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 최근 본사 압수수색 …오너일가 코로나 치료제 개발 관련 시세조정 혐의
수사 본격화 따른 오너리스크에 실적부진 겹쳐 3세 경영체제 순항은 어려울 듯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중견제약사 일양약품이 코로나19 시기에 불거졌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 최근 경찰이 최근 본사를 압수수색한 등 2년 남짓 미뤄온 주가의혹 수사를 본격화하면서 오너 3세경영이  도전받고 있다.

오랜 시간 논란과 의혹이 이어져온 주가조작의 진실을 규명작업이 본 궤도에 오른 데다 실적부진까지 겹치면서 일양약품은 새해 벽두부터 심각한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뒤숭숭한 분위기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5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 혐의로 서울 강남구에 있는 일양약품 본사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일양약품은 코로나 19 팬데믹 때 개발 중이던 코로나19 치료제의 효능을 왜곡해 주가를 띄운 혐의를 받고 있다.

최근 경찰이 주가조작 혐의로 압수수색한 일양약품 본사. (사진=일양약품)
최근 경찰이 주가조작 혐의로 압수수색한 일양약품 본사. (사진=일양약품)

일양약품의 주가조작 의혹은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속에 제약업체들이 폭발하는 수요를 잡기 위해 너나 없이 백신 및 치료제 개발에 나섰다. 신약 관련 소식이 나올 때 마다 해당 제약업체의 주가는 출렁거렸다.

일양양품도 신약개발  대열에 참여했다. 일양약품은 2020년 3월 고려대학교 의대에 의뢰한 연구결과를 인용해 자사 백혈병 치료제인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보도자료는 이 치료제를 투여하면 48시간 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대조군 대비 70% 감소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이 제품은 이미 시판중인 신약인 만큼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시 기간을 단축시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소식이 전해진 후 일양약품 주가는 날개를 달았다. 당시 2만원 대였던 주가는 4개월여 만에 5배 이상인 10만원 대 이상으로 껑충 뛰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은 결국 실현되지 않았다. 슈펙트 코로나 치료효과를 발표한지 1년여 만인 2021년 3월 일양약품은 슈펙트의 코로나19 임상이 실패로 돌아갔다면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을 중단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던 주가는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낮은 수준으로 곤두박질 쳤다.

대부분의 제약업체들은 미래성장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신약개발을 지속적으로 추진한다. 성공으로 대박을 칠 수도 있고 실패로 끝나 연구개발비를 날리는 경우도 비일비재다. 일양약품의 코로나 치료제 개발이 실패로 끝난 것도 제약업계에서 늘상 있는 일이다.

그런데도 문제는 되는 것은  주가가 고점을 찍을 당시 일양약품 최대주주인 오너 2세 정도언 회장 일가가 보유주식 일부를 내다 판 때문이다. 정도언 회장의 모친과 동생 등은 지난 2020년 3월 보도자료가 배포된 이후 주가가 정점을 찍은 그해 7월까지 종류주식과 보통주식을 11만주 이상 장내 매도했다.

이 거래로 오너일가는 거액의 차익을 실현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서 주가조작의혹이 제기됐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일양약품 오너 일가 4명이 주가가 올랐을 당시 약 8만 6000주를 매도해 약 7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는 것이다.

2021년 3월 임상 중단으로 주가가 폭락한 뒤에는 정도언 회장의 장남인 정유석 대표와 차남인 정희석 일양바이오팜 대표가 일양약품 주식을 대거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다 일양약품이 ‘슈펙트’가 코로나19 치료 효과를 담은 보도자료를 발표하면서 자사에 유리하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넣어 보도내용을 왜곡 했다는 의혹도 일었다. 이는 오너일가의 주식거래 사실과 맞물리면서 ‘주가조작 의혹’을 증폭시카는 요인이었다.

경찰은 지난 22년 9월 일양약품의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다. 이후 수사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다가 새해들어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2022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일양약품 주가조작이 이슈가 됐다.

당시 전문경영인인 김동연 대표가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사회적 물의가 일어난 데 대해 대표로서 대단히 죄송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1년 전부터 경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고 일부 소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답했다.

오너 3세 정유석 사장이 승진과 함께 대표로 취임하면서 일양약품은 3세 경영시대를 열었으나 출범초기부터  오너 리크가 불거지면서  휘청거리는 모습이다. 게다가 지속적인 성장세도 한 풀 꺾였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5.8% 줄고, 누적 영업이익은 53.7%나 대폭 감소했다. 정 사장이 이 험난한 파고를 이기고 경영안정을 기할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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