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감사결과 TCB 평가 절반정도가 기술금융요건 충족 못해
금융위가 기술금융 사살상 방치 결과 …실적위주 운영 개선 시급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금융위원회가 재무구조가 취약한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한 기술금융을 장기간 방만하게 운용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감사원이 최근 공개한 금융위에 대한 감사결과에서 금융위는 그동안 기술금융 운용을 사실상 방치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가 기술금융을 '보여주기 식' 성과 위주로 운용한 탓인지 실적 부풀리기 등의 부실심사가 너무 많았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 지원 정책자금이 정상적으로 집행되지 않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감사원은 지난해 12월 실시한 금융위 기관정기검사에 이같은 기술금융의 부실 운영 사실을 적발,  ‘주의’ 처분을 내렸다.

기술금융, 즉 TCB (기술·신용심사, Technology Credit Bureau)기술신용평가는 뛰어난 기술력을 가졌으나 재무구조가 취약하고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에 보다 좋은 조건의 금융서비스를 지원하기위해 지난 2014년에 도입된 제도다. 기술평가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대해 대출한도 증액, 금리 혜택을 주자는 취지다.

금융위는 기업의 기술력과 신용을 평가하는 기관을 선정·관리하며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실적을 연 2회 평가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감사원 감사결과를 보면 금융위는 기술금융 운용에서 기술과 신용 심사에서 정확성과 공정성을 확보하는데  철저하지 못했다. TCB 평가 3856건에 대한 표본 점검에서 49%(1890건)가 기술금융 인정대상 조건을 만족하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사학위 소지자가 아닌 석사·전문의에 기술자격을 부여해 TCB 평가를 맡긴 사례도 발견됐다. 심지어는 도용된 학위·자격증이 인정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금융위는 감사원의 지적에 엉터리 평가를 한 TCB 평가기관의 업무를 제한하겠다고 밝한데 대해  감사원은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다른 방법을 찾아 개선방안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은행들의 기술금융실적을 부풀려 온 사실도 이번 감사에서 확인됐다.  이 통계는 정책수립 근거자료로 활용하는데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금융위는 금감원 집계를 바탕으로 지난 2022년 기준 기술금융실적은 이 제도가 도입된 2014년 대비 건수는 59배, 대출잔액은 36배 증가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감사원이 이를 재평가한 결과 대출잔액 중 69%(225조2000억원)는 TCB 평가서만 첨부됐을 뿐 기술금융과 무관한 일반대출이었고, 31%(100조7000억원)만 적합했다고 밝혔다. 심한 실적 '뻥튀기'가 드러났다.

은행들이 기술금융을 실적 위주로 운용한 탓이다. 기술금융 취급은행으로서는 금융위가 은행별 순위에 따라 신용보증기금 및 기술보증기금 출연금을 가감해주기 때문에 실적 ‘뻥튀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은행은 매년 2회 공시되는 기술신용대출 성적에 따라 온렌딩(중소·중견기업 지원 정책금융) 한도와 신용·기술보증기금 출연료 절감 인센티브를 차별받는다.

기술신용대출에서도 이런 부풀리기 현상이 심했다. 감사원이 재평가 결과를 토대로 최근 은행의 기술신용대출 실적 순위를 산출해보니 당초 1, 2위였던 은행이 4, 5위로 하락하고 당초 3위였던 은행이 1위로 상승하는 등 심한 변동이 생겼다. 기술신용대출실적에 기술과 신용평가를 토대로  대출이 결정됐다고 보기 어려운 대출건이 많이 포함된 결과다. 

은행들은 기술금융이 취지에 맞게 제대로 운용되려면 은행들이 실적위주로 기술금융을 취급하는 풍토를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들 입장에서는 기술금융 실적에 따라 인센티브와 패널티가 주어지는 만큼 기술금융을 무리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금융당국이 은행이 실적에 매달리지 않도록 하는 기술금융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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