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비스연맹 기자회견, 소상공인 줄 폐업 종업원 삶의질은 악화 폭로
대구선 인근 소매업 80% 폐업 … 청주 마트노동자, 스트레스 더 쌓여

[논객닷컴= 이서문 기자]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꾸면 인근 소상공인들의 폐업이 줄을 잇고 마트 노동자들은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등의 부작용이 예상보다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비스연맹은 18일 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주말에서 평일로 바꾼 지역의 상권에 대한 영향을  조사한 결과 이같은 부정적인 결과가 초래됐다고 밝혔다.

서비스연맹과 이날 기자회견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2022년 규제완화 1호 대상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도를 지목하면서 지난해부터 지자체와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을 추진하는 사례가 부쩍 늘고 있다.

주로 국민의힘 지자체장을 중심으로 의무휴업일 변경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대구시와 청주시는 지난해 2월과 5월 각각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꿨다. 지자체장이 국민의힘 소속인 서울시 서초구와 동대문구도 지난달부터 관련 고시를 개정하면서 평일 변경을 추진 중이다.

유통산업발전법과 각 지자체 조례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지자체장 재량에 달려 있다. 유통산업발전법 12조의2 3항에 따르면 지자체장은 공휴일 중 매월 이틀을 의무휴업일로 정하고, 공휴일이 아닌 날로 의무휴업일을 정하려면 이해당사자가 합의해야 한다.

 서비스연맹 마트노조가 16일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개최한  '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반재하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비스연맹 마트노조가 16일  서울 동대문구청 앞에서 개최한  '마트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 반대 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반재하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변경 결과는 소상공인 생존권 위협으로 직결됐다.  대형마트의 매출액은 얼마나 늘었는지 모르나 소상공인의 피해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공교롭게도 대구의 경우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 눈길을 끌었다. 가장 먼저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대구시는 6개월 뒤 “대구시 내 전통시장의 매출액이 대형마트 휴업을 유지하는 경북의 다른 지역보다 증가했고 소비자 만족도도 높아졌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대구시의 조사 오류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날 회견에서 유병국 인천대 교수(무역학)는 “대구시가 지난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신용카드 빅데이터만을 활용했으며 통계청의 소비판매액지수 통계와 비교했을 때 차이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변경하기 전후 대구시의 슈퍼마켓·잡화점 및 편의점 같은 골목상권 판매금액은 부산시, 경북 전체, 경남 전체에 비해 감소폭이 컸다.

 의무휴업일 평일 변경은 전반적으로 재래시장을 포함한 인근  소상공인들에게  큰 타격을 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 교수는 의무휴업일 변경 전(2021년 9월~2022년 9월)과 의무휴업일 변경 후(2022년 9월~2023년 9월)기간을 비교해 보니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바꾼 뒤 소매업체 유지율이 훨씬 낮았다고 밝혔다. 의무휴업일이 주말일 때는 소매업체 86.2%가 가게를 유지했으나 평일 변경 후에는 가게 유지율이 20%에 그쳤다. 나머지 80%에 해당하는 소매업체들이 업종을 바꾸거나 폐업했다는 얘기다.

마트 주변(500미터 이내 및 1킬로미터 이내를 각각 조사) 소매업체의 영향은 업종별로 차이를 보였다. 대형마트의 판매품목과 보완관계에 있거나 내구재, 취미오락 등의 업종은 증가했으나 대형마트 판매품목과 대체관계인 소비재 업종 중 음·식료품 및 종합소매는 대폭 감소했다. 이에 따라 타격이 심한 소매업체들은 영업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겨야 할 상황으로 몰렸다고  유 교수는 밝혔다.

마트에서 일하는 종업원들의 삶의 질도 떨어졌다. 조건희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활동가가 청주의 이마트·홈플러스 노동자와 서울의 이마트·홈플러스 노동자를 대상으로 비교 설문조사를 한 결과 노동자들의 스트레스와 삶의 만족도가 모두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시 노동자들은 휴업일 변경에 따라 직장생활과 사적인 삶의 충돌로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다고 응답한 비율은 변경전 56%에서 60%로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삶과 일의 균형, 즉 워라밸 만족도에서 불만족한다는 비율은 종래 70%에서 96%로 26%포인트나 대폭 상승했다. 같은 기간 서울의 노동자의 불만족도가 1%포인트 높아진데 비추어 큰 차이를 보였다. .

조건희 활동가는 “면접조사에서도 청주지역 응답자들은 의무휴업일 변경 과정에서 마트 노동자들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데에 대해 회사와 지자체에 불만과 분노를 비쳤다”며 “건강 악화가 나타날 우려가 있어 향후 회사·지자체·노조의 관심과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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