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락’이란 말이 유행하고 있다.

시작은 ‘나락도 락(rock)이다’라는 밈이다. 이 밈은 티셔츠나 스티커 등 굿즈로 만들어지며 MZ 세대에게 인기를 끌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주로 쓰이다 ‘피식대학’이란 유튜브 채널이 콘텐츠로 활용하면서 그야말로 대세가 됐다. 유쾌한 코미디를 표방하는 이 채널은 ‘나락 퀴즈쇼’라는 콘텐츠를 종종 만든다.

기본 포맷은 제목 그대로 ‘퀴즈’쇼다. MC가 문제를 내거나 질문을 하면 게스트는 답을 맞히거나 대답을 하면 된다. 다만 질문이 좀 짓궂다. 일반 퀴즈 쇼라면 절대 다루지 않을 정치나 종교, 역사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룬다. 물론 장난이고 농담이다. 보다 보면 은근히 웃기고 즐겁다. 퀴즈를 푸는 당사자만 웃지 못할 뿐이다. 그도 그럴 것이 당사자 입장에선 신중에 신중을 기해 대답해야 한다. 잘못 대답했다가 정말 ‘나락’갈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 유쾌했던 이 나락 퀴즈쇼가 어느 순간 불편함이 느껴졌다. 콘텐츠가 불편해진 게 아니다. 나락이란 뜻이 가진 사회적 함의가 불편해진 것이다.

‘나락’이란 본래 불교에서 지옥을 뜻한다. 예전부터 쉽게 쓰는 말이다. 사실 쉽게 써서는 안 되는 말이다. 그만큼 그 의미는 무겁다. 또, 그 의미 그대로 이 사회가 정말 조금만 밉보여도 정말 나락 가기 쉽기 때문이다. 소위 캔슬 컬처라고 불리는 ‘제거 문화’는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에 대한 각종 루머와 댓글, 여론을 통해 수많은 이들을 이미 나락으로 보냈다. 그래서 대중의 인기를 먹고 사는 연예인이나 인플루언서는 그 어느 때보다 나락을 조심해야 한다. 쉽게 뜰 수 있는 만큼, 쉽게 질 수 있는 무서운 세상이기에, 그리고 진실보단 거짓의 힘이 더 강한 시대이기 때문이다.

결국 나락이란 말을 통해 모두가 주지해야 할 자세는 하나로 귀결된다. 바로 신독이다.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서 조심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남들이 지켜보지 않고, 남들이 들을 수 없는 곳에서 스스로 말과 행동을 조심하기란 쉽지 않다. 내가 바로 그렇다. 혼자 있으면 경박한 행동으로 인해 꼭 사고가 난다. 갑진년이 밝은지 얼마 안 되는 것 같은데 벌써, 손가락도 크게 다치고, 자동차 사고도 났다. 새해부터 액땜을 제대로 했다.

오히려 이만한 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문득 의문이 든다. 유독 혼자 있을 때만 왜 이렇게 사고가 나는 것일까. 그러다 깨닫는다. 내게도 신독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2023년 한해는 비교적 무사히 보냈다. 2024년도 무탈하게 보내고 싶다. 지금 내가 머무는 이 세계에서 오늘을 가장 즐겁게 보내고 싶다. 그게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최고의 극락이 아닐까.

자료사진 논객닷컴 DB
자료사진 논객닷컴 DB

 

칼럼으로 세상을 바꾼다.
논객닷컴은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논쟁이 오고가는 열린 광장입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으로 본지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반론(nongaek34567@daum.net)도 보장합니다.
저작권자 © 논객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