를 허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처음 정관변경 안건 요청대상으로 선장한 소유분산기업 포스코홀딩스에 대해서는 ESG 이슈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제 도입과 세이온클라이밋 허용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포스코는 고탄소 배출산업인 철강업을 영위하는 점에서 이같은 방향의 경우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정관변경이 필요하다고 경개연은 밝혔다.

경개연은 포스코처럼 공기업에서 민영화된 KT에 대해서는 요청한 정관변경 안건 말고도 이사 수의 상한 폐지 및 대표이사(후보)의 사내이사 추천권 폐지 등 이사회 구성과 관련한 개선책을 추가로 제안했다. 이는 작년에 대표이사 선임을 둘러싸고 벌어진 ‘KT 사태’의 수습을 위해 회사가 자체적으로 거버넌스 개선 작업을 추진하였으나,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은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경개연은 이들 대기업집단이 거버넌스 개선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당해 회사는 물론 그룹 전체의 거버넌스가 개선되고 나아가 이는 국내 기업 전체와 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최근 기업들의 ESG 경영이 특히 강조되면서 기업의 재무적인 수치뿐 아니라 ESG 이슈와 관련한 비재무적인 정보도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는 만큼 기업들이 권고적 주주제안제,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및 세이온클라이밋 등 제도를 허용을 검토해볼 필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큰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정관변경 요청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사회 제도 개선

분리선임 방식으로 감사위원회위원 과반수 선임

- 현행 상법은 감사위원회 위원 중 1명을 주주총회 결의로 다른 이사들과 분리하여 선임하도록 정하고 있으며, 정관으로 분리선임 감사위원을 2명 이상으로 정할 수 있다. 하지만 정관으로 분리선임되는 감사위원회 위원을 2명 이상 또는 과반수 이상으로 정한 경우는 찾아보기 어렵다. 감사위원회는 회계감사 및 업무감사를 통해 CEO 등 경영진을 견제하는 역할을 주로 수행하기 때문에 지배주주나 CEO로부터 독립하여 선임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선임 방식으로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확보가 쉽지 않은 문제가 있다.

- 이에 감사위원회가 독립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감사위원회 구성시 분리선임 방식으로 선임하는 감사위원이 과반수가 되도록 확대할 것을 제안했다(소유분산기업인 포스코홀딩스와 KT는 제외).

임원 결격 요건 신설

- 우리나라는 기업인이 횡령⋅배임 등 사건으로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치더라도 유죄 선고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영에 복귀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유죄판결을 받은 기업인(임원)이 충분한 냉각기간 없이 회사에 복귀할 경우 해당 회사의 시장에서의 신뢰가 하락하고, 준법경영에 대한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회사와 관련한 횡령⋅배임 등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거나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친 사람에 대해서는 그 능력과 무관하게 일정 기간 회사에 복귀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회사와 주주를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라 할 수 있다. 일부 회사의 경우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가 확정된 때’를 이사의 결원으로 규정함으로써 유죄판결을 받은 임원이 회사에 복귀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 이에 횡령⋅배임 등으로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의 임원(미등기임원 포함) 자격을 제한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제안했다.

주주 친화 정책

ESG 이슈에 관한 권고적 주주제안 허용

- 주주제안 제도는 주주와 경영자 간의 의사소통을 촉진하고 기업에 대한 주주의 견제와 감시를 일정부분 가능하게 하는 장점이 있지만, 현행 상법 하에서는 법령 및 정관에서 정한 주주총회의 결의사항에 한하여 가능하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기 때문에 주주제안 제도는 크게 활성화되지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주주제안의 범위가 상대적으로 광범위하거나 권고적 주주제안이 가능한 미국 등 주요국에서는 최근 핵심 이슈로 부각한 E(환경)・S(사회) 문제와 관련하여 주주제안 제도를 적극 활용하여 경영진의 사회적 책임경영을 강조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사회나 경영진의 재량권을 보장하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회사가 도입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하며, 권고적 주주제안이 활성화된다면 ESG 이슈에 관하여 주주들의 관심을 환기하고 경영진의 책임성 확보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이에 권고적 주주제안을 허용하는 조문을 신설할 것을 요청했다.

세이온클라이밋 (Say on Climate) 허용

- 최근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의 재무적 성과뿐 아니라 비재무적 성과로서 기후 관련 정보 및 회사의 대응이 강조되고 있다. 관련하여, 세이온클라이밋은 회사가 온실가스 배출 현황, 기후변화 대응 계획, 전환 전략 및 감축 목표 등에 관한 정보를 공개하고, 이에 대해 주주총회에서 권고적 표결 형태로 심의를 받고 주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이다. 세이온클라이밋 주주총회 결의는 회사나 이사회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없는 권고적 효력을 갖는 특징이 있다. 현재 유럽, 호주를 중심으로 세이온클라이밋을 통해 기후변화 관련 정보를 공개하고 주주총회에서 심의를 받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기업의 기후 관련 책임과 정보공개를 강화하는 국제적 흐름에 비추어볼 때 향후 이러한 경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 따라서 회사가 정관변경을 통해 세이온클라이밋을 허용함으로써 자발적인 기후정보 공개를 유도하고, 주주들의 의견 개진도 가능하도록 하는 등 보다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할 것을 제안했다.

주주총회 보수심의제 허용

- 주주총회 보수심의제(Say on Pay)란 주주총회에서 회사의 보수정책과 대표이사 등 임원진의 보수 산정에 대해 심의하는 제도로, 표결 결과는 강제력이 없고 권고적 성격을 갖는 ‘권고적 주주제안’의 한 형태이다. 주주총회 보수심의제는 현재 주요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로서, 효과적으로 제도가 작동할 경우 기업지배구조가 개선되는 효과가 있으며 기업의 성과와 경영진 보상 간 연계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회사는 임원의 보수에 관한 기본원칙을 규정하고 보수의 적정성 확보를 위해 노력하고 회사의 재무상태나 경영성과에 연동한 성과보수가 지급되도록 해야 하지만, 실제 주주나 이해관계자들이 그 내용을 확인하거나 정보에 접근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 이에 주주총회 보수심의제도를 정관에 신설함으로써, 임원보수 산정에 관하여 주주들의 이해를 돕고 그 과정에 주주의 의견 개진이 가능하도록 하는 등 보수체계를 개선할 것을 제안했다.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